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정부가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고 국립보건연구원·감염병연구센터를 복지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언론이 한목소리로 복지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센터가 복지부로 이관되면 질병관리청 연구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초대 질병관리청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보건연구원이 복지부로 옮겨지더라도 질병관리청 연구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4일 “질본이 청으로 승격되면 연구기능이 필요하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연구기능은 질병 관리를 잘할 수 있는 역학적인 부분, 모델링, 각 감염병의 역학적 특성을 파악하는 실태조사 등이 주 내용”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공중보건연구의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행안부와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언론은 한목소리로 복지부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정은경 본부장이 복지부의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5일 12면 <정은경의 반격… '질본, 무늬만 승격' 조목조목 따졌다> 기사에서 “정 본부장이 4일 브리핑에서 반격에 나섰다”면서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겠다’고 말을 둘러 했지만,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넘기는 방안에 대해 분명하게 불만을 표시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같은 면 <전문가들 "질본 손발 잘라버리는 개악… 복지부, 코로나 틈타 몸집 불리기">에서 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재갑 교수, 김우주 교수, 최재욱 교수 발언을 소개했다.
한겨레는 5일 12면 <질병관리청 ‘무늬만 승격’ 논란…뒤에서 ‘실속’ 챙긴 복지부?> 기사에서 “개정안대로 연구센터를 복지부 산하로 옮겨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개편하면, 질병관리청엔 역학조사와 검역 등의 기능만 남게 된다”면서 “질병관리청의 인력 규모와 역할·기능은 21대 국회 개원 뒤 개정안이 통과돼야 최종 결정되지만 이대로라면, 질병관리본부 정원은 907명에서 746명으로 예산은 8171억 원에서 6689억 원으로 기존보다 오히려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5일 사설을 통해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질본 승격 ‘질병관리청’,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 맞나>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빈발할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질본 독립기구화는 필수지만 감염병 예방 및 방역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면서 “전문가 의견은 (정부와) 다르다. 질병관리청을 감염병 대응과 관리 컨트롤타워로 만든다면서 핵심 기능을 수행할 연구소를 복지부 산하에 두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JTBC는 4일 <"공중보건연구소 세워달라" 정은경 요청도 개편안서 빠져…왜> 보도에서 “청와대 조직개편안은 보건의료혁신TF 초안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JTBC는 “(혁신TF 초안에는) 국립보건연구원은 복지부로 옮기지만, 확진자 수 예측 모형이나 만성질환 연구를 맡는 공중보건연구소를 대신 만들겠다고 돼 있다”면서 “혁신 TF 핵심 관계자는 정은경 본부장이 직접 이런 요청을 했었다고 밝혔다”고 했다. JTBC는 “그런데 실제 개편안에선 이런 내용이 사라졌다”면서 “감염병에 대응하고 다른 질병을 관리하려면 연구기능이 꼭 필요하다. 원안 작성에 참여한 혁신TF 관계자들에게도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