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분노를 담은 담화문을 발표하자,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강조하며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북측이 시키니까 하는 게 아니라 우리도 준비해왔다고 알린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문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급작스럽거나 즉각적인 것이 아니라고 했다. 4일 통일부가 브리핑을 열고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법률안’(가칭)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하자 일부 언론에선 정부가 저자세로 나온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1면 기사 <北 한마디에, 법도 만든다는 文정부>, 중앙일보 3면 기사 <김여정 “삐라 막을 법 만들라” 4시간 만에 통일부 법 검토> 등이다.

5일 조선일보는 1면에, 중앙일보는 1면과 3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정 부의장은 “북한이 시키니까 한 게 아니다"며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비무장지대 주변에서 삐라를 뿌리거나 소란스럽게 하지 않겠다’는 조문을 이행하고 대처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늦은 셈”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4월에도 삐라를 뿌리는 등 정부의 말을 듣지 않으니 4·27 선언을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통일부가 법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는 얘기”라며 “마침 어제 새벽 북측 담화문이 나오니 ‘사실 우리도 준비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4일 새벽, 김여정 제1부부장이 국내 탈북민들이 살포한 대북전단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내용이 담긴 담화문을 보도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정세현 부의장은 지난달 31일 살포된 대북전단 내용이 자극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북쪽에 뿌려진 전단에는 김정은 위원장을 ‘무뢰한’이라 표현하거나, ‘7기 4차당 중앙군사위에서 새 전략 핵무기로 충격적 행동하겠다는 위선자 김정은’이라는 문구 등이 실렸다.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전단 50만 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 1000개를 대형풍선에 매달아 북측으로 날려 보냈다.

정 부의장은 담화문에 담긴 분노는 최고지도자를 우상화하는 북한의 정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부의장은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우상화하고 무류의 존재로 부각하면서 그 사람 중심으로 통치하는 사회인데 김정은 위원장을 노골적으로, 아주 기분 나쁜 단어를 써 가면서 삐라를 뿌리니 밑에 있는 사람으로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지위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정 부의장은 “사실상 북한의 넘버2로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서 했을 것”이라며 “동생이 아닌 실질적으로 대남 관계까지 총괄하는 자리에 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청와대를 비방하는 담화를 발표했었지만 (지위 변화로 인해) 이번에는 좀 더 세게 위협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이번 담화문이 대북전단 살포 이상의 남북관계에 대한 불만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정 부의장은 “그건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4·27 판문점 선언이나 9·19 평양선언, 군사분야 합의서가 이행되지 않아 북쪽에서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와 별개로 김정은 위원장을 ‘무뢰한’이라 표현한데 대해 문제 삼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대북전단 살포 단체가 6·25 70주년을 맞아 100만 장을 뿌린다고 예고하니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정 부의장은 오는 25일 대북 전단살포를 적극적으로 막고, 관련 법률을 국회에 제출해 입법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우리로서는 빨리 적극적으로 대처해 6·15공동선언 20주년, 그리고 6·25 발발 70주년이 평화롭게 지나가도록 해야 하고 남북관계개선의 새로운 시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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