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의 직접고용을 둘러싼 논란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청년고용에 대한 역차별,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노조 반발 등에 초첨을 맞춰 불을 붙였다. 이같은 보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하등의 도움이 안 되며, 오히려 반대의 목소리를 부각시켜 도구화하는 기만적인 언론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원 직접고용은 정부가 2017년 발표한 정책이다. 정부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17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올해 말까지 달성하기로 한 정규직 전환 목표 인원은 20만 5000명. 지난달 말까지 18만 1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전체 인원 중 80% 이상이 외주업체 소속인 아웃소싱 구조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선언하기 위해 직접 방문한 곳이다. 이후 3년 만인 지난 22일 인천공항공사는 60개 협력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 9785명 전체를 이달 중 정규직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중 공항소방대 211명, 야생동물통제요원 30명, 보안검색요원 1902명 등 2143명이 직접고용 결정됐다.

정규직화되는 보안검색요원의 경우, 직접고용에 따른 법적 문제 해소를 위해 ‘청원경찰’로 신분을 바꿔 고용했다. 해당 소식이 발표된 22일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직고용과 자회사 등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1만 명의 정규직화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 전환은 노·사·전문가 협의체가 이미 논의한 내용을 이행하는 단계에 접어든 상태였지만, 일부 언론의 갈등 조장 보도로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의 노노 갈등, 비정규직과 취업준비생 사이 갈등만 남게 됐다.

취업준비생들이 분노한 오픈채팅방의 대화내용으로, 23일 뉴스1이 보도한뒤 여러매체가 인용보도했다. 이 중 해당 글을 작성한 이가 정규직 전환 대상자인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인지 확인한 언론은 없었다. (사진=뉴스1)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에 불을 붙인 보도는 23일 시작됐다. 뉴스1의 <“알바 하다 연봉 5000, 소리질러”...공항 정규직전환, 힘빠지는 취준생> 기사에 인용된 ‘한 이용자의 오픈채팅방 내용’이 시발점이었다.

뉴스1에 인용된 오픈채팅방에서 한 이용자는 “나 군대 전역하고 22살에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 190만 원 벌다가 이번에 정규직 연봉 5000(을 받는다)”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나와서 뭐하냐, 니들 5년 이상 버릴 때 나는 돈 벌면서 정규직”이라고 적었다.

해당보도에서 뉴스1은 인천공항 사무직 입사준비생들의 반발과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 글을 인용해 역차별 논란을 다뤘다. 이후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30개 매체에서 비슷한 내용의 보도가 확산됐다.

특히 중앙일보는 24일자 <“알바하다 인천공항 정규직”...취준생 “공부하기 싫어진다”>에서 오픈채팅방 화면을 인용보도하며 “인천공항 비정규직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방으로 추정되는 곳에 올라온 글이 불을 지폈다”고 썼다. 갈등을 촉발한 익명의 채팅방 글을 보도하며 실제 보안직원이 작성한 글인지 확인한 언론은 없었다.

또한 ‘연봉 5000만 원’, ‘알바하다 정규직 됐다’는 식의 내용은 가짜뉴스였다. 인천공항공사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직접 고용된 이후 이들의 평균임금은 3850만 원으로, 일반직 초봉 4500만 원인 공사 급여체계와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보안검색원의 경우, 용역회사의 특수경비원이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게 아닌 2개월의 교육 수료 후 국토부 인증평가를 통과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25일자에 실린 두 개의 보도. B2면에는 <노력했던 내가 호구...2030 '부러진 펜' 운동 확산>을, 14면에는 갈등원인을 바로 잡는 펙트체크 기사 <인천공항 보안검색원, 기존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 임금체계 달라>

하지만 취준생들의 불만을 불쏘시개로 활용한 보도는 확대 재생산됐다. 조선일보는 24일자 1면 <“운 좋으면 정규직, 이게 K직고용”>보도를 시작으로 취준생들의 분노에 초점을 맞췄다. 24일 사설 <“뭐 하러 공부하나” “이게 公正이냐”는 청년들>, 25일 자 2면 <노력했던 내가 호구…2030 ‘부러진 펜’ 운동 확산> 등이다.

