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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입니다’가 건네는 본질적 질문, 가족의 끝은 어디일까?[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7.01 11:41

[미디어스=이정희] 가족 해체의 시대이다. 우리나라에서 월간 8천에서 1만 부부가 이혼을 한다고 한다. 연간으로 보면 11만 쌍의 부부가 헤어진다. 꼭 이혼만이 아니다. '졸혼'처럼 법적 장치를 거치지 않고 부부가 자유로워지는 새로운 관행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것보다 더 '해체'의 조짐으로 드러나는 건 결혼 적령기에 도달한 젊은이들이 결혼을 더이상 인생에 꼭 필요한 통과의례로 여기지 않는 점이다. 또한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고자 하는 등 가족의 형태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이렇게 가족의 존재 자체가 의문시되어가고 있는 즈음, tvN <(아는 건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는 역설적인 방식으로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이제 절반을 넘어 절정에 이른 이 드라마는 가족 저마다에게 숨겨진 비밀을 드러내며 가족의 한계, 가족의 끝을 묻는다. 

비밀은 없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단기기억상실로 22살로 돌아간 아버지 김상식(정진영 분) 씨가 어머니 이진숙(원미경 분)씨에게 제일 먼저 확인한 건 바로 애지중지 키웠던 큰딸 은주(추자현 분)가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얼굴조차 모르는, 22살이 되어버린 아버지가 확인차 물어봤던 질문. 그 질문을 그만 막내 지우(신재하 분)가 듣고 만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자신이 들었던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막내는 그 사실을 가족 같은 형 찬혁(김지석 분)에게 털어놓는다. 그때만 해도 그저 막내만의 가슴 터질 것 같은 비밀이었다. 

하지만 그 비밀은 22살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추억 순례 여행에 동참한 둘째 은희(한예리 분)에게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거실에 자리한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의 그날, 어머니 손을 처음 잡아봤다던 아버지. 그런데 당시 어머니의 뱃속에는 이미 큰딸 은주가 있었다고 했다.

은희의 기습적 질문에 수습은커녕 망연자실하고마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진실에 한 발 다가서게 된 은희는 당사자인 언니에게 그 사실을 알릴 것을 종용하고, 어머니는 결국 은주에게 고백하고 만다. 아이를 가진 21살의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길을. 

은주가 아버지의 친딸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가족의 판도를 바꾼다. 자기중심적이며 어머니에게 횡포에 가까운 태도를 보인 아버지로 인해 늘 어머니의 편이었던 은희는 어쩐지 아버지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반면, 자신을 편애하다시피 아꼈던, 아버지의 자부심 넘치는 큰딸이었던 은주는 지금까지 어머니에게 보인 아버지의 태도가 자신을 볼모로 삼은 정신적 폭력이라 느끼며 아버지에 대해 분노한다. 

여전히 우리는 가족이며 자매라 하지만 어머니와 은주에게 어쩐지 거리감을 느끼는 은희와 지우, 그런 은희에게 이제는 예전과 같지 않다고 선언하는 은주. 어머니의 졸혼 선언에 이어 가족은 다시 한번 '가족의 경계선'으로 밀려난다. 

가족의 한계는 어디일까?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족들을 불러모은 아버지는 오래전 자신이 저질렀던 교통사고에 대해 고백한다. 당시 보험을 들지 않아 엄청난 보상금은 물론, 구속이 될 뻔한 그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교통사고로 다쳤던 아이를 이제 커서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까지도 '자식'처럼 돌보아왔던 무거운 짐을 토로한다. 

하지만 홀가분하게 집을 나서겠다는 아버지의 의도는 식구들에게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자식처럼 돌보아왔던 그 피해자가 아버지를 애틋하게 여기는 것과 달리, 하지만 정작 아들인 지우는 바깥으로 도는 아버지의 정을 느끼지조차 못한 채 자랐던 설움이 폭발한다. 

어머니는 더하다. 그토록 자신과 아이들을 끔찍하게 사랑해 주던 남편이 어느 날인가부터 서릿발처럼 차가워졌던 그 시절 이래, 진숙 씨는 아이들만 바라보고 살았다. 어머니가 본 아버지의 모습은 어디 밖에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들어 놓은 사람의 그것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이제 와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한다. 아내가 과일가게 사장의 부인을 간병한 걸 그 남편과 바람이 난 거라고 오해한 것처럼. 그러나 진숙 씨는 당시에 자신과 단 한번도 상의하지 않은 채 홀로 그 일을 짊어져왔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다.

은주는 왜 함부로 사람을 책임지려 했냐고 냉정하게 반문한다. 그 질문에는 아버지가 홀로 짊어지며 가족을 소외해왔던 시간, 그 교통사고만이 아니라 자신을 가진 어머니를 책임지려 하며 아버지가 느꼈던 '소외의 시간'에 대한 힐난이 담겨 있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은주는 결국 커밍아웃을 한 남편에게 이혼을 하자고 말한다. 인기리에 방영된 <부부의 세계>처럼 지금까지 대부분의 가족 드라마들은 불륜이나 외도 등을 가족 해체의 주요인이라 말해왔다. 그런데 <가족입니다>는 그런 사건을 넘어 ‘가족의 본질’을 묻는다. 

가족이라는 삶의 공동체를 이루었지만 저마다 ‘홀로’ 짊어졌던 책임의 무게를 드러내며 과연 그렇다면 ‘가족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아버지는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홀로 교통사고를 오랜 시간 책임져왔다. 그리고 그 책임의 무게를 아내와 가족에게 쏟아부었다. 성정체성이 다른 남편은 오랜 시간 위선의 부부 행세를 했다. 거기에 더해 피를 온전히 나누지 않은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 그에 반해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가족처럼 지내온 사이,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친구 등을 통해 그렇다면 가족은 ‘어떤 의미’로 존재해야 하는가, 존재할 수 있을까를 묻는다. 그리고 과연 그럼에도 가족은 존재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도달한다. 아는 건 없어도 가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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