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의원 낙천 대상자 명단' 보도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세계일보가 4일 선거기사심의위원회(위원장 변화석)로부터 최초로 '사과문 게재' 명령을 받았다.

사과문 게재는 공정성·형평성·객관성 등을 기준으로 선거관련 기사를 심의해온 선거기사심의위의 기사 제재수단 중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이다. 2000년도부터 활동해 온 선거기사심의위는 양심의 자유와의 충돌 등을 이유로 지금껏 사과문게재 결정을 단 한 차례도 내린 적이 없다.

▲ 세계일보 3월3일자 6면.
이번에 세계일보가 사과문 게재 결정을 받은 기사는 지난 3월 3일자 6면 <낙천명단 윤곽…호남의원 '발칵'>이다. 이 기사에서 세계일보는 "본지가 단독입수한 민주당의 호남지역 의원 평가 자료"라며 호남지역 낙천 대상자 명단을 실명으로 공개했다.

이에 대해 해당 기사에서 낙천 대상으로 지목된 7인 중 한 명인 통합민주당의 김태홍 의원은 지난 3일 선거기사심의위에 '정정보도문 게재 및 명예훼손에 대한 사과기사'를 요청했다.

김태홍 의원은 시정요구서에서 "이 보도로 인해 낙천대상 예상명단이 거론됨으로써 지지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어 심각한 명예훼손의 피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경쟁상대 후보들이 본 기사를 이용, 지역민의 여론을 호도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공천심사 과정에 큰 불이익을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통합신당 대변인도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세계일보의 '낙천명단 공개'에 대해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며 "현역 의원 적합도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여론조사적합도의 조사결과는 여론조사기관이 밀봉해 공천심사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되어 있고, 아직 공천심사위원들조차 결과를 공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박경철 공천심사위원회 홍보간사도 3일 브리핑을 통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해괴한 괴문서"라고 지적했다.

선거기사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언론사에 사과문 게재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충돌하는 측면이 있어 그동안 사과문 게재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하지만 공천심사도 끝나지 않은 이 시점에 낙천명단 리스트를 단정적으로 내보낸 것은 게재자의 양심과 상관없는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기사를 쓴 세계일보 조남규 기자는 "통합신당은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민주당의 호남지역 의원 평가자료를 '괴문서'라고 우기지만 소문을 취합해서 쓴 기사가 결코 아니다"며 "당에서 현지실사자료를 분석한 것을 토대로 썼다"고 주장했다.

조 기자는 "호남 물갈이 문제가 쟁점이 되는 상황에서 이 자료가 '국민의 알 권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보도했다"며 "선거기사심의위의 사과문 게재와 이에 대한 회사 차원의 대응은 앞으로 논의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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