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 피해당사자 명진스님(전 봉은사 주지)이 국가와 조계종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명진스님은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우리함께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기관이 저질스러운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사실이 한심스럽다"며 손배 청구 소송 사실을 알렸다. 명진스님은 문재인 정부에서의 국정원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에게 국정원장에 대한 책임을 묻고, 권력기관 개혁에 다시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명진스님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함께빌딩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국가·조계종 손배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명진스님측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원으로 하여금 불법사찰 실태와 자료를 전면 공개토록 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할 것 ▲더불어민주당과 국회는 국정원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정원 개혁을 위한 입법조치에 즉각 착수할 것 ▲국정원 개혁을 위한 시민투쟁기구 구성 제안 등을 천명했다.

앞서 명진스님은 지난해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진행, 일부 승소해 국정원으로부터 관련 사찰파일 30건 중 13건을 받았다. 지난 2월 MBC, 오마이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명진스님에 대한 사찰과 함께 명진스님 봉은사 퇴출을 위해 보수언론·인터넷 매체 중심의 언론공작 계획을 세웠다. 관련 문건에는 ‘봉은사 주요 현황’, ‘명진의 각종 추문’, ‘명진의 종북 발언 및 행태’, ‘봉은사 내 명진 지지세력 분포 및 시주금 규모’, ‘사설암자 소유 의혹’, ‘개인정보호법 위반 의혹 등 비리 수사로 조기퇴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명진스님은 나머지 사찰 문건의 공개도 요구하고 있지만 국정원은 국가안보사안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하고 있다. 명진스님이 문 대통령에게 국정원장에 대한 책임을 묻고, 권력기관 개혁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촉구하는 이유다.

명진스님 소송 대리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측은 "실제 국정원이 자행한 사찰 전체 건수의 빙산의 일각"이라며 "명진스님은 이번 소송을 통해 국정원의 불법행위의 전모를 파헤칠 계획"이라고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은 "국정원은 불법사찰 내용에 대해 공개를 거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찰 자료를 폐기하지도 않고 있다"며 "대통령 직속 국정원개혁위원회에게도 불법사찰 실태와 자료를 감추며 기망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명진스님은 6월 말까지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통령 개인면담 신청, 청와대 앞 1인 시위 등을 통해 권력기관 개혁을 촉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명진 스님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봉은사 주지스님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의 촛불집회 통제, 4대강 사업 등을 강도높게 비판한 불교계 인사였다. 2017년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청와대는 명진스님의 사생활, 비위행위 등 특이동향 파악과 명진스님의 좌파활동 경력 온라인 확산 등을 국정원에 요청했다.

한편, 국정원 개혁을 위해서는 관련 입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시민사회 목소리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3일 참여연대, 민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7개 단체로 이루어진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에 입법을 통한 국정원 개혁을 촉구했다. 국정원의 직접수사권을 폐지·이관하고, 국내보안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등 국정원 권학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20대 국회에 제출된 국정원법 개정안 15개는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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