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불공정 합병'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2015년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합병 찬성’ 여론조성을 위해 언론사에 36억 광고를 집행한 사실이 MBC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현재 이 부회장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이 이 부회장 경영승계에 유리하도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의하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시세조종을 벌였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합병 이후에는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4조5000억 원대 삼성바이오 회계사기를 벌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MBC는 11일 '뉴스데스크'에서 <"합병 찬성이 국익" 소나기 광고…기사도 대신 써줘>란 제목의 단독 리포트에서 검찰 수사결과, 삼성이 2015년 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최종 추인받는 주주총회에 앞서 우호적인 여론조성을 위해 전방위 여론전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MBC는 이 시기 삼성이 4일간 언론에 36억의 광고비를 집행하고, 기사 초안을 직접 작성하거나 경제전문가를 동원했다고 전했다.

11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합병 찬성이 국익" 소나기 광고…기사도 대신 써줘>란 제목의 단독보도가 나왔다. (사진=MBC)

MBC 보도에 따르면 2015년 5월 26일,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발표한 이후 10일만에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엣이 합병 반대를 공식화했다. 이에 삼성 미래전략실은 해외투기자본인 엘리엣의 ‘먹튀’가 우려된다며 '삼성물산 합병이 국익을 위한 조치'라는 여론몰이에 나섰다.

MBC는 “검찰 수사 결과에 드러난 삼성의 무기는 돈과 향응이었다.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을 중심으로 언론사 임직원들에게는 접대와 로비가 이뤄졌고 대가로 합병에 우호적인 기사가 실렸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합병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해서는 광고비를 줄이고, 일부 경제신문 기사에는 보도자료 제공을 넘어서 기사 초안까지 삼성이 직접 수정해줬으며, 경제 전문가들까지 동원됐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매일경제 기고문 <우울한 경제, 삼성마저 흔들리나>가 대표적 사례다. 기고문에서 박 전 장관은 "단기 차익을 겨냥한 `알 박기 펀드`로 악명 높은 엘리엇의 최근 공세도 역사가 일천한 우리 자본시장의 낡은 규율이 단초를 제공했다"며 "지난 10일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합병안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르지만, 해외 투기자본 때문에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합병이 무산돼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매일경제 기고문, 황영기 전 투자금융협회장의 연합뉴스 인터뷰,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의 동아일보 인터뷰

이밖에 엘리엣을 공격하는 황영기 당시 투자금융협회장(연합뉴스 <황영기 “삼성물산 합병 무산시 세계 벌처펀드 공격 유발”>)과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의 인터뷰(동아일보 <“헤지펀드,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때 경영권 빈틈노려>) 모두 삼성이 청탁한 것이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했던 30대 그룹 사장단의 긴급 간담회도 삼성 요청에 따른 행사였다는 게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고 MBC는 보도했다. 또 MBC는 당시 삼성이 합병을 최종 결의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4일간 270개 언론사 등에 ‘합병 찬성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광고 36억 원을 집행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는 외부 전문가들이 먼저 검토하게 됐다. 검찰시민위원회는 11일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에 비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인사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가 2주 안에 열려, 이 부회장의 기소 타당성을 논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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