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K리그에서 갑작스런 이적 소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K리그에서 롱런할 것으로 기대됐던 우즈벡 특급, 세르베르 제파로프가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으로 이적한 것입니다. 지난해 8월, FC 서울에 입단해 서울의 우승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제파로프는 더 큰 도전을 위해 사우디 무대에 진출하게 됐다면서 그동안 자신을 성원해 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습니다. 월드컵 예선, 아시안컵 등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했던 외국인 선수가 다른 팀으로 중도 이적한 것에 대해 FC 서울 구단 측과 팬들은 아쉬움과 더불어 사우디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 사우디 알 샤밥으로 이적한 제파로프 ⓒ연합뉴스
제파로프의 갑작스런 이적을 계기로 아시아쿼터제가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됐습니다. 팀당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 외에 1명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의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제도인 아시아쿼터제는 K리그가 아시아 최고 리그로 떠오를 수 있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제도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자본력에서 일본 J리그나 중동 리그에 떨어지기는 해도 국제적인 명성과 리그 수준으로 아시아 최고 선수들에게 매력적인 무대로 떠오르며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아시아쿼터제 최고 선수로 평가받던 제파로프의 K리그 진출을 계기로 아시아 축구의 잠재적인 강국, 우즈베키스탄 출신 선수들이 잇달아 들어온 것은 중요한 전환점이 됐습니다. 하지만 제파로프가 시즌 중반, 갑작스레 사우디 아라비아로 이적하면서 K리그의 아시아쿼터제 혜택이 조금은 주춤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아시아쿼터제를 활용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팀은 모두 10개 팀이었습니다. 이는 2009년 처음 도입한 이후 가장 많은 숫자였습니다. (2009년 9명, 2010년 7명) 국가별로는 제파로프를 비롯해 수원의 게인리히, 인천의 카파제 등 3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활약한 우즈베키스탄과 지난해 AFC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던 성남의 샤샤, 올해 영입된 경남 루크 드베어, 부산 이언 파이프 등이 속한 호주가 각각 3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전북과 대전은 황보원, 백자건 등 중국 선수를 영입했으며, 울산은 K리그 사상 처음으로 사우디 용병 나지 마라시를 들여와 아시아쿼터제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강원은 지난 2009년에 활약했던 오하시 마사히로를 재영입해 유일하게 일본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시즌 초만 해도 아시아쿼터제 활용에 대한 기대는 아주 컸습니다. 특히 이전과 다르게 호주,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대거 영입된 것에 대해 아시아쿼터제 도입 3년 만에 K리그가 아시아 최고 리그로 주목받는 계기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올 정도였습니다. 지난 2년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을 배출했고, 각 급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냈을 뿐 아니라 K리그 출신 유럽파가 늘어나면서 '실력 있는 리그'로 주목받은 K리그였습니다. 이에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호주, 우즈벡 쪽이 관심을 갖고 실제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늘면서 아시아쿼터제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 K리그가 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친 선수는 3-4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주장 자리까지 꿰차고 있는 성남 샤샤, 주축 선수로 완전히 자리잡은 경남 루크, 아시아쿼터제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4골-3도움)를 기록하고 있는 인천 카파제 정도가 올 시즌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동안 부진했다가 최근 안정감을 되찾고 있는 수원 게인리히도 비교적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케이스입니다. 반면 나머지 선수들은 예상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일부는 전력 외로 분류되거나 조용히 계약 해지를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만큼 더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들어오고, 선수 스스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는 합니다만, 팀 역시 그들을 잘 활용하지 못해 일찌감치 전력 외로 분류하는 것은 선수 개인이나 팀이나 더 나아가 리그 전체적으로나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이들을 활용하여 각 구단이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아직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서울의 경우, 제파로프를 틈날 때마다 각종 행사 홍보 모델로 활용하기도 했고, 과거 수원에서 뛴 중국 국가대표 리웨이펑의 경우에도 꽤 상당한 중국팬들이 수원 빅버드를 찾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나머지 팀들은 아시아쿼터제 선수를 활용해 그다지 눈에 띄는 마케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럽 무대에서 뛰는 해외파에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처럼, K리그에서 뛰는 'K리그파'에 관심이 있을 사정을 잘 활용하면 분명히 수익이나 팀 홍보에도 좋은 영향을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경기장에서도 몇몇 외국인들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아시아쿼터제로 득을 본다는 말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수준입니다.

K리그는 아시아쿼터제를 충분히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아 축구 강국의 위상을 알리는 데 국가대표 축구 이상으로 클럽 축구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오늘날. 아시아쿼터제를 통해서 K리그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침체돼 있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무작정 데려오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해당 선수가 K리그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함께 성장하는 스토리가 더 많아진다면 K리그를 동경하는 '아시아의 눈'은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금력에 모든 것을 거는 중동과는 반대로 질적으로 승부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K리그의 적극성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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