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많은 이슈와 즐거움을 남긴 가운데 끝이 났습니다.30주년을 맞이한 만큼 좀 더 깊이 있고, 내공 있는 행사들이 이어졌죠. 여러 가지 면에서 박수를 받았던 2011 올스타전이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올스타전은 경기 자체의 내용에서도 그 재미가 더해진 경향을 보입니다. 역전과 재역전이 반복되고, 홈런으로 경기의 승패가 한 번씩 뒤바뀌는 올스타전, 심지어 올해는 연장까지 접어들었고, 끝내기 안타가 나왔죠. 이런 경기 내적인 재미는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일, 연장전은 2000년 이후 11년만입니다.

▲ 사실 지난해 올스타전을 보며 이만큼 재미있고 흥미 있으며 극적인 올스타전, 대구구장의 명승부와 같은 올스타전은 당분간 없을 거라 예상했습니다만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무너져 버렸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끝내기 안타가 터져 나와 박진감이 넘쳤고, 끝내기 승부로는 역대 올스타전 사상 세 번째에 불과합니다.

또 지난해 추격의 홈런을 쐈던 양준혁 선수에 이어 올해는 끝내기 안타를 친 선수가 이병규 선수였다는 거. 바로 2010 올스타전에선 최고령 홈런이 나왔다면 2011년에는 최고령 미스터 올스타가 탄생했다는 점도 분명 달라진 풍경입니다. 승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는 올스타전이 이토록 치열해진 것, 분명 조금은 '다른' 올스타전을 향한 선수들의 입장을 보여주는 듯하죠.

긍정적으로 달라진 점은 이뿐이 아닙니다. 30주년을 맞이해 올드 스타들을 투표로 선정하고 모두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은 또 다른 다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광주나 대구에서 펼쳐졌던 올스타전에서 해태(KIA)와 삼성의 올드 스타들을 모았던 몇 년간의 흐름을 확대하고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 야구라는 종목의 역사성과 그 가치를 인정하는 모습은 분명 최근 우리 프로야구의 깊이가 더해진, 달라진 모습입니다.

▲ 팬들보다 이젠 어린 선수들이 이 분들을 더 모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타팀 2군 선수들 중에는 삼성라이온즈 장효조 퓨처스 감독을 모르는 어린 선수도 있더라는.

한자리에 모인 레전드 올스타들 앞에 팬들의 박수는 뜨거웠죠. 분명 이런 자리는 의미와 가치가 깊습니다. 과거와 전통의 깊이를 알아가는 우리 프로야구, KBO의 이와 같은 시도들, 야구의 깊이를 이해하고 달라진 나아진 모습을 느끼게 합니다.

아쉬움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건 퓨처스 올스타전과 날짜까지 멀어졌다는 점인데요. 올스타 브레이크를 이용하긴 커녕, 시즌과 겹치는 날짜에 퓨처스 올스타전에 펼쳐져 주목도는 떨어지고, 중계도 녹화방송됐다는 것이죠.

올스타전이 야구의 내일을 생각한다면 퓨처스 올스타전도 올스타전의 행사로 포함했으면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요일에 올스타전을 펼치고 토요일에 퓨처스 올스타전을 같은 장소에서 펼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는데요.

▲ 즐겁게 잘 치렀지만, 우리의 올스타전에는 분명 앞으로 나갈 부분들도 있죠. 군산에서의 퓨처스 올스타전도 의미는 있지만, 그들에겐 큰 무대의 가치와 경험이 더 의미 있게 다가서지 않을까요?
여러 가지 것들이 변하고, 또 많은 것들은 변함없이 있었던 2011올스타전. 그 여러 가지 변화와 다름들 사이에 팬들도 과거 올스타전과 다르게 이젠 하루 종일 야구와 함께하며 그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만, 날은 더웠고 태양은 뜨거웠기에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자리를 지키는 야구팬들의 열정은 분명 언제나 변함없겠죠?

야구의 가치, 야구의 인기, 그것만큼은 지금의 본질을 지키며 우리 곁에 늘 있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던 순간. 2011년 야구의 한가운데, 잠시나마 쉬어가는 그 순간. 그러나 그 뜨거웠던 시간, 이젠 2011올스타전도 우리 야구의 역사로 흘러갔습니다.

우리에게 기다리는 후반기의 더 진지하고 흥미 넘치는 승부들, 가을야구까지 이어지는 그 뜨거움과 함께 다시 날이 더워지면 우리를 찾아올 2012년의 올스타전을 또 기대해 보죠.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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