유병수는 K리그, 한국 축구에서 '저평가'된 선수였습니다. 2009년 14골-4도움을 기록하며 신인상급 성적을 낸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28경기에서 22골을 터트려 생애 처음으로 득점왕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활약하는 스트라이커들의 그늘에 가려서인지 정작 국가대표에서 활약할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었던 2010 남아공월드컵 축구대표팀에는 철저하게 외면당했고, 그나마 2011 아시안컵을 통해 기회를 얻는가 싶었지만 '항명설' 등 각종 구설에 오르며 이후 다시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병수라는 선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저평가를 받아온 게 사실입니다.

▲ 유병수 ⓒ연합뉴스
여기에 K리그를 휩쓸고 간 '승부 조작 파동'에 유병수가 가담했다는 '설'이 끊임없이 돌면서 한동안 피곤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물론 피로 골절로 인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때마침 터진 승부 조작 파동에 유병수가 가담한 것 아니냐는 갖은 소문이 돌았습니다. 몸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여러가지 설 때문에 마음이 뒤숭숭하다보니 경기에 뛰어도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고 결국 허정무 인천 감독은 2군에서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어렵게나마 다시 1군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득점 레이스에 한참 가담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과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한 시즌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유병수는 해외 진출을 모색했습니다. 변화가 필요했던 유병수는 이번 여름을 해외 진출 호기로 보고 에이전트를 통해 유럽, 중동 쪽으로 진출을 타진했습니다. 유병수가 일단 선택한 곳은 사우디 아라비아 알 힐랄이었습니다. 알 힐랄 측은 23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유병수와 3년 계약을 했다면서 전지훈련지인 독일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한 뒤 곧바로 팀 훈련에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럽 진출을 최종 목표로 했지만 일단 유병수는 중동 리그에서의 활약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게 됐습니다.

유병수의 알 힐랄 입단에 대해 상당수 팬들은 돈 때문에 중동에 간 것 아니냐면서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참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 23살의 어린 나이에 중동에 간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 하는 지적이 많습니다. 설기현, 이영표, 이천수 등 중동에서 뛴 이전의 한국 선수들과는 다소 젊은 나이에 중동 리그에 진출한 것 자체로도 유병수 개인에게 득이 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해외에 진출하면서도 유병수는 참 많은 소리를 들으며 조금 씁쓸하게 새 도전을 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새로운 무대에 진출하기까지 유병수는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그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온갖 안 좋은 일들이 잇달아 나왔던 마당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던 상황에서 오직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중동 무대가 유병수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 알 힐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이영표는 사우디아라비아 무대에 대해 "유럽에 버금가는 환경과 팀 운영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면서 꽤 높게 평가를 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이영표는 월드컵대표팀에서 함께 활약한 이정수에게 중동 진출을 적극 권유한 바 있으며, 이번 유병수의 이적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유병수는 자신이 해보고 싶은 축구를 마음껏 펼쳐보이고,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사우디에서 꽤 명문 클럽에 속하는 팀에 들어가 'K리그 득점왕' 출신으로서 진가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 대신 유병수의 행선지로 함께 거론됐던 세르비아나 그리스 등에 갔어야 하지 않았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 내에서 수준이 다소 떨어지는 리그에서 빅리그를 꿈꾸는 것보다는 차라리 중동에서의 활약을 통해 더 높은 단계에 오르는 것이 유병수 입장에서는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유럽 빅리그들이 좋은 자원을 찾기 위해 꾸준하게 중동이나 동아시아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반대로 유럽 내에서 수준이 떨어지는 리그에 대해서는 크게 눈독 들이지 않고 있는 추세인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경향들을 아마 유병수와 에이전트 측은 충분하게 검토를 했을 것이고, 최종 행선지로 알 힐랄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이번 유병수의 중동 진출로 또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외부로 나간 것에 대한 안타까운 부분이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유병수 개인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이번을 계기로 주목받는 유병수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알 힐랄에서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더욱 살려간다면 유병수나 한국 축구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은 전환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유병수가 스스로 얼마만큼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유병수는 언제나 발전을 꿈꾸는 선수였습니다. 지난 2년 동안 K리그에서 보여준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좋은 추억만을 간직한 채 유병수는 조용히 중동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지금의 시련을 잘 극복하고 중동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인천 호날두' 유병수의 앞날이 더욱 밝게 빛나기를, 그래서 제대로 꽃 피우고 주목받는 대표 스트라이커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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