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0대 국회 말미에 통과된 통신요금인가제 폐지법안과 관련해 이통3사의 요금제 신고 시 신고를 반려할 수 있는 정부 심사 기준과 구체적 심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시민사회 입법 의견서가 제출됐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달 19일 입법 예고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입법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중 시민사회가 유감을 표하는 내용은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신고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존의 통신요금인가제는 이동통신사업자 중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기존 요금제를 인상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요금심의위원회를 거쳐 장관 인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였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정부로부터 요금제 인가를 받으면, 이를 기준으로 KT, LG유플러스가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신고하는 방식으로 적용돼 왔다.

국회는 요금인가제를 이통3사 요금담합의 원인으로 지목, 요금인가제를 폐지했다. 국회는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이통3사가 통신요금 인하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이통사 간 요금인하 경쟁과 요금인가제는 무관하며 오히려 인가제 폐지에 따른 요금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요금을 인하하거나, 2,3위 사업자인 KT, LG유플러스가 요금을 인하할 때에는 인가가 아닌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가 국회 앞 정문에서 "이동통신 공공성 포기하는 인가제 폐지 법안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국회와 정부는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더라도 '유보신고제'를 통해 가격 인상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신고한 새 요금제를 정부가 15일 내 반려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제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요금인가제에서 한 달 간 심사를 진행했을 때에도 시간이 부족해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집중적으로 하면 15일 안에 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시민단체는 입법 의견서에서 "인가제 폐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부터 추진되었던 대표적 대기업 규제완화 정책으로 꼽혀왔다"며 "인가제를 강화해 통신서비스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의 단점은 범정부적 규제완화 노력 및 세계적 규제 완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 외에 다른 단점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4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 발표자료 내용을 인용, "이번 개정안같은 유보적신고제나 완전신고제의 단점은 후발사업자의 피해, 지배력 남용을 견제하지 못하는 등 통신시장의 공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요금인가제 폐지에 대한 최기영 장관의 인식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달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요금인가제 폐지에 대해 독과점 시장의 규제완화 적절성 여부와 시장변화를 우려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최 장관은 "인가제는 시장 자유경쟁을 약간 침해하는 소지가 있는데 신고제로 바꾸면 국민들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유보신고제를 실시한다"면서 "자유경쟁 체제로 가면 오히려 요금 인하 효과가 날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최 장관 답변에 대해 "인가제 폐지 이후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날 것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완화한 것이고, 이통3사의 독과점 상황을 개선할 다른 대책 없이 시장경쟁이 활성화되고 요금인하 효과가 날 거라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인가제를 폐지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유보신고제로 전환되더라도 이통3사 신고 제출 자료와 신고를 반려할 수 있는 심사 기준, 심사 방법 등이 법령에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하고, 심사 절차와 그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의견이다.

이번 개정안은 신고절차와 반려 세부기준과 관련, 필요한 사항 상당부분을 대통령령에 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조항에 대해 "검토기간인 15일은 이용약관의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기에 부족한 시간이므로 이를 면밀히 심사할 수 있는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책임있는 심의를 위한 위원회 구성, 심의기준과 심의결과보고서를 공개함으로써 심의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수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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