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J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JYJ때문에 시작했으나 본질적으로는 JYJ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제 1. JYJ는 아이돌이다

JYJ는 동방신기에서 '시아준수, 믹키유천, 영웅재중'이 나와서 새롭게 만든 그룹이다. 동방신기는 아이돌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팀이다. 그런 동방신기의 맴버로 이루어진 팀이기 때문에 그들 또한 아이돌로서의 상징적 지위를 그대로 이어왔다.

독보적 아이돌이라는 상징이 갖는 의미는 이들에게 너무나 충성스러운 팬들과 너무나 충성스러운 안티팬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JYJ에 대해 말할 때는 그 사건에 대한 견해로 판단되기보다는 팬이냐 아니냐로 모든 것이 갈리게 된다. 나는 JYJ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므로 일단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지울 필요가 있다.

전제 2. JYJ는 부자다

JYJ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건 여러 기사들에 의해서 공개된 그들의 재산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SM과 불공정계약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걸고 나온 것에 딴지를 걸며 그들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키워준 은혜를 모른다고도 하고 노예가 참 부자라며 비꼬기도 한다.

이는 감정적으로는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따지고 보면 매우 단순한 문제이다. 그들의 계약이 불공정한지 아닌지는 법원이 판결하면 그만인 것이고, 그들이 그동안 돈을 얼마를 벌었는지가 고려대상이 될 순 없다. 10만 원 버는 사람에게서 5만 원을 훔치는 것과 1억을 버는 사람에게서 5만 원을 훔치는 것은 똑같은 행위다. 만약 1억이나 버는 사람이 째째하게 5만 원 가지고 그런다고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죄를 물을 만큼 잘못한 것이 없다고 사회적 합의가 된다면 그때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건희 회장님 댁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 1억 정도는 죄값을 전혀 묻지 않으실지도 모른다. 더 통크게 빌게이츠를 향해 갈 수도 있다.

또한 그들이 직접 한 계약이라고 하지만 갑과 을의 입장이 되어보면 을의 입장에서는 갑의 의견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 또한 법원이 판단해 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부자이건, 배신자이건 이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법이 어떻게 판단하는가?'만이 여기서 중요하다. 이에 대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그들에겐 아무런 도덕적, 법적 제제를 할 수 없다.

이 두 가지 전제를 두고 JYJ 사태를 보면 심각한 불공정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가 있다. JYJ의 방송활동에서 가장 이상한 것은 그들이 '보도국, 드라마국'에는 출연하는데도 불구하고 '예능국'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에는 출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그들이 취소당한 방송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JYJ의 24시간을 촬영하여 방송한다던 QTV의 방송은 촬영까지 마친 후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방송되지 못하였고, KBS 승승장구에 박유천이 출연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취소되었으며, 이번에는 제주홍보공연에 큐시트까지 받은 상태에서 출연이 취소되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보통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되면 드라마의 출연자들은 동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드라마를 홍보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MBC 미스리플리의 경우, 최초로 자사 드라마 제작발표회를 취재하지 않았으며 놀러와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출연진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드라마와 보도국에서는 나오는데 예능국에서는 나오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석연치 않은 일이다. 물론 이 점에 있어서 팬들은 특정 기획사가 방송을 막는 것이라고 말을 하겠지만 그에 대해 밝혀진 바는 없기 때문에 특정기획사를 비난할 생각도 없고 혐의도 두고 싶진 않다.

오히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쪽은 방송사들이다. 드라마국이나 보도국에서는 그들을 캐스팅해서 재미만 보겠다는 심보가 보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경우 확실히 그들이 출연을 했을 때 해외 판매가 훨씬 높은 가격으로 거래될 개연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에는 출연시키고 나머지는 최대한 출연을 자제시키는 것으로 비춰진다. 좋은 것만 빼쓰고 나머지는 버려버린다는 심보가 썩 좋진 않다. 그러나 이들은 드라마에 출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 외 방송에 출연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는 방송사의 고유권한이다.

그렇지만 제주홍보공연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주홍보대사를 맡겨 이미 수많은 홍보효과를 누리고서는 공연에서 제외해 버린다는 것, 게다가 큐시트까지 나온 상태에서 갑자기 취소하는 것은 어떤 이유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려 했던 외국인 팬들도 있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 특히 공영 방송인 KBS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더욱 안타깝다.

제주 홍보대사이자 출연이 약속되어 있던 상황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갑자기 방송을 취소시키는 것이 분명 공정한 일은 아닐 것이다. 홍보효과를 누릴 만큼 누려 놓고 막판에 그들을 제외함으로써 그들은 악덕 고용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수많은 팬들의 피해와 함께 말이다. 이건 공영방송이 할 일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외압설 같은 것을 믿고 싶진 않다. 분명히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것이고, 그 사유 때문에 부득이하게 방송이 취소되었다고 본다. 법원에서는 그들의 활동을 막지 말라고 판결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대한민국에서 법을 뛰어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고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어떤 외압에 의해서 활동을 막았을 리가 없다. 또한 외압은 없었지만 스스로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방송을 취소시켰을 리도 없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 KBS에 그렇게 눈치를 줄만한 집단은 딱히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KBS가 방송취소에 대한 합당한 사유를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 정확하게 어떤 이유로 그들의 방송 출연을 취소했는지 납득할만한 이유를 제시해주어서, 적어도 대한민국이 법이 지켜지는 사회이며 때문에 불공정한 일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를 바란다. 만약 그들이 제시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은 것이라면 너무나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는 법 위에 존재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거나, KBS가 일부 집단의 눈치를 보며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확실히 JYJ는 불공정한 세력에 의해 희생을 당하고 있는 상징으로 남게 될 것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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