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취재 중이던 SBS ‘모닝와이드’ 팀에게 폭행을 가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오히려 SBS취재진을 테러 공모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언론계에서는 경찰에 박 대표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동시에 “취재진에 대한 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목소리를 잇따라 내고 있다.

박상학 대표는 25일 모닝와이드 취재진 4명이 자신의 집을 찾아와 주거지를 노출시켰다며 테러를 공모한 혐의로 송파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박 대표의 집과 사무실은 극히 비공개, 극비 보안사항"이라며 "(SBS의 취재진 방문은) 살인 테러를 하려는 북한의 극악무도한 살인 만행에 공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경찰은 박 대표가 지난 24일 밤 자택을 찾은 취재진 4명을 폭행 후 경찰에게 가스총을 분사한 일에 대해 수사중이다. SBS 취재진은 오늘(26일) 송파경찰서에서 피해자 진술 및 조사에 협조할 예정이다.

24일 SBS<8뉴스>에서 보도된 "대북전단 취재진에 대뜸 주먹질…벽돌 던지고 잠수" 중 한 장면 (사진=SBS)

SBS는 24일 <8뉴스>를 통해 취재차 박 대표 집 앞에 찾아간 SBS 모닝와이드팀에게 박 대표가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벽돌을 집어 던지는 등 폭행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취재진 한 명은 뇌진탕 증세로 2주 진단, 부상이 심한 두 명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박 대표는 폭행을 말리려 출동한 경찰관을 향해 가스총을 분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진이 취재 중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계에서는 “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성명이 잇따라 나왔다. SBS PD협회는 25일 성명을 내고 박상학 대표를 취재할 이유와 취재 과정 모두 정당했다고 밝혔다.

SBS PD협회는 “5월 31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 전단을 살포한 뒤 남북관계에 부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비판받는 상황에서 6월 22일 파주시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힌 박상학 대표를 취재해야 할 이유는 명백했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 대해서는 대중에 공개돼있는 법인 등기상의 주소를 확보하고, 취재 주체와 취재 목적을 미리 밝혔으며, 정당한 범위 내에서 취재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SBS PD협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이 엄중한 조사를 진행하고 합당한 처벌을 내기리를 촉구한다”며 “SBS 이름을 걸고 현장에 나서는 PD들의 안전한 취재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PD협회는 차후 이뤄질 회사 내/외의 조치에 있어 적극적으로 피해 당사자들에게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도(이하 SBS본부) “모닝와이드 취재진의 취재는 정당했으며 취재과정에서 어떤 언론 윤리도 위반하지 않았다”며 “언론 노동자를 향한 폭력 속에서 정상적인 취재가 가능하겠냐”고 비판했다. SBS본부는 “정당한 취재 여건이 보장되지 않으면 정당한 보도는 나올 수 없다”며 박 대표에 대한 수사기관의 엄중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동시에 사측에 직원들을 보호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한국PD연합회는 “박 대표의 폭력은 민주사회에 있을 수 없는 야만적 행위일 뿐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에 정면으로 맞선 비상식적 행동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성명을 25일 냈다. PD연합회는 “정부와 지자체가 금지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의무에 정식 인터뷰 요청 거절로 대답을 피하고는 폭력으로 분노를 표출한 건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비이성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26일 “SBS 언론노동자들의 정당한 취재 행위에 대한 위협적인 폭력 행위를 규탄하고, 경찰의 엄정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취재원은 취재진의 취재 요청을 거부할 수 있고 누구나 언론사나 언론노동자에 대해 개인의 의사를 표명할 권리도 있지만 인격 모독에 해당하는 폭언과 협박,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26일 경찰은 박상학 대표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출동했다. 지난 22일 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정부의 금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을 기습 살포했고,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이 단체를 고발했다. 서울청 보안수사대에서 해당 수사를 진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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