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 수사팀 감찰에 착수했으나 제동이 걸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법무부가 관련 진정사건을 대검 감찰부에 넘겼고, 감찰부는 감찰에 준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나 대검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사건을 배당하며 감찰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윤석열 검찰총장은 채널A-검사장 유착의혹 사건에 대해 감찰부장의 감찰 통보를 반려하고, 대검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 같은 보도의 배경에는 한동수 감찰부장이 지난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있다. 한 부장은 이 글에서 "감찰부장으로서 담당, 처리 중인 채널A 사건, 한명숙 전 총리 민원 사건과 관련한 여러 사실과 기록이 모아지고 있다"며 "한 전 총리 사건은 이미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이 되어 진상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감찰이 제동에 걸렸다는 보도가 나오기 전, 주요 언론에서는 한 감찰부장이 '정치적 언사'를 하고 있다는 검찰·법조계 비판 목소리를 전했다.

경향신문 6월 15일 <이번엔 '한명숙 사건'… 검찰총장이 감찰부장 또 제동>

15일 경향신문은 <이번엔 '한명숙 사건'… 검찰총장이 감찰부장 또 제동>이라는 제목의 단독기사에서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 수사팀 감찰에 착수했으나 제동이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 감찰3과는 지난달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섰던 한만호씨의 동료 수감자 최모씨의 고위 검사 진정 사건을 법무부로부터 받았다. 법무부는 당시 '참조' 의견으로 감찰3과를 특정해 진정 사건을 넘겼고, 감찰부는 즉각 감찰에 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대검이 해당 진정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하면서 감찰 작업이 중단됐다는 게 보도의 요지다. 대검은 법무부가 진정 사건을 보낼 때 특정과를 지정할 권한이 없고, 사건의 징계시효가 지나 감찰 대상도 아니라고 봤다.

한 부장은 지난 13일 "대검 감찰부는 징계(징계시효 완성된 경우의 주의, 경고, 인사조치 등의 신분조치 포함), 사무감사 업무 외에도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 검찰청 공무원의 비위 조사 중 범죄혐의가 인정될 경우 수사로 전환하여 각종 영장청구,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게재했다.

한 부장은 "(감찰부는)상당 수의 검사, 수사관을 보유하고 있고 감찰3과는 11층 과거 대검 중수부 조사실을 사용하고 있다"며 "감찰부장은 감찰청법에 따라 법무부 주관의 공모, 심사를 거쳐 검찰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검사 신분을 취득하여 검사장 처우를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부장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이미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이 되어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이를 정치쟁점화하여 진상 규명이 지연, 표류하지 않게 하려면 관계부서의 입장에서는 사건의 과정(방법)과 결과(처리방향)를 명확히 구분하여 사건의 결과를 예단하지 말고 오로지 사건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고 처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한 부장은 한 전 총리 사건 재조사 결과에 인권부와 감찰부의 관계, 대검 감찰부의 독립성 보장방안 등 제도개선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 부장은 "감찰부장으로서 담당, 처리 중인 채널 A 사건, 한명숙 전 총리 민원 사건과 관련한 여러 사실과 기록들이 모아지고 있다"며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두분 모두 이 사건들을 '사심없이' 바라보고 있음을 믿고 싶다"고 했다.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TV, 한동수 감찰부장 페이스북)

경향신문 단독보도 전 상당수 언론에서는 한 부장의 글을 비판하는 검찰, 법조계 측 목소리가 주요하게 전해졌다.

조선일보는 13일 <법조계 "이미 진상조사팀 활동 중인데… 오히려 감찰부장이 정치적 언사">기사에서 "검찰 안팎에선 '이미 검찰 내 진상 조사팀이 꾸려져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검찰총장 지시로 지난 10일부터 이용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과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 검사 3명을 투입한 전담 조사팀이 한 전 총리 수사팀이 작성했던 수사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2일 본지 보도 등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한 본부장이 그 다음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별도 감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검찰 출신 변호사, 서초동의 한 변호사를 인용해 "검찰 내부에 정규 부서의 수사나 진상 조사가 진행되고 있을 경우 감찰이나 징계 필요성은 추후 판단해야 하는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감찰본부장이 오히려 정치적 발언을 하고 있다", "한명숙 사건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치 객관적 ‘감찰 사유’가 있는 것처럼 단정한 것의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감찰 착수 근거가 무엇인지도 추후 따져봐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날 중앙일보는 기사<대검 감찰부장 '한명숙 사건' 언급에… "비공개 공개한 셈" 비판>에서 "검찰 안팎에서는 이같이 현재 조사·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 부장이 SNS에 공개적으로 이와 관련된 의견을 밝힌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검찰 간부가 공개적으로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밝힌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보도에서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감찰부장이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어떤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며 “유아적 발상이고, 감찰부장으로서의 자격 또한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차장급 검사는 "검찰 내에선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기본적으로 업무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정식 공보 절차를 제외하고, 개인적·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히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현직 검사는 "마치 객관적 사유로 감찰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이는 당시 수사팀 관계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14일 <이번엔 한명숙으로 윤석열 저격…감찰부장 논란의 'SNS 글'>기사에서 "보안도, 중립도 모두 어겼다"는 검찰 내 목소리를 재차 전했다.

한국일보는 14일 <대검 감찰부장, 한명숙 사건 감찰 시사 발언 부적절 논란>기사에서 "검찰 내부에서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비공개가 원칙인 감찰 직무 관련 내용을 SNS에 올렸다는 이유"라고 보도했다.

6월 15일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지면 갈무리

15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지면에는 각각 <대검 감찰부장이 페북에… "한명숙 수사, 진상조사해야">, <대검 감찰부장이 SNS에 "한명숙 사건 진상조사 불가피">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검찰·법조계 비판에 더해 한 부장의 성향을 문제 삼았다.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팔면봉' 코너에서 "대검 감찰부장, '전 정권 때 사건'을 감찰하겠다고 '페이스북'으로 시사. 문주주의(文主主義) 시대 이상적 공무원 모습"이라고 썼다.

대검 대변인실은 이날 경향신문 보도와 관련해 "한명숙 사건과 관련, 최근 언론 등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징계시효가 도과된 사안이므로 원칙적으로 감찰부의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은 "검찰공무원의 수사 관련 인권침해 의혹 사건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새로 설치된 대검 인권부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인권침해 의혹 사건의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가 필요한 사안은 감찰부로, 형사처벌이 필요한 사안은 수사 부서로 배당된다. 참고로, 진정인도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4월 채널A-검사장 유착 의혹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 부장의 감찰 통보를 반려하자 주요 보수언론은 한 부장이 윤 총장에 '항명'한 것이라는 검찰측 비판을 주요하게 전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검찰 안팎의 비판을 전하며 한 부장이 '추미애 법무부'를 대변한다고 보는 기류가 있고,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며, 선거 국면에서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한다고 했다.

반면 당시 윤 총장이 해당 사건의 감찰을 반려하고 대검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보도한 한겨레는 "윤 총장이 대검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은 강제수사권이 있는 대검 감찰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검찰 비위 조사 전담기구인 감찰본부를 놔두고 인권부에 조사를 맡기는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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