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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원구성 협상, 거대양당 유불리만 관심[김민하 칼럼] 국회 운영 방식 개선에 초점 맞춰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20.06.08 09:18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또 취임 직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 자구 심사 권한, 소위 ‘게이트키핑’ 기능의 폐지를 언급했을 때 우려가 앞섰다. 제도 개혁을 또다시 원구성 협상에 활용하고 마는 카드로 쓰는 것 아닌가 해서다. 그때만 해도 ‘협상용’은 아닌 것 같다는 해석이 있었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결국 그런 카드로 소모되고 마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원구성 협상 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런 저런 아이디어들이 언급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걸 볼 때 뭔가 협상에 진전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여당은 18대 0이 아닌 11대 7과 ‘알짜’ 상임위를 양보하는 방안을 언급했다고 한다. 미래통합당은 예결특위는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보였다고 한다.

이게 다는 아닐 것이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미래통합당이 법사위를 사법과 법제로 나눠 하나씩 갖자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법사위의 문제를 ‘게이트 키핑’으로 본다면 미래통합당의 이 제안은 하나마나한 일인 것 같다. 사법위와 법제위를 나누더라도 여전히 법제위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래통합당이 이런 제안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를 고집하는 배경에 오직 ‘게이트 키핑’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법사위는 주요 법안에 대한 야당의 비토를 가능케 하는 도구로 활용되지만 동시에 검찰 등 사법개혁 문제를 다뤄야 할 상임위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법사위를 야당이 갖지 못하게 막아야 할 필요뿐 아니라 자신들이 가져야 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미래통합당의 법제, 사법 분리 주장은 검찰개혁과 비토권 회수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는 제안처럼 보인다.

물론 177석의 완력(?)을 갖고 있는 여당이 이런 제안에 쉽게 응하기는 어렵다. 사실 여야의 의석수와 유불리를 중심에 놓고 셈을 해보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각자에게 유리한 주장을 취사 선택해 서로 우기는 것만이 남는 길이기 때문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원구성 협상회동을 주재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때는 유불리가 아니라 명분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법사위의 체계 자구 심사 권한이 폐지돼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여의도 정치는 이 문제를 법안 처리의 효율성과 여당에 대한 야당의 견제 수단이라는 대립구도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사태의 한 면만을 보여줄 뿐이다.

법사위의 ‘상원 기능’을 야당에 배분하는 관례가 문제인 것은 이것이 거대양당 중심의 체제를 유지하는 유력한 도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법사위원장이 동의하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는 말은 뒤집어 얘기하면 여당과 야당 소속 법사위원장이 동의하면 어떤 법안이든 처리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는 것은 대개 제1야당이다. 양당의 합의만으로 ‘여야 합의’가 완성되는 것이다.

물론 법사위에서 ‘게이트 키핑’ 기능을 뺀다고 양당 중심의 국회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방향이라는 게 있다. 과거 국회 개혁에 대해 논의한 바를 되돌아 보면 양당 중심의 운영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는 거의 없었다. 예를 들어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논의는 국회가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에 더해 거대양당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도구로 여겨졌기 때문에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오늘날 국회를 ‘식물’로 만든 원흉처럼 회자되는 국회선진화법도 양당 중심 사고방식의 결과였다. 이런 방식의 제도 개혁이 ‘협치’라는 명분으로 등장하는 것은 당혹스럽다. 정치와 언론은 어느 날은 극단적 세력의 분리 및 폐기가, 또 어느 날은 다당제적 정치 환경의 강화가, 또 어느 날은 사실상의 양당제 강화가 ‘협치’의 조건인 것처럼 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남는 것은 ‘협치’라는 개념은 그저 허울좋은 명분에 불과하고 본질은 오직 각 정치세력 간의 유불리라는 인식이다.

앞서 언급했듯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과 이를 위한 4+1이라는 협의체 구성은 국회가 대의명분에 대한 동의를 중심으로 제도 개혁을 시도했던 좋은 사례였다. 그러나 이 모범적 시도는 이제 누구나 알다시피 거대양당의 이해관계 속에서 빛이 바래버렸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무규칙이종격투기와 다를 게 없는 제도로 전락했다.

어느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는 여야가 국민의 삶과 별 관계도 없는 원구성 협상에 날을 지새우는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해는 하지만 이런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국회는 국민이 삶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따라서 국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어떻게 하면 국회를 더 잘 운영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21대 국회는 더 이상 싸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국민적 바람은 단지 투닥거리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적어도 뭔가를 해결해 나가라는 것이다. 협상 타결을 넘어 개혁으로 이어지는 국회의 시작을 기대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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