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국민성공시대다. 성공이란 단어를 사전적으로 풀이한다면 세운 뜻을 이루거나 아니면 재산을 모으고 사회적으로 출세한 것을 뜻할 것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거나 인수위 위원, 청와대 비서진, 각료의 진용을 보면 성공이란 입지보다도 축재와 출세를 의미하는 것 같다.

성공을 너무 세속적인 잣대로 재서 그런지 그들은 재산도 많고 학력도 경력도 화려하다. 그야말로 성공한 인사들이다. 국민의 눈에는 성층권에 사는 사람들로 비춰 너무나 거리감과 이질감을 준다. 국민성공시대란 이런 것인가 싶어 거부감과 허탈감마저 느끼게 한다.

▲ 경향신문 3월3일자 4면.
재산과다는 문제일 수 없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는 축재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장관후보자는 그와 거리가 멀다. 위장전입, 미등기전매, 토지명의신탁, 농지불법매입, 세금이중공제, 임대소득누락, 외환법위반 등등 온갖 수법이 다 나온다. 허위경력, 제자논문표절, 논문중복게재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영어자랑을 늘어놓더니 자식들도 미국 시민권자이거나 영주권자가 많다.

이런 사유로 김영삼 정권 시절에도 장관 후보자 여럿이 퇴진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한나라당의 인사검증은 매서웠다. 숱한 총리-장관후보자들이 망신을 당하고 봇짐을 샀다. 그 때 그 잣대라면 장관 중에 몇이나 살아남을지 모를 일이다. 서넛이 물러난다고 풀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집권세력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가관이다. 일만 잘하면 된다, 능력이 우선이다 따위가 그것이다.

▲ 한겨레 3월3일자 3면.
압축성장기에는 제도도 허술하고 사회도 부패했다. 불법적-탈법적 재산형성에 대한 사회적 용인도도 높았다. 그러나 사회가 점차 안정되고 투명해지면서 공직자에게 한층 높은 덕목을 요구한다. 그런데 사회변화에는 고개를 돌리고 성공하면 그만이지 도덕성과 정직성은 필요 없다는 천박한 소리나 내뱉는다.

집권세력은 이미 인수위 시절 점령군처럼 비칠 만큼 독선적이었다. 인수위는 대통령직을 인수하기 위해 부처별로 조직-기능을 점검하고 예산현황을 파악하고 취임행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소임이 끝난다. 그런데 영어몰입교육, 숭례문 성금모집, 인사잡음, 장어접대 등 너무나 소란스러웠다. 밀실에서 만든 정부조직개편안을 국민적 논의도 거치지 않고 밀어붙였다.

이명박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 실패는 곧 국민의 고통이니까 하는 말이다. 과거정권들이 권력중독에 걸려 마비현상을 보이다 실패하고 말았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지마라. 인구에 회자되는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를 우스갯소리로 들어서는 안 된다. 얼룩진 잣대를 버리고 국민과 호흡하는 자세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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