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25일 새벽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3세.

고인은 194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중·고교를 졸업, 서울대 영문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이후 문학평론가, 대학교수로 활동했다. 1983년 '에콜로지(생태학)'에 관심을 갖게된 고인은 1991년 격월간 '녹색평론'을 창간, 에콜로지 사상 확산을 위해 힘써왔다. 2004년 이후 대학 교직을 그만두고 '녹색평론' 발행에 전념해왔다.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고인은 1991년 11월 1일 '녹색평론' 창간사를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 지금부터 이십 년이나 삽십 년쯤 후에 이 세상에 살아남아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그는 "범람하는 인쇄물 공해의 시대에 또 하나의 공해를 추가하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를 이 조그마한 잡지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마음은 참으로 무겁다. 거의 파국을 향하여 질주하고 있는 산업 문명의 이 압도적인 추세 속에서 우리의 보잘 것 없는 작업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게다가 이 작업이 불가피하게 삼림파손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우리의 마음은 실로 착잡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참담해 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많은 망설임 끝에 결국 이 잡지를 내기로 결정한 것은 그것이 크게 가치 있거나 많은 사람들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으리라는 자기도취적인 낙관이 있어서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녹색평론'을 구상한 것은 지극히 미약한 정도로나마 우리 자신의 책임감을 표현하고, 거의 비슷한 심정을 느끼고 있는 결코 적지 않을 동시대인들과의 정신적 교류를 희망하면서, 민감한 마음을 지닌 영혼들과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렇게 시작된 '녹색평론'은 29년동안 결호 없이 발간돼 왔다.

고인은 한겨레 칼럼 <코로나 환란, 기로에 선 문명>(4월 16일)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의 본질이 인간의 '탐욕'에 있다고 했다.

고인은 "물론 당장은 기술적 해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모두의 정신적·육체적 면역력을 증강하는 방향이라야 한다"며 "따라서 우리는 더 이상의 생태계 훼손을 막고, 맑은 대기와 물,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한 토양의 보존과 생태적 농법,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소박한 삶을 적극 껴안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를 구제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스크도 손씻기도 아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고인은 "장기적인 고립생활이 면역력의 약화를 초래한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공생의 윤리를 부정하는,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다"라고 했다.

유족은 부인 김태언씨, 아들 형수, 딸 정현씨가 있다. 빈소는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3호실, 발인은 27일 오전 9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