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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물의 장르적 재미 더한 넷플릭스 ‘설국열차’, 방주인가 계급의 요새인가?[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6.05 14:27

[미디어스=이정희] 올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이 <괴물>에 이어 그 명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된 작품이 바로 2013년 작 <설국열차>이다. 기상이변으로 꽁꽁 얼어붙은 지구, 그로부터 17년 동안 지구 궤도를 순환하던 설국열차. 하지만 빙하기에서 17년이란 시간 동안의 생존이 무색하게 열차 속 인간 세상의 계급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노정하고 있었다. 바로 그 '설국열차'가 드라마로 돌아왔다. 

영화 <설국열차> 이후 7년, 미국 <TNT> 10부작 드라마로 방영 중인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 시리즈는 영화 <큐브(1997)>를 쓰고 SF시리즈 <오펀 블랙>의 프로듀서인 그램 맨슨이 총괄 책임을 맡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시리즈의 첫 회 미국 내 330만 명이라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보이며 넷플릭스 인기작으로 순항 중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설국열차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설국열차>

포스트 아포칼립스(인류 문명이 멸망한 이후의 세계) 드라마를 표방한 <설국열차>는 빙하기를 맞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윌포드가 부자들의 돈을 모아 '설국열차'를 만드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열차가 떠나는 순간, 하지만 예정과 다르게 빙하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차에 '무임승차'한 일군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무력으로 그들을 제거하려 하지만 '생존'에의 갈망은 그들로 하여금 목숨을 걸고 열차에 오르도록 만들고, 열차의 꼬리칸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7년, 열차는 여전히 지구 궤도를 순항 중이다. 하지만 꼬리칸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열차 꼬리칸에 올라탔지만 어떤 이유로 앞칸으로 소환된 전직 형사 레이턴(다비드 디그스 분)는 꼬리칸의 동지들과 혁명을 도모하고자 한다. 그의 말대로 전 열차의 승객 3000명 중 70%를 차지하는 삼등칸과 꼬리칸 사람들. 하지만 대부분의 혜택은 열차를 만드는 데 돈을 댄 1등칸 승객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부조리한 상황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이렇게 드라마로 온 <설국열차>는 영화 <설국열차>의 주제가 된 꼬리칸의 '혁명'을 그대로 모티브로 삼는다. 하지만 영화 초반에 그랬듯, 그리고 드라마에서 언급되었던 3년 전 혁명처럼 막상 봉기를 일으킨 꼬리칸 사람들은 단 한 칸을 나아가지 못한 채 무참히 진압될 상황이다. 

그때 그 상황을 무마하고자 등장하는 한 사람이 있다. 꼬리칸 혁명 동지였지만 앞서 제동수(드라마 속 일종의 경찰 역할)들에 의해 차출되었던 레이턴이다. 열차에 오르기 전 강력반 형사였던 레이턴. 그를 차출한 이유는 바로 열차 내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3000명의 열차 탑승 인원 중 유일하게 형사인 그였기에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호출된다.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설국열차>

드라마로 온 <설국열차>는 꼬리칸의 혁명이라는 기본적 주제를 살인 사건이라는 에피소드를 통해 '변주'하며 묵시론적 주제에 '수사물'의 장르적 재미를 더한다. 

성기와 신체 일부를 절단당한 채 삼등칸 아래쪽에 숨겨져 있던 남성 시체. 하지만 그저 살인 사건처럼 보였던 사건은, 알고 보니 그 남자가 레이턴을 버리고 간 아내와 함께 아이를 만들려던 사람이었던 걸로 밝혀지며 떠나간 아내와 레이컨을 엮이게 만드는가 하면,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삼등칸에 있던 스파이였음이 드러나며 일반적인 살인 사건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만든다. 

또한 이와 같이 신체 일부를 훼손했던 사건이 3년 전에 있었고, 그 사건의 진범으로 추정되었던 여자가 서랍 속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며 3년 전 사건의 처리 문제도 따르게 된다. 거기에 사건을 조사하며 드러나는 1등칸부터 꼬리칸에 이르기까지 커넥션으로 이어진 '마약 사건'은 열차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멜라니(제니퍼 코넬리 분)의 통제에 이상 신호를 드러내게 된다. 

방주인가, 계급의 요새인가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설국열차>

살인 사건으로 만나게 된 설국열차의 총 매니저 멜라니와 꼬리칸의 레이턴. 멜라니는 호의적 조건으로 레이턴을 회유하려 하지만, 꼬리칸의 '혁명적 사명'에 투철한 레이턴은 사건의 실마리를 빌미로 혁명의 기회로 삼고자 하며 부딪친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갈등은 '설국열차'에 대한 관점을 달리하는 데서 비롯된다. 열차에 위기가 생길 때마다 꼬리칸에 정전이 오고 배식을 줄어드는 등 핍박에 시달려오던 레이턴에게 열차는 계급 체계의 견고한 요새와도 같다. 그래서 기회만 주어진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열차의 다수를 점하는 꼬리칸이 엔진을 장악하고 열차를 획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극 초반 그 정체가 밝혀지듯, 열차를 책임지는 멜라니에게 열차는 3000명의 생명을 담보하는 빙하기의 ‘방주’이다. 그녀는 때론 모순되고 부조리하더라도 돈을 낸 1등칸의 이해와 안녕을 충실히 보장해 주고, 나머지 칸의 생존도 지켜낼 수 있는 것이 '합리적' 결정이라 여긴다.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설국열차> 스페셜 포스터 ‘꼬리칸’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이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입장이 대립되는 가운데, 살인 사건을 계기로 드러나는 마약 거래처럼 열차의 또 다른 그림자가 곁들여지며 2시간짜리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복잡다단한 사회적 체계를 가진 세상으로서의 설국열차를 보여준다. 슬럼가와 같은 3등칸, 환락의 중심 나이트칸, 그리고 거기에서 실세가 된 청소부 그룹 등 통제될 수 없는 열차 속 세상이 열린다. 

거기에 달리기 시작한 지 7년이 된 기차는 매번 동력에 위기를 겪게 되고, 열차에 들이닥친 눈사태로 주된 단백질원이었던 소가 몰살당하고 농작물도 생장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당장의 위기는 나이트칸에서 벌어진 시끌벅적한 격투기 쇼 눈요기로 시선을 돌렸지만, 떨어진 동력은 꼬리칸의 존재 자체 위기로 이어질 상황. 안팎의 위기 속에서 혁명과 생존, 그리고 순조로운 열차 운행이라는 저마다의 미션 대응이 매주 한 회차씩 공개될 <설국열차>의 주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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