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정파적 저널리즘이 한겨레·경향신문과 KBS, MBC 공영방송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10일 열린 ‘80년 제작거부 언론투쟁 40년 세미나’에서 현 언론의 문제를 이같이 짚었다.

한국언론의 신뢰도는 4년 연속 바닥이다. 코로나 이후 언론의 신뢰도는 ‘낯선 사람’보다 낮게(시사인 조사결과) 나타났다. 지난 1년 새 이러한 수치를 뒷받침하는 일이 연달아 터졌다. SBS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총장직인 파일 보도’를 8개월 여 만에 정정했고, 한겨레는 ‘윤석열 검찰총장 접대 의혹 보도’ 이후 7개월 여 만에 사과문을 1면에 실었다. KBS와 ‘알릴레오’ 사이에 벌어진 김경록PB 인터뷰 논란, 윤미향 의원 관련 ‘아니면 말고식’ 보도, 한겨레의 텔레그램 n번방 보도 이후 6개월 만에 가해자에게 마이크를 쥐어준 언론의 모습에 국민들은 실망했다.

10일 열린 '80년 제작거부 언론투쟁 40년 기획세미나' (사진=미디어스)

손석춘 교수는 '언론의 정파성'을 원인으로 꼽았다. 조중동 외 80년 해직기자들이 주축이 돼 창간한 한겨레 역시 신뢰성과 공정성에서 과거의 위상을 잃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현직 기자가 청와대로 가는 일이 두 차례 있었고, 윤석열 접대 의혹 보도는 조선일보의 채동욱 혼외 아들 보도가 떠오를 만큼 충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손 교수는 공영방송이 정파적 색채를 띄고 있는 게 가장 문제라고 했다. 손 교수는 “KBS와 MBC는 해직기자나 언론노조 출신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사장을 맡았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공정언론을 위해 싸웠던 방송인들이 다시 사장으로 취임했다”며 “한국의 공영방송은 영원히 친정부 편향일 수밖에 없는 거냐”고 되물었다.

KBS의 미디어비평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를 두고 “‘친정부 편향 세력’의 영향권 아래 있다”고 말했으며 “KBS는 <정치합시다>로 총선 전부터 정치의 양당 구도를 굳혀갔고 실제 총선 결과 양당 체제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그들의 정파적 저널리즘이 조중동보다는 한겨레·경향신문과 공영방송의 저널리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시청률과 청취율, 구독률을 무기로 응집력 높은 그들의 저널리즘 이해나 정파적 언행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KBS·MBC’ 처럼 역사적 반동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기자들이 이제 목숨을 걸고 기사를 쓰지 않는다. 40년 전 5월 200여 명의 언론인이 목숨을 걸고 맞선 것과 달리 뉴스의 가치가 사라졌다”며 “독자들은 기자들이 안전한 기사만 쓰고 자본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언론 불신의 요인으로 한국 언론의 낡은 관행 6가지를 꼽았다. ▲따옴표 저널리즘 ▲기자실과 출입처 중심주의의 문제 ▲부정 편향의 문제 ▲진영 논리의 문제 ▲단발성 속보 중심의 취재 관행 ▲스토리텔링과 소통 방식의 문제 등이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상업성, 정파성, 독자와 멀어지는 저널리즘’을 원인으로 봤다. 신 처장은 “민언련은 20년 넘게 보도비평을 이어오고 있지만, 과연 언론이 개선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봉착해 있다”며 “단독, 속보 경쟁 과열, 어뷰징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언론의 상업성 외에는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은 양당체제에 맞춰 진영논리를 구축하고 있는 언론의 정파성과 저널리즘 시장 환경 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수익은 오프라인에서 얻고 영향력은 온라인에서 확인하는 아이러니한 언론 시장 환경에 대해 “지면 광고를 받고 협찬을 받는게 양질의 기사를 쓰는 것보다 나은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10일 열린 '80년 제작거부 언론투쟁 40년 기획세미나' (사진=미디어스)

저널리즘 복원 방법으로는 정책과 입법 등 제도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손석춘 교수는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1980년의 제작거부 투쟁의 정신에 근거한 대통령직속으로 미디어위원회를 구성해야한다고 했다.

정연우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기자로서 저널리즘 정신을 내면화해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고 취재와 보도에 투영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자들의 내부 비판과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과 보도 방향이 만들어지는 공적인 제도화 및 편집권 독립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홍보 겸임교수는 “권언유착, 경언유착에서 독립된 제작자율성이 보장되야 한다. 이와 더불어 언론 스스로 책임윤리를 실천하기 위한 정립과정이 필요하다”며 “기자는 전문 능력, 전달능력, 취재 대상에 대한 전문 능력, 사회적 지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 실장은 저널리즘책무실의 사례를 들어 언론 규정을 기자들이 실천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실장은 “보도준칙이 잘 이행되는지 감시의 기능을 해야하며 기자들이 직접 언론윤리를 익히기 위해 사례를 적용한 교육을 시켜야하고 독자와 언론의 중간다리를 놓아주는 책무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미희 사무처장은 "기자의 취재방식, 기사 작성 방식, 뉴스 소비 방식에 독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는지 함께 모색하는 구조적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언론개혁은 또다시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신문사나 방송사나 독자위원회 제도는 다 있지만 위원회가 독자와 함께 저널리즘 혁신과 신뢰 회복을 모색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정환 대표는 출입처 제도 개선, 탐사보도 강화, 오보에 정직하고 책임있는 정정보도와 사과, 재발방지 약속, 시민과 소통하는 쌍방형 보도, 저널리즘 리터러시 교육의 확대, 소유 구조와 수익 구조의 투명 공개, 건강한 비즈니스 모델 확보, 공영방송과 비영리 독립 언론의 모델 정립 등 7가지를 방법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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