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경인일보가 YTN의 ‘안산 유치원생 햄버거병 증상’ 단독보도에 ‘단독을 빼라’고 항의했다. 경인일보가 24일 1면에 실은 기사와 비슷한 내용이 같은 날 오후 8시 YTN에 단독보도로 나갔다는 이유에서다.

경인일보는 자신들이 먼저 감염자 중 일부가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 요독증후군 의심증상을 보인다고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YTN은 병원진단서를 확보해 ‘햄버거병’ 의심증상을 확인하는 등 경인일보 기사와는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관련 보도는 24일 경인일보 1면에 최초로 실렸다. 경인일보는 기사 <안산 유치원 ‘장출혈성대장균 집단감염’환자 4명 추가>에서 23일 질병관리본부와 안산시 등에 따르면 A 유치원에서 지난 18일 장출혈성대장균감염병 환자가 확인된 후 12명이 확진됐고, 22일 4명이 추가되면서 감염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인일보는 22일 기준으로 유치원 관계자를 포함해 가족 등을 대상으로 200여개 검체를 검사했으며 중증 치료를 받는 환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경인일보는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은 이른바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중증 치료를 받는 일부 환자들이 용혈성요독증후군 의심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병증 여부는 현재 조사중”이라고 전했다.

경인일보 24일 1면 기사

같은 날 오후 8시 14분 YTN은 <안산 유치원생 99명 식중독 의심...일부 ‘햄버거병’ 증상>제목의 '단독'기사를 보도했다. 안산 소재의 유치원에서 원생 99명이 식중독 의심증상을 보였고 일부 원생은 ‘햄버거병’을 진단받은 것으로 YTN 취재 결과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YTN은 18일 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184명 가운데 식중독 의심증상을 보이는 원생이 무려 99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 중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30여 명으로 7명이 퇴원해 현재 23명이 입원 중이라고 했다. 이어 YTN은 ‘햄버거병’ 증상을 보이는 원생도 일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병원 측으로부터 ‘햄버거병’ 진단명을 받았다”는 피해 유치원생 아버지의 발언을 담았다.

YTN 24일 단독보도<안산 유치원생 99명 식중독 의심...일부 ‘햄버거병’ 증상> 화면

경인일보 측은 YTN 단독보도가 나온 직후 YTN에 ‘단독’을 빼달라고 항의했다. 24일 해당 기사를 작성한 공지영 경인일보 사회부 차장은 같은 날 저녁 관련기사 중 YTN 단독을 발견했다. 이에 YTN에 항의해야 한다는 입장이 팀 내에 모아졌고, 경인일보 사회부장은 다음날 YTN에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공지영 기자는 26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경인일보 기사와 YTN 보도의 차이는 제목과 시간이 지나 드러난 검사결과에 있을 뿐, 주된 기사 흐름은 같다고 말했다. 공 기자는 “야마가 똑같다. 99명이 식중독으로 의심되고 햄버거병이 발생했다는 것인데 우리가 썼던 기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공 기자는 “의료진 측의 제보를 받아 시작된 기사로, 질병관리본부의 지난 18일 발표와 달리 식중독을 넘어 햄버거병으로 위험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에 질본, 안산시, 교육청을 통해 취재했고 감염자가 몇 명인지 파악하던 중 우선 알리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으로 ‘일부는 햄버거병이 의심되며 추가 감염자도 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공 기자는 기사 작성 당시 질본이 20일 배포한 자료에 따라 장출혈성대장균감염병 유증상자가 79명이었고 의심환자가 추가로 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수치를 강조하는 기사는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어 제목에서 제외, 단독을 붙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공 기자는 “99명이라는 숫자를 YTN은 마치 새로운 팩트인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미 질본이 배포한 유증상자 79명에 검사결과가 점차 더해지고 있었던 부분”이라면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수는 YTN 역시 경인일보와 동일하게 20여 명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공 기자는 “네이버 제휴가 돼 있지 않고 지역지인 경우, 방송사에서 단독인 것처럼 가져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우리가 관심 갖은 이슈가 알려지는 게 좋다고 생각해 넘겨왔는데 이번엔 달랐다”며 “가장 화가났던 건 우리가 해당 기사를 1면에 썼다는 거다. 1면은 회사의 얼굴이고 데스크가 가장 중요한 기사라고 판단해 배치하기에 우리 신문 자체를 무시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YTN이 '단독'을 붙인 이유에 대해 이종구 YTN 사회부장은 “경인일보는 ‘일부가 햄버거병 의심증상이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지만 저희는 병원진단서를 확보해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경인일보의) 20여 명과 99명은 수적으로도 차이가 크게 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주제를 다뤘으니 단독을 붙이면 안 된다는 지적은, 기사를 보면 차이가 느껴지지 않냐”고 되물었다.

YTN은 경인일보 측의 ‘단독’을 빼달라는 항의에 25일 저녁 “경인일보 1면에 나간 걸 미리 체크 못 한 건 언짢으실 수 있다. 다만 회사마다 단독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취지의 답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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