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가리 통뼈 뉴스’. 트위터에서는 상당히 알려져 있지만 아마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에겐 다소 낯선 이름일 수도 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돌발영상을 만들었던 ytn 해직 언론인 ‘노종면 pd'가 트위터에서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다. 그 날 나온 다양한 기사들 중 뉴스 가치가 있지만 주류 언론이 외면(?)한 것들을 추려낸 후, 여기에 간단한 해설을 달아서 제공하는 일종의 ’트위터 뉴스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YoTonews)

7월 20일 현재 1만 2천 8백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매우 호응이 좋은데, 대개 스타 트위터러에 팔로워가 몰리는 경향에 비춰 볼 때 ‘사람’이 아닌 ‘뉴스 서비스’로서의 정체성을 내세우고 이 정도의 팔로워를 만들었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팔로워 수에 비해 맨션 수가 겨우 1천 8백개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용가리 통뼈 뉴스 트위터 화면 캡처
물론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해직 언론인이 만든 것이니 그런 면을 감안해 사람들이 구독하는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른데 상당수의 사람들이 제작자인 노종면 pd를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용가리 통뼈 뉴스가 ytn의 별칭 중 하나라는 걸 아는 이는 더더욱 드물다. 쉽게 말해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이 가장 핵심적인 성공 요인이라는 말이다.

주목할 점은 이 콘텐츠가 이미 기성 언론사에서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는 단순한 뉴스캐스트와 달리 해당 뉴스에 대한 심층적 분석-왜 이러한 뉴스가 보도되었는가와 같은-까지를 포함한 ‘전방위적 해설’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용가리 통뼈 뉴스가 기성 언론의 뉴스캐스트와 차별화되고 ‘경쟁력’을 보유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된다. 우후죽순 난립하는 다양한 정보들을 ‘정리’해 줘야 하는 이 시대에 매우 적합하다는 말이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돌발영상은 기성 뉴스에서는 버리는 영상들을 활용해 기성 뉴스가 보여주지 않는 정치인과 유명들의 허위의식을 드러내고 풍자했다. 권력에 대한 일종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해체’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는 분명 대단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보면 뉴스의 전체적인 의미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사람들은 좋든 싫든 총체적 정보에 대해 이해하고자 할 땐 다시 허위의식에 찌든 기성 뉴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용가리 통뼈 뉴스의 경우엔 돌발영상에서 보여줬던 위트와 해학, 그리고 허위의식을 파헤치는 묘미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이 총체적으로 의미하는 것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쉽게 말해 기성 뉴스의 ‘해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재조합’까지 포괄하는 것이다. 이는 돌발영상이 진화한 것으로, 마치 마이클무어의 다큐멘터리가 초기 조롱과 조소를 통한 감정적 카타르시스에 치우쳐 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의 실체에 대한 총체적 시각을 아우르는 쪽으로 진화했던 것과 유사하다. 결국 용가리 통뼈 뉴스는 돌발영상의 진화 버전 중 하나(트위터 버전)인 셈이다.

▲ 아이폰에서 본 아이튠즈 팟캐스트 화면 캡처
용가리 통뼈 뉴스와 함께 또 다른 ‘진화’를 보여주는 것이 그야말로 대박이 난 딴지 라디오의 <나는 꼼수다>이다. 아이튠즈 팟 캐스트 서비스 중 대한민국 1위를 일찌감치 선점한 이 라디오 방송의 특징은 ‘가카’에 대한 과감한 ‘음모론’(?)을 통해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실 이는 아주 새로운 방식은 아닌데, 음모론은 그동안 딴지일보가 즐겨 사용해 왔던 방식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 홈페이지 방식이었던 딴지일보는 소위 ‘오덕’들에게만 열광적 지지를 얻었을 뿐 대중성이라고 하는 면에서는 빈약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팟 캐스트 서비스로 유통이 되자, 그러니까 ‘유통 방식’이 변화하자 엄청난 대중성을 확보하게 된다. 더구나 그 유통방식이란 것이 기성 매체의 그것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방식이다. 그걸로 기성 매체의 콘텐츠를 한 방에 압도해 버렸으니 이는 가히 혁명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용가리 통뼈 뉴스와 나는 꼼수다가 의미하는 바는 주류 매체들이 ‘뻘 짓’(?)을 하는 사이 ‘대안 콘텐츠’들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중적 반응도 매우 좋다는 점, 무엇보다 유통 방식이 기성 매체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향후 기성 매체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당연히 기성 매체에게 엄청난 위협의 요인이 된다. ‘광고’가 앞으로 어디로 옮겨갈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동안의 신생 매체에 대한 기성매체의 위기론은 대개가 추상적 거시담론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제 구체적인 콘텐츠가 등장해서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성매체가 용가리 통뼈 뉴스와 나는 꼼수다를 따라할 수 있느냐?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책으로의 변화를 인지하면서도 수익 면에서 보장이 안 되다 보니 종이책을 버릴 수 없는 출판업계나 포털로의 변화를 인지하면서도 계속 종이신문을 찍어내며 망해가는 신문업계처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시간만 죽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종편의 등장으로 자기들끼리 싸움만으로도 골치가 아플 것이고...

네이버 연간 광고 수주액이 1조 2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mbc가 8천억 정도) 네이버가 90년대 말에 등장했으니 대략 20년만의 성장이다. 그 때는 그래도 기성매체가 먹고 살만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상황이 더욱 좋지가 않으니 기성매체의 주도권 상실은 앞으로 몇 배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현실을 인식하고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기성매체가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걸 더 가속화 하는 데, 그러니까 ‘용가리 통뼈 뉴스’와 ‘나는 꼼수다’가 더욱 돋보이도록 하는 데 일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EBS <지식채널e> 전 담당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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