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KBS 정규프로그램들이 결방을 예고한 가운데 '혹서기 편성'까지 예고되자 방송작가들이 생계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작가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KBS의 비상경영계획, 코로나19로 인한 결방에 ‘혹서기 편성’까지 더해지면 5주간 강제 실직 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혹서기 편성을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혹서기 편성’이란 제작비 절감을 위해 휴가철 정규방송을 결방하고 재방송이나 특집, 구매다큐 등을 편성하는 것이다. 혹서기 편성은 몇 년 전부터 시행됐지만, 방송작가들에게 본격적인 생계 위협으로 다가온 건 지난해부터라고 한다. 지난해 KBS가 적자 해소 방안으로 비상경영계획안을 발표했고 전국적으로 ‘혹서기 편성’을 권고해 프로그램들은 줄줄이 결방됐으며 해당 프로그램 작가들은 강제 실직 혹은 무급휴가에 돌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진=KBS)

방송작가유니온(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은 구체적으로 KBS 지역국 상황을 전했다. 지난해 KBS 광주총국 A 프로그램의 경우 혹서기 2주 결방에 자체 기획 특집 방송 2회가 추가됐다. 이로 인해 해당 프로그램 작가는 4주 결방 사태를 감수하게 됐다. KBS 대전총국의 B 프로그램은 혹서기 3주 결방에 특집이 2회 편성되면서 작가들이 5주를 쉬어야 했다. 작년 여름, 혹서기 편성으로 인해 전주, 부산, 창원총국 작가들이 적게는 2주 많게는 5주간 강제 실직 상태에 놓였다고 전했다.

문제는 올해도 코로나에 이어 혹서기 편성이 예고됐다는 점이다. 방송작가유니온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KBS는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1~2주 정도 정규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대체편성하라는 공문을 전국 총국에 내려보냈다. 많게는 3주간 정규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될 수 있으며 이미 상당수의 지역총국에서 혹서기 편성이 거론되고 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결방에도 급여에 큰 변동이 없는 정규직과 달리 ‘중단기 결방’은 방송작가와 같은 프리랜서 및 비정규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협받는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와 총선 등으로 결방이 잦았던 올해, 혹서기 결방 조치까지 시행된다면 작가들의 경제적 피해는 클 것이라고 했다.

앞서 4월 방송작가유니온이 방송작가 15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긴급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코로나로 인해 ’방송 연기·축소·폐지‘ 등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작가가 8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프로그램과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응답자의 70%가 대기 상태에 놓이거나 강제 무급휴가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작가유니온은 “공영방송 KBS는 왜 적자경영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에게 일방적인 고통을 강요하냐”며 “작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혹서기 결방에 이어 혹한기 결방까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KBS에 ‘혹서기 편성’ 결방 조치 중단 및 정규직과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상생하는 방향의 경영적자 타개책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KBS는 지역국 혹서기 편성 예고에 대해 "1, 2TV 여름 특별편성은 전사적으로 매년 실시해 왔고 지역에 따로 내려간 공문은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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