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마린 보이'는 고개를 떨궜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나쁜 몸 상태와 기량 저하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세계수영선수권에서 출전 종목 모두 결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겪은 것입니다. 부진에 대한 다양한 설이 나왔고, 많은 비판이 쏟아지면서 '베이징 올림픽의 영웅'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마린 보이가 아니었습니다. 스승과 의기투합한 마린 보이는 이를 악물고 피부가 탈 때까지 물살을 가르고 또 가르며 노력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100,200,400m 금메달을 따내며 2회 연속 아시안게임 3관왕으로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오직 경기에만 집중하고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한 노력을 한 덕에 이뤄낼 수 있었던 쾌거였습니다. 이후에도 마린 보이는 또 하나의 목표이자 반드시 명예 회복을 해야 하는 무대인 바로 이 대회, 2011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을 위해 또 다시 노력을 거듭했습니다. 그 노력의 결실을 맺고 2년 전의 아픔을 완전히 씻어낼 수 있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 박태환선수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조지 F. 헤인즈 국제수영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우승한 뒤 옆 레인 선수의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연합뉴스
'마린 보이' 박태환(단국대)이 출전하는 2011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이 지난 16일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시작으로 보름간의 열전에 이미 돌입했습니다. 박태환은 24일 오전, 자유형 400m 예선을 시작으로 자유형 200m, 자유형 100m 순으로 시합에 나서 최소 금메달 1개를 목표로 대회에 나서게 됩니다. 2년 전 로마 세계수영선수권에서의 참패를 딛고 완전하게 회복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박태환은 명실공히 자유형 세계 최강자로 당당히 다시 거듭나는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그 무대가 이번 상하이 세계선수권이 되기를 많은 팬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태환과 이번 대회가 열리는 중국은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곳입니다. 한국인 최초 올림픽 수영 금메달을 따냈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2회 연속 아시안게임 3관왕을 차지했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좋은 추억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이번 세계선수권까지 만약 좋은 추억을 만든다면 박태환은 중국에서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을 모두 석권한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진정한 '약속의 땅'이자 '기회의 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기회의 땅'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박태환은 정말 많은 훈련을 했습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잠시 개인 시간을 가졌던 박태환은 호주, 멕시코 등지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갖췄습니다. 스타트부터 시작해 턴, 잠영, 돌핀킥 등 모든 부분을 가다듬고 순간적인 파워, 호흡 조절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박태환은 지난 달 열린 미국 산타클라라 수영 대회를 통해 훈련 성과를 점검하며 체크를 하기도 했습니다. 온 힘을 쏟지 않았음에도 상당히 본인 스스로 만족스러워 할 정도였고, 충분히 많은 것을 기대하게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더욱 세세하고 치밀한 훈련을 전개한 박태환은 아주 만족스러운 컨디션을 유지하며 결전지인 상하이에 입성했고, 조용히 준비를 하며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박태환이 이번 대회에서 더 기대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1천500m가 아닌 100m에 출전하는 점입니다. 이전까지 박태환은 200, 400m 외에 1천500m에 출전해 왔습니다. 200, 400m와는 다르게 지구력 싸움으로 경기를 펼치다보니 박태환이 갖고 있는 장점을 제대로 살리기는 역부족인 점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1천500m 기록은 더욱 처지는 결과만 잇달아 나왔습니다. 이것이 박태환의 기량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볼 코치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자유형 100m가 더욱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박태환을 설득했습니다. 결국 박태환은 100m를 통해 주종목 실력을 가다듬는 데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1천500m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꾸준하게 100m 종목을 준비하고 기량이 됐다고 본 볼 코치는 박태환을 실제 자유형 100m 경기에 출전시켰습니다. 100m를 통해 오히려 200, 400m에 더욱 장점을 쏟아붓고 집중할 수 있게 된 박태환은 이 '100m 효과'를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꿈꾸고 있습니다.

박태환의 라이벌로는 중국의 쑨양, 장린, 독일의 파울 비더만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태환은 이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페이스만 유지하겠다고만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며, 외부 환경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경기 당일까지 잘 조절만 한다면 언제든 좋은 기록으로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합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박태환이 스스로 컨트롤만 잘 해낸다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세계신기록 달성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보게 됩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봤을 때 어쨌든 박태환 개인에게나, 주변 분위기는 2년 전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보다 훨씬 좋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2009년 세계선수권 이후 1년간 박태환의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만큼 세계선수권 한 번으로 박태환은 스스로 자존심을 구기며 침체된 분위기를 맛봐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보란듯이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더 높은 목표를 찍는 그 순간을 향해 더욱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폭발적인 역영을 펼치며 마지막에 포효하고 활짝 미소를 띠는 '마린 보이' 박태환의 모습을 이번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에서 꼭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박태환 결선 일정 안내

7월 24일 19:12 자유형 400m
7월 26일 19:00 자유형 200m
7월 28일 19:34 자유형 100m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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