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언론인 출신 21대 국회의원들은 한국기자협회와의 간담회에서 언론의 과잉보도 문제를 언급하며 언론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측은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 논의와 관련해 국회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11일 국회의원회관 3식당 국화실에서는 한국기자협회 임원진과 언론인 출신 21대 국회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가 개최됐다. 언론인 출신 의원들로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노웅래, 김종민, 민형배, 박성준, 양기대, 윤영찬, 정필모, 허종식 의원, 미래통합당 정진석, 안병길, 최형두 의원, 무소속 이용호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는 오정훈 위원장, 송현준 수석부위원장이 참석했다.

11일 국회의원회관 3식당 국화실에서는 한국기자협회와 언론인 출신 21대 국회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가 개최됐다. (사진=한국기자협회)

이 자리에서 송현준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9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같은 당 10명의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을 언급했다. 이 법안은 언론의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은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다.

송 부위원장은 해당 법안에 동의하는 국민여론이 높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논란과 부작용 등을 고려했을 때 정치권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일 미디어오늘-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언론사 손해배상제 도입 찬성 여론은 81%에 달했다. 오보, 왜곡보도 등 언론보도에 의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현행 언론중재법과 민법을 통한 피해구제와 언론에 대한 책임묻기가 쉽지 않다. 반면 보도의 '악의성'에 대한 판단, 언론표현의 자유 등의 측면에서 여러 우려가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정치권이 이 같은 문제들을 두루 펼쳐두고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추진을 결정할 문제라는 게 송 부위원장의 지적이다. 언론노조는 지난달 말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모은 바 있다.

이날 언론인 출신 의원들은 특정 정책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몇몇 의원들은 자신의 언론관과 최근 언론계에 대한 생각 등을 밝혔는데 대체로 언론 보도와 관련,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개혁 필요성이 상당히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중앙일보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은 "언론은 사실에 입각해서 기사도 쓰지만 취재원의 입장에서 보면 총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를 가끔 느낄 수 있다"며 "본의 아니게 오보를 냈을 경우 좀 더 솔직하고 과감하게 정정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오랜 의정 생활 속에서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저희 때는 취재는 많이 하고 기사는 조금 썼다. 그런데 요새는 취재는 조금하고 기사는 많이 쓰는 것 같다"며 언론의 과잉보도 문제를 에둘러 표현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언론인 출신 21대 국회의원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기자협회)

동아일보 출신으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역임한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17년 기자생활을 하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고민했는데, 모든 것이 흑과 백은 아니더라. 100% 맞는 것도 없고, 틀린 것도 없더라"라며 "그만큼 실체적 진실이라는 것은 많은 품과 공을 들여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의원은 "국회든 언론이든 어떻게 보면 공급과잉의 상황"이라며 "너무 많다. 기사도 많고 기자도 많다.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쏠리는 과잉의 시대에서 실체적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출신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언론개혁'이라고 말을 많이 한다. 기자 분들은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혁대상이 계속 되는 것은 좋지만은 않다"며 "그래도 갖다 버리는 게 아니라 고쳐쓰자는 게 개혁이다. 언론개혁 목소리가 크다는 것은 언론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KBS 출신 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현장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나의 기사가 취재원에게는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목숨을 끊을 수 있을 정도의 흉기가 될 수 있다. 그만큼 기사를 쓸 때는 좀 더 확실한 검증과 여러 검토를 거쳐 기사를 써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정 의원은 "양적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그런 기사들이 남발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언론은 민주주의 발전과 사회증진에 기여해야지 지나친 갈등조장이나 사회 악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동아일보 출신 민주당 양기대 의원은 "언론을 보는 시각이 예전보다 많이 부정적"이러며 "쉽게 해결되기는 어렵지만 기자협회, 언론노동자 분들을 통해 언론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간다면 언론이 존중받게 될 것"이라고 언론의 자성을 언급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언론계 주요 정책현안에 대한 해결을 의원들에게 제안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우선 "요즘엔 '기레기'를 넘어 '기더기'라는 말을 쓴다. '기자 구더기'라는 뜻"이라며 "이렇게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현업 기자들부터 언론의 공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협회장은 "그런 전제 위에서 여러 입법 현안이 있다"며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연합뉴스·YTN·서울신문 등 공적소유 미디어의 독립성 확보 ▲민영방송사의 경영자율성 확보 ▲80년 해직언론인 등에 대한 명예회복 ▲기자연금법 도입 등의 제도적 현안 해결을 강조했다.

전국언론노조는 미디어 제도 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가칭 '미디어개혁국민위원회'의 빠른 설치를 요청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시민들의 눈높이는 상당히 높아졌지만 미디어 관련 법제와 정부조직은 30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며 "21대 국회와 시민, 언론노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기대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빠르게 설치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미디어개혁국민위원회' 설치를 21대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동아일보 출신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저희는 언론 출신으로 국회에 온 사람들"이라며 "국회를 위해서는 현직 언론인 시절에 그렸던 국회를 구현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친정인 언론을 위해서는 언론이 더 많은 신뢰를 받고 우리 언론인들이 더 많은 존경을 받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드리는 데 저희들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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