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평행세계를 오가던 이들은 그렇게 영원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함께 나이 들며 오늘만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행복했을까? 누구를 위한 행복이 아닌 자신을 위한 행복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진짜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김은숙 월드는 안녕하신가요? 좀 더 세심하게 살펴야겠지만 결론은 ‘아니오’이다. <미스터 선샤인>을 통해 서사의 완성도를 급격하게 올렸던 김은숙 작가가 평행세계를 다루면서 그 서사의 힘이 무너진 듯하다. 그 안의 논리는 나름 완성도를 가지지만 '신'이 개입하며 모든 것은 한 축으로 돌 수밖에 없었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

1994년 역모가 일어나던 날로 가기 위해서는 신재가 데리고 있는 이림과 함께 차원의 문으로 들어서야 한다. 하지만 그 역할은 신재가 아닌 태을의 몫이었다. 사랑 고백을 했지만, 태을에겐 곤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림을 데리고 차원의 문을 넘어선 태을과 이림을 제거하기 위해 천저고에 들어선 곤과 영.

과거는 다시 변했다. 미래의 이림을 제거한 과거의 이림은 거침없이 어린 태자를 제거하려 했다. 하지만 미래에서 온 이곤과 조영에 의해 역모는 실패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린 태자가 공격을 하지 못하며 완전한 식적은 이림의 것이 되었다.

완전한 식적을 가지고 도주하던 이림은 대숲에서 거대한 차원의 문을 발견하고 놀란다. 하지만 그게 그가 갈 수 있는 전부였다. 사인검을 들고 나타난 이곤에 의해 역적 이림은 참수를 당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제국에서 사 온 씨앗은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싹이 나지 않았다. 차원에서는 총도 무의미한 상황에서 이림이 완벽한 식적을 얻자, 이곤과 태을이 가지고 있던 반쪽 식적은 사라졌다. 그렇게 자신의 승리를 장담하던 이림은 차원이 무너지며 총에 맞아 사망하고 말았다. 싹이 나오는 것을 신호로 차원은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모든 것은 그렇게 정리되었다. 암 투병 중인 루나는 대한민국에 남아 아버지와의 마지막을 정리했고, 신재는 어머니에게 진짜 신재와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자신을 탓하던 어머니는 뛰어와 안으며 너도 아들이라는 말로 위안을 줬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

조영은 마지막까지 황제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졌다. 그렇게 모든 것은 완성되었다. 과거 역모를 했던 이림이 사망한 후 모든 것은 정상을 찾았다. 조영과 루나의 죽음 역시 리셋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니었다.

신재는 이림이 아닌 부영군을 만나 형사로 성장했다. 루나는 구서령의 어머니에 의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제국에서 신재와 루나는 그렇게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구서령은 총리가 되지 못한 채 의원으로 횡령해 범죄자가 되어 있었다.

서령의 어머니로 인해 루나는 구서경이라는 이름으로 서령의 여동생이 되어 있었다. 어른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 루나의 삶은 잘 보여준 셈이다. 2022년 5월 27일은 루나, 아니 구서경의 생일이기도 했다. 신재가 아닌 현민은 그렇게 서경의 생일날 불러 함께했다.

신의 장난과 같은 그 운명의 끈은 그렇게 엮이게 되었다. 과거 이곤이 봤던 2022년 5월 27일은 태을이 아닌 서경의 모습이었다. 말 그대로 예지몽이었다는 의미다. 이곤은 쉼 없이 모든 차원의 문을 열었다. 온전한 형태의 식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간과 사람은 그대로이지만 수많은 차원 속 태을은 태을이 아니었다. 경찰이거나 군인이거나 모두 다른 의상의 이름도 다르지만 태을은 그렇게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수없이 반복되는 공간 여행을 하던 이곤은 드디어 태을과 만났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

모든 것을 완성한 지 2년 만에 드디어 곤과 태을은 재회하게 되었다. 너무나 기다렸던 사람. 그렇게 그들은 차원의 문을 오가며 꿈같은 사랑을 시작했다. 매주 주말 만나 함께 차원의 문을 드나들며 여행을 하는 그들에게 사랑은 영원했다.

시공을 초월한 그들의 하루만 사는 사랑은 영원하지 않지만,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 셈법을 넘어서 영원한 사랑을 이룬 <더 킹:영원의 군주>는 '아모오르'라는 간판이 선명한 과거의 거리에서 노인의 모습과 겹치며 마무리되었다.

김은숙 작가의 신작은 그렇게 16번의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평행세계를 다루며 다양한 재미들을 던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남는 것은 PPL’이라는 이야기는 서글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큰 기대를 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남게 됐다.

이민호와 김고은이 만들어낸 김은숙 월드. 그렇게 수많은 평행세계와 이를 관장하는 신의 개입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모호한 행복으로 마무리되었다. 완성도 면에서 <도깨비>보다 아쉽지만 퇴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차기작에서 멋지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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