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남성 아나운서는 정규직으로, 여성 아나운서는 계약직·프리랜서로 채용한 대전MBC에 대해 “성차별”이라고 지적하고 정규직 전환을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MBC 지역 계열사 여성 아나운서 프리랜서 비율이 높은 것을 두고 “방송계 전반에 성차별적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MBC 본사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해 6월 유지은 아나운서·김지원 전 아나운서는 대전MBC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남성 아나운서는 정규직으로 채용되지만, 여성은 계약직·프리랜서 계약을 맺어왔고 근로조건에 있어서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성차별 문제가 공론화되자 대전MBC는 유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언론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전MBC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꾸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대전MBC에게 ‘여성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남성은 정규직 아나운서, 여성은 계약직-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채용한 것은 성차별”이라면서 “1990년대 이후 대전MBC 정규직 아나운서는 모두 남성이며 계약직 아나운서와 프리랜서 아나운서 등 비정규직은 예외 없이 여성이 채용됐다. 오랜 기간 지속된 성차별적 채용 관행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형태만 프리랜서일 뿐, 여성 아나운서는 남성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면서 “대전MBC는 여성 아나운서 고용 형태를 정규직에서 프리랜서로 전환한 것은 ‘여성은 나이가 들면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 정규직 전환의 책임을 회피하고 손쉽게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성차별적 채용 및 고용 환경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대전MBC에 대해 ▲성차별적 채용 관행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 업무를 수행한 유지은, 김지원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유지은, 김지원 아나운서에 위로금 각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번 인권위 권고로 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 성차별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MBC 지역 계열사 아나운서 고용 형태를 보면 남성 아나운서의 정규직·무기계약직 고용 비율은 87.8%에 달하지만, 여성 아나운서의 계약직·프리랜서 고용 비율은 61.1%에 이른다.

인권위는 “방송계 전반에 성차별적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MBC는 본사를 포함해 지역 계열사 방송국의 채용 현황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 방송국과 협의해 성차별 시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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