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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들께 고하는 미디어정책의 우선 순위[기고]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승인 2020.06.10 10:11

[미디어스=윤성옥 칼럼] 제21대 국회의원들께 먼저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부분 사투를 벌일 만큼 어렵고 힘든 선거 과정을 통해 국민의 대표인 그 자리까지 가셨을 것입니다. 그 만큼 앞으로 한 분 한 분 민의를 대표할 수 있는 독립된 입법기관으로 역할을 다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20대 국회는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 갔습니다. 여러분들께서 20대 국회의 길을 가지 않으려면, 그리고 20대 국회가 가지 않은 길을 가려면 마음에 담아야 할 미디어 정책이 몇 가지 있어 고하고자 합니다.

미디어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미디어라는 영역이 여론이 형성되는 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디어 정책을 언론 정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미디어 정책을 어떻게 수립하느냐는 우리의 여론형성이 이루어지는 공론의 장의 운영방식을 결정하는 문제입니다. 여론형성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규율하는 문제이니 민주주의 제도와 직결됩니다. 우리의 먹고 사는 문제만큼 아니 어쩌면 먹고 사는 문제를 결정하는 방식과 관련되므로 더 중요합니다. 그러나 언론과 관련된 규율 문제라 정치인들이 몸을 많이 사리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언론을 적으로 삼고 싶은 정치인이 있겠습니까. 국회의 소속 상임위 위원이 되기 전 여러분들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남달라야 하는 이유입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디어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는 첫째 과제는 규제기구 일원화 문제입니다.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 맡게 다른 나라들은 규제기구를 정비해왔습니다. 우리도 지난한 통합논의 과정을 거쳐 이명박 정부 때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합쳐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박근혜 정부 때 부처가 다시 쪼개지더니 미디어정책이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견상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그것은 부처 사이에서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기 때문일 겁니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콘텐츠가 너나 할 것 없이 해외 플랫폼으로 몰려가는 상황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여기거나 대응할 부처가 없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콘텐츠 소관이 아니고 방통위는 인터넷 소관이 아니니 어느 부처도 주도적으로 나서기 힘듭니다. 그러는 사이 보수든 진보든 우리 국민들은 그들의 콘텐츠 정책을 따라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그들이 선택하고 노출하는 의견이 여론이 됩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이 뻔한데 이를 책임지고 정책을 추진할 곳이 없다는 겁니다.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는 둘째 과제는 방송사업자의 제작 능력이 매우 위태롭다는 점입니다. 산업 활성화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작 주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안정적인 제도’ 안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인터넷이 매우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철저히 상업성의 논리가 작동되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선정적 폭력적 콘텐츠가 난무하는 이유입니다. 다양성이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가치라면 공영방송, 지상파방송, 지역방송의 제작 능력이 와해되는 것을 쉽게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재원정책뿐 아니라 외주정책, 편성정책 등 제작 능력을 취약하게 하는 규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는 셋째 과제는 내용규제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만큼 사실 첫째로 꼽아도 되는 과제입니다. 앞선 20대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법률안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가짜뉴스, 혐오표현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법률안 중에 실제 제개정된 것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유행 따라 시류에 맞춰 별 고민 없이 너도 나도 법률안부터 제안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요구나 전문가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실화하기 어려운 법률안, 중언부언 하나마나 한 법률안, 발의했다는 실적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운 법률안이 적지 않았습니다. 내용규제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나 여론형성과 관련된 만큼 중요한 법률입니다. 여러분들은 법률안 실적보다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공론장을 위해 치열한 고민과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는 넷째 과제로 방송통신 환경에서 창작자 육성과 보호에 힘써주시기를 바랍니다. 창작자라고 하면 어느 순간 우리는 유튜버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창작자는 유튜버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넥스트 유튜브를 준비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다양한 창작자를 육성하고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창작행위를 할 수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창작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플랫폼 정책일수도 있고 창작자 지원정책일 수도 있습니다. 배고픈 창작자, 불공정 환경에 처한 창작자, 차별에 서러운 창작자, 악플에 시달리는 창작자가 없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창작자가 설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다양한 목소리가 살아남고 다양한 목소리가 서로 경쟁해야 우리 민주주의도 발전합니다.

아무쪼록 여러분들이 지금의 초심을 잃지 않고 국민을 위한 책무를 완수하여 성공적인 21대 국회로 남기를 기원합니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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