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조선일보의 오보 정정 코너인 ‘바로잡습니다’가 단순 실수나 오탈자 수정에 가까워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선 호남대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치미 떼고 외면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평했다.

한선 교수는 17일 한겨레 ‘미디어 전망대’에서 <정정보도와 저널리즘의 권위>라는 제목으로 자발적으로 정정보도에 나선 언론사의 변화를 짚었다. 한겨레를 비롯해 조선일보, KBS가 자사 보도를 되짚고 공개적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전향적 자세를 나타냈다고 꼽았다.

17일 한겨레 [미디어 전망대] 정정보도와 저널리즘의 권위

한겨레는 ‘윤석열 검찰총장 접대 의혹’기사를 1면에 정정 보도하며 사과했고, 오보 발생 원인과 경위를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고 인정했다는 점, 저널리즘책무실 등 별도의 기구를 설치해 성실한 이행을 다짐한 점 등이 나름 신선했다고 밝혔다.

한선 교수는 조선일보의 ‘바로잡습니다’ 신설 역시 취지가 좋다고 했다. 언론중재위원회나 사법부의 판단, 또는 기사 관련자의 요구가 없더라도 스스로 먼저 기사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선언이기에 눈길을 끌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조선일보가 자발적으로 오류를 정정하겠다는 것은 진일보한 자세임이 틀림없다”면서도 “딱 거기까지”라고 짚었다. 이어 “(조선일보는) 단순 실수나 오탈자 수정에 가까워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사례가 더 많다”고 짚었다.

예를 들어 1일 첫 ‘바로잡습니다’에서 윤미향 의원 관련 정정 보도를 냈지만, ‘김복동 장학금’ 오류 정정이 아닌 윤미향 ‘전 대표’를 윤미향 ‘교수’로 잘못 표기했다는 내용이었다. 조선일보의 해당 보도와 관련해 윤 의원은 2012년 3월 13일 자신의 자녀가 받은 돈은 2016년 5월 지급된 ‘김복동 장학금’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한 교수는 “시치미 떼고 외면하는 것보다 더 나빴다”고 평했다.

조선일보는 6월 1일부터 “오직 팩트”를 선언하며 매일 2면에 1개 이상의 정정보도를 싣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오보로 현실을 중대하게 왜곡하거나 타인의 명예에 상처를 입힌 경우 잘못을 바로잡고 사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보를 낸 경위까지 밝히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바로잡습니다'

하지만 첫 정정보도가 나온 1일부터 오탈자 수정이 주를 이뤘다. 2일에는 1일자 <조용헌 살롱 ‘지리산 형제봉 주막’>에서 ‘유명리 새재마을’은 ‘유평리 새재마을’의 잘못이라고 정정, 같은 날 <휘발유값 18주만에 반등>에서 ‘성유텍사스산 원유’는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잘못이라고 밝혔다. 단순 오탈자 수정이다.

5일에는 김자점이 반정에 참가한 지 22년이 아니라 23년 만에 영의정에 올랐기에 연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바로 잡았고, <재밌는 과학>에서 COOH를 COOK, COONa로 바꿨다. 3일자 ‘만물상’에 표기된 49개월 분을 48개월 2일치로, 증액을 감액으로 바로잡기도 했다. 6일, 8일, 10일, 11일, 12일, 16일, 17일 모두 날짜, 지역명, 담당자 직책명 등을 오기한 내용을 바로잡았다.

자발적 정정이 아닌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내용 수정은 두 차례 있었다. 10일에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美 FDA 한국 진단키트 사전 승인? 알고보니 외교부의 ‘가짜뉴스’>기사에서 외교부의 발표가 ‘가짜뉴스’가 아니라고 바로잡았다. 13일에는 지난 5월 22일자 <소득격차 악화하는데 ‘소주성’ 안 고치고 통계 조작> 사설에서 통계청 조작은 사실이 아니며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통계청의 입장을 실었다.

중요한 사실을 잘못 보도한 경우 '윤미향 교수' 사례처럼 문구만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 12일자 ‘바로잡습니다’에서는 6일자 <文 사저 부지 판 삶은 경남고 2년 후배>기사에서 사저 부지를 매도한 A씨는 경남중·고 동기회장은 맡지만 경남중만 졸업했기에 경남중 후배가 맞다고 정정했다.

사실확인을 하지 않아 오보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4일 ‘바로잡습니다’에서는 1일 자 <3억 모금한 조국백서, 또 출간 미뤄져>기사에 조국 백서 필진 중 한 명인 고일석씨에 대해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25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휠체어를 밀고 기자회견장에 왔다는 가짜뉴스를 인터넷에 유포한 인물’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 한 매체의 보도를 보고 추가 확인 없이 보도했다며 사과했다. 조선일보가 확인 없이 받아쓴 보도는 조선일보 계열사 조선비즈의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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