해당 기사들은 사무직 취준생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인천공항공사 사무직 서류 심사 통과를 위해선 900점대 후반의 토익 성적과 컴퓨터활용능력, 영어말하기, 한국사, 한국어능력시험 등 각종 자격증이 있어야 하지만 보안요원은 다르다. 또한 신입채용 규모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 역시 기우에 가까웠다. 정일영 전 인천공항 사장은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안검색 요원이 정규직이 되더라도 공사의 신규 공채 인원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비정규직들은 임금 인상이 아니라 3~5년마다 해고당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다니는 것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취준생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을 부각한 조선일보도 갈등이 잘못된 정보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25일 14면 ‘팩트체크’ 기사에서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원은 정규직과 임금체계가 다르며, 전환과정에 공개경쟁을 벌인다는 점, 대부분이 고졸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는 점, 앞서 논란이 된 오픈채팅방 작성자가 보안검색 직원이라는 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4일자 1면에, 중앙일보는 25일자 2면에 인천국제공항공사 내 노노갈등에 집중한 보도를 냈다.

인천공항공사 내의 노노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는 쏟아졌다. 조선일보는 24일자 1면 <文 공약 지키다가...인천공항 ‘정규직·새정규직·자회사 정규직’ 내분>에서는 보안직원의 정규직 전환에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공사 기존 정규직 노조원 500여 명의 입장,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치러지는 공개경쟁의 탈락자를 방지할 수 있는 구제 방안을 요구하는 보안검색 노조의 입장, 자신들은 본사 청원경찰이 될 수 없냐는 자회사 소속 정규직 지원들 사이의 입장이 담겼다.

같은 맥락으로 중앙일보는 25일자 2면에 <들끓는 인천공항 ‘벼락 신분상승’…정치에 휘둘린 정규직화>, 조선일보는 26일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 “우리와 합의했다는 靑해명은 거짓말”> 기사를 냈다. 이 밖에 조선일보는 27일 3면 <문 대통령 방문일 기준으로 정규직 전환절차 달라져>, 29일 <보안요원 직고용 진실공방…인천공항 “우리 권한 밖” 정부는 “공항서 결정>, <인천공항, 보안요원 1902명 직고용위해 법도 바꾸려했다>, <청와대 “보안검색요원 3800만원정도 받아” 하태경 “600만원 추가로 받아 4300만원+a”> 등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같은 보도가 일주일 동안 지속되자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행태를 지적하는 취준생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겨레의 26일 자 <‘청년 분노’ 목소리에 가려진, 불안정한 ‘청년 노동’의 현실> 보도에서 취준생들은 “언론이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척하며 되레 청년세대를 자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보안검색 요원까지 비정규직이었을 정도로 고용 불안정이 우리 사회에 만연했다는 것”, “언론은 분노를 키우는 대신 직무, 연봉 등에 관한 오해를 풀고 인건비 분배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24일부터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갈등의 본질을 짚어온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2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공항의 검색보안 요원의 경우 상시적으로 필요한 업무로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그동안 비정규직으로 고용한 기간이 너무 길어진 게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사회 전체에 유익한 방향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2년 10월 IMF가 낸 한국경제 지속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면 향후 10년 동안 매년 1.1%의 추가 성장률이 발생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보수적인 주류 경제학의 본산인 IMF가 지적할 정도로 국내 비정규직이 너무 많아졌다. 1만 1,400명의 인천공항공사 직원 중 정규직이 1,400명 밖에 없다는 건 해결되야만 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하 교수는 “노노갈등의 경우, 1400명이 정규직인 회사에 1900명이 정규직으로 들어오니 주도권이 넘어갈까봐 총액 임금제, 채용규제 축소 등의 핑계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취준생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에 대해 “보안요원의 경우 업무 내용, 노동조건, 임금수준이 거의 바뀌지 않은 채 고용계약만 간접고용에서 직접 고용으로 바뀌는 것이고 소요되는 비용도 추가적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며 “정규직화되면 노동조건이 대폭 향상돼 취준생들에게 오히려 취업 문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업 정규직 1,400명이 TO라면 1900여 명이 정규직 되면 취업문이 넓어진다는 논리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사안이 생기자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과대 대표'해 반영하는 프레임의 보도들"이라며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해결책을 같이 고민하는 게 언론의 역할인데 갈등만 부각하고 이에 멈추는 기만적이고 정파적인 보도”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기승전 최저임금, 기승전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당시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을 줄이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추진 사업이다 보니 정파적인 이유로 이를 반대하는 언론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긁어모아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내부 노조와 취준생들 사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없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이를 무조건 반영해서 정부를 비판하는 걸로 그치는 보도가 옳은 걸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이라면 '갈등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 게 좋을까'라는 일종의 상이 있어야 하는데 반대 목소리만 담고 있으니, 이대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가자는 건지 어떻게 하자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갈등으로만 2030의 목소리를 소비해버리는데 그치는 건 이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대변하는 게 아니"라며 "갈등의 도구로 활용하고 버리는 기만적인 언론행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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