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외국인 투수들의 선발 맞대결에선 승부가 나지 않았다. 기록 측면으로 보자면 삼성의 뷰캐넌이 좀 더 좋았다. 볼넷이 많지 않던 가뇽은 볼넷이 많이 나오며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리고 포수 한승택의 경기력이 불안했다는 점에서 선발 가뇽으로서는 아쉬웠을 듯하다.

기아는 1회 1사 후 터커의 2루타로 기회를 잡았다. 최형우의 평범한 타구에 실책이 나오며 1사 2, 3루의 기회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초반 부캐넌의 투구는 기아 타자들를 압도했다. 나지완의 좌익수 플라이는 너무 낮았다.

부캐넌의 투구에 밀려 큰 타구를 날리지 못하며 득점에 실패한 후, 유민상은 날카로운 커브에 말려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선취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한 기아는 그렇게 3회 삼성에게 선취점을 내주며 끌려가는 경기를 했다.

가뇽은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후 번트 타구를 2루 송구하는 과정에서 실책을 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김상수의 희생플라이로 실점까지 했으니 말이다. 4회에도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안타와 볼넷이 이어지며 불안한 상황은 지속되었다.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가뇽 (연합뉴스 자료사진)

5회 김응민, 김상수가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여기에 가뇽은 박찬도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만루 상황을 만들어주고 말았다. 하지만 가뇽을 1루 땅볼로 만들어내며 병살 기회를 잡았다. 1루수 유민상은 홈으로 던져 아웃카운트를 잡았지만 한승택이 그 어디에도 송구하지 못하며 기회를 놓쳤다.

1루 백업이 늦었다고 판단했다면 2루 송구라도 해야 했다. 한승택이 공을 잡고 있는 동안 2루에 여전히 삼성 타자가 들어서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는 결국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살라디노의 텍사스성 안타로 인해 0-3까지 점수차가 벌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아에는 터커가 있었다. 점점 살아나고 있는 박찬호가 선두 타자로 나서 우측 선상을 타고 가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김호령의 유격수 땅볼을 이학주가 송구 실책을 하며 상황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터커는 부캐넌을 상대로 시원한 동점 3점 홈런을 만들며 균형을 잡았다.

이학주의 어이없는 실책이 없었다면 경기 자체가 바뀔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이 이번 경기의 분수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부캐넌은 5이닝 동안 105개의 투구수로 8 피안타, 2 사사구, 7 탈삼진, 3 실점, 2 자책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뇽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 후 김지찬에게 안타와 김응민에게 볼넷까지 내주며 마운드를 홍상삼에게 넘겨야 했다. 하지만 홍상삼은 폭투를 하며 주자를 한 베이스 진루시키며 위기를 맞았다. 박해민의 2루 땅볼로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김상수에게 볼넷까지 내주며 다시 1사 만루 상황에서 대량 실점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홍상삼이 달라졌어요'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박찬도와 구자욱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벗어났다. 폭포수 같은 커브는 삼성의 2, 3번 타자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삼성이 만약 이 상황에서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면, 당연히 경기 흐름을 가져갔을 것이다. 이학주의 어이없는 실책에 이은 만루 상황을 살리지 못한 삼성은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선발 가뇽은 5와 1/3이닝 동안 106개의 공으로 5 피안타, 4 사사구, 4 탈삼진, 4 실점을 했다. 볼넷이 문제였다.

역전이 된 상황에서 6회말 기아는 다시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나주환이 시원한 동점 홈런을 만들며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7회 삼성은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다. 홍상삼이 살라디노와 이학주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연속 볼넷을 내준 홍상삼, 다시 제구 난조로 빠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동점 상황에서 기아는 고영창을 마운드에 올렸다. 무사 1, 2루 상황에서 한승택의 2루 송구는 날카로웠고 리드가 컸던 살라디노가 아웃이 되며 분위기는 급격하게 무너졌다.

KIA 타이거즈 터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승택은 이번 경기에서 송구가 항상 유격수 방향으로 빗겨가며 도루를 내주고는 했다. 2루 방향으로 던져야 태그가 쉽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도루를 내줄 수밖에 없는 송구였다. 하지만 7회 살라디노를 잡는 과정은 오히려 이게 득이 되었다.

이원석에게 안타를 내주기는 했지만 2루 주자가 아웃된 상황에서 점수는 나올 수 없었다. 김지찬을 2루 병살로 잡은 기아는 7회 말 다시 기회를 잡았다. 선두 타자로 나선 터커가 시원한 2루타를 쳐냈다. 슬라이딩으로 2루에 들어선 터커는 송구가 빠지는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3루까지 내달려 다시 슬라이딩을 하며 무사 3루 기회를 만들어냈다.

이 상황이 중요한 것은 터커의 이 주루가 결국 역전의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터커가 크게 벗어나지도 않은 송구를 보며 2루에 만족했다면, 역전은 어려웠을 것이다. 최형우의 단타로 홈까지 들어올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터커의 이 공격적인 플레이는 결국 승부를 가르는 이유가 되었다.

1점 차로 앞서자 기아는 전상현과 문경찬을 마운드에 올리며 삼성 주말 3연전 첫 경기를 잡았다. 이번 경기는 가뇽의 볼넷 남발과 한승택의 도루 허용 등이 겹치며 불안했다. 하지만 삼성은 어이없는 실책과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기아가 최근 경기에서 반복적으로 역전승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은 반갑게 다가온다. 그만큼 팀이 끈끈해지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터커는 동점 홈런에 이어 역전의 발판이 된 장타와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로 팀 전체를 고무시켰다. 이번 경기의 영웅이 최형우가 아닌 터커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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