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가 세계를 제패하는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참 꿈만 같던 일이었습니다. 유럽, 남미를 제외한 제3세계 국가들의 도전이 줄을 이었지만 유독 아시아는 아프리카, 북중미에 비해서도 다소 처져 보이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1999 여자월드컵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아시아 축구의 세계 정상을 향한 도전은 여자 축구를 통해 그야말로 급물살을 탔습니다. 2008년에는 북한 여자 축구가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우리 여자 축구가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 3위, 그리고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에 성공하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U-17 여자월드컵에서는 일본도 준우승을 차지해 여자 축구의 아시아 강세 현상이 최근 잇따라 이어졌습니다.
일본 여자 축구의 우승은 강인한 팀 정신이 크게 한 몫 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통념을 깨고 일본은 끈기 있고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짧은 패스 위주의 축구로 매 경기 선전을 거듭했습니다. 탄탄한 체격과 기술을 겸비한 강팀을 상대해서도 일본은 결코 주눅 들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지는 경기력으로 독일, 스웨덴, 미국 등 강팀들을 연달아 격파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연승 행진을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을 가져다주면서 거의 완벽한 우승을 이뤄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강세를 달린 중국 여자 축구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줬던 일본 여자 축구대표팀이었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여자 축구가 세계 벽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높인 계기를 만든 것은 가장 큰 수확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중국, 일본, 북한 등 전통적으로 여자 축구 강국으로 떠올랐던 국가들의 도전, 여기에 신흥 강국인 한국의 가세로 여자 축구는 유럽-남미 양강 체제에서 유럽-남미-아시아 3강 또는 유럽(남미)-아시아 새로운 2강으로 판이 재편되는 결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동아시아 각 국 축구협회, 그리고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은 이 같은 체제를 더욱 확고히 가져오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성인 남자 대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점점 규모나 시장 면에서 커지고 있는 여자 축구의 비중에 걸맞게 축구계 전반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겁니다.
일본은 꾸준하게 여자 월드컵 무대에 도전하며 마침내 세계 제패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많은 투자와 지원, 노력이 더해졌기에 얻을 수 있었던 성과였습니다. 한국도 지금부터 잘 준비하면 그 이상의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언제나 한국에 많은 자극을 주었듯이 이번 여자월드컵 결과를 계기로 한국 여자 축구가 더욱 자신감을 얻고 세계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능성과 잠재력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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