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가 EBS 창립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20년간 EBS가 한 단계 더 도약하지 못했던 것은 공영방송이라기엔 너무나 빈약하고 기형적인 재원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EBS 지부는 “공적재원은 수신료의 3%(70원)에다 여타 재원을 싹 끌어모아도 전체 재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EBS의 기본 책무에 따른 비용은 아무리 줄여도 이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러한 구조적인 간극이 20년 동안 EBS의 생존을 위협해왔으며 교육방송의 창조적 에너지를 고갈시켜 보다 나은 교육 서비스의 제공 기회를 박탈해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열린 EBS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사를 전하는 김명중 사장 (사진=EBS 제공)

특히 지난 19일 열린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의 ‘수신료 인상’ 관련 발언에 대해 “역대 정부와 정치권, 교육계와 방송계 그리고 EBS 경영진이 무책임과 무능으로 함께 만들어 온 직무유기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기념행사의 진행을 맡은 사회자는 ‘수신료 인상을 애걸하고 나서자’고 발언했고 참석한 외부 관계자들은 멋쩍은 웃음으로 회피하는 등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고 EBS지부는 전했다.

EBS지부는 김명중 사장의 창립 기념사를 두고 “비전이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창립기념식에서 “교육 혁신의 주체가 되어 미래 교육을 활짝 펼쳐나가겠다”며 “미래세대를 이끌어갈 유아·어린이를 위한 교육 콘텐츠 제작에도 힘을 쏟아 인성과 창의력 증진에 기여하고,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고품격 청정 콘텐츠로 평생교육의 동반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EBS지부는 “코로나 시대 대응에는 원격교육 시스템이나 플랫폼 구축 이상이 필요하다”며 “교육 공영방송이라면 새로운 시대의 교육에 대한 신선하고 창의적인 비전을 보여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EBS 2019년 결산 현황을 보면 전체 2,443억 원 중 공적 재원 775억 원(31.7%), 상업적 재원(자체수입)이 1,668억 원(68.3%)이다. 공적 재원의 구조를 보면 TV수신료 188억 원(7.7%), 정부기금 324억 원(13.3%), 특별교부금 263억 원(10.8%)다. 공영방송 재원으로서 TV수신료는 전체 수신료의 2.8%를 배분받는다.

지난 5월 31일 발표된 <2019 사업연도 EBS경영평가보고서>에서는 공적재원보다 상업적 재원에 의존하는 EBS의 기형적 재원구조가 공영방송으로서 EBS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경영평가단은 “재원구조로 파악할 때 EBS를 공영방송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공영방송에 공적재원이 필요한 것은 공영방송이 추구하는 가치를 상업성에 흔들리지 않기 위함이고, 상업방송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가치를 담아내기 위함이지만 현재의 재원구조로는 장기적으로 EBS의 교육방송으로서의 정체성과 가치를 담아내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EBS는 2017년 이후 매년 100억 이상의 적자경영 상태로, ‘자이언트 펭TV’의 성공으로 2018년 대비 2019년도 적자폭이 줄었지만 2019년 당기순손실액은 101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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