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정의기억연대가 ‘평화의 우리집’ 소장의 사망 원인으로 ‘언론의 과도한 취재경쟁’을 지목한 가운데 KBS 통합 뉴스룸은 옥상에서 쉼터를 촬영하는 영상 등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거처인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영미 씨가 6일 경기도 파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정의연은 “손 씨는 최근 정의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무엇보다 언론의 과도한 취재 경쟁으로 쏟아지는 전화와 초인종 벨소리, 카메라 세례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셨다”고 말했다.

KBS의 8일 <누가 위안부 쉼터를 내려다 보는가…취재 경쟁의 뒷모습>보도

실제로 ‘평화의 우리집’에 머물고 있는 길원옥 할머니(92세)는 정의연 관련 취재가 시작된 이후 집 앞 마당에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 쉼터 관계자들은 맞은편 옥상에서 쉼터를 찍는 취재진의 카메라에 할머니가 놀랄까봐 커튼을 닫고, 수시로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긴장 상태로 지낸다고 언론에 수차례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사망 소식이 알려진 7일에는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마포 쉼터로 몰렸다. KBS가 8일 보도한 <누가 위안부 쉼터를 내려다 보는가...취재 경쟁의 뒷모습>에 따르면, 정의연 관계자는 “방송사와 신문사는 물론, 개인 유튜버들까지 몰려들어 골목이 가득 찰 정도였고 카메라만 해도 수십 대는 돼 보였다”며 “여러 차례 촬영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에서 KBS 기자가 전한 취재 상황은 심각했다. 윤미향 의원이 쉼터에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순간부터 그 모습을 촬영하려는 취재진이 쉼터 맞은편 건물 옥상에 올라가 취재를 시작했고, 그렇게 찍힌 사진이 '윤미향 오열 사진'으로 나온 것이다. ‘마포 쉼터서 눈물 흘리는 윤미향’(연합뉴스) 등 사진은 이틀간 윤 의원의 추모글, 정의연 관련 의혹 보도 등에 사용됐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이 옥상의 취재진에게 촬영 자제를 요청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KBS)

7일 쉼터 소장 부고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건너편 옥상의 취재진을 가리키며 촬영을 자제시켰지만, 이에 응하는 취재진은 없었다. 현장에 있던 KBS 취재진은 “윤미향 의원이 마당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위에서 찍은 한 매체의 사진 기사가 게재된 뒤 너도나도 맞은편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KBS를 포함한 방송사 5곳이 위치를 나눠 촬영된 화면을 공유하는 ‘공동 취재’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나영 이사장의 요청이 있기 전에도 쉼터 관계자들이 몇 차례 촬영자제를 요청했지만 현장 취재진 중 누구도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KBS는 “정의연의 문제 제기를 뒤늦게 접한 KBS 통합 뉴스룸은 7일 옥상 등에서 촬영된 쉼터 화면을 더이상 방송에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언론에 비공개로 치러질 장례식에는 취재 경쟁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례 절차가 시작된 8일부터 취재진은 쉼터가 아닌 장례식에 가 있다. 정의연 측은 8일 손 씨의 빈소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고 전하며 언론의 취재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발인은 10일 아침 8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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