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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통신자료 무단 수집, 헌법소원 제기돼법원 "정보통신망법상 수집 이유 열람 불가"… 2016년 기자 100명 통신자료 수사기관에 무단 제공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6.04 18:31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사 등 사업자로부터 이용자 통신자료(신상정보)를 요청해 제공받더라도 이용자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수사기관에 의해 통신자료가 수집되는 이유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기자의 신상정보를 경찰의 요청에 따라 제공한 이통사가 수사기관 신상정보 제공 이유를 밝히지 않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4일 오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넷 등 시민단체는 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 이용과 제3자 제공 현황에 대해 열람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제30조 2항 2호가 정보주체 열람권을 보장하기에 불충분하다며 헌법소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4일 오후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정보통신망법 제30조 2항 2호가 정보주체 열람권을 보장하기에 불충분하다며 헌법소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헌법소원 청구인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현행법상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은 수사상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이통사 등에 통신자료요청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이용자의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 통신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이와관련해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이용자의 권리를 보장,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 등을 이용자가 열람·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이용자가 정정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법조항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장한 법의 취지와는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이용자가 열람을 요청하더라도 개인정보가 수집·제공됐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을 뿐, 수집·제공된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이 이용자 통신자료를 한해 수백만건(2019년 기준 6백여만건) 넘게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은 수사기관 정보 수집 사유와 적법성 여부, 제공된 통신자료의 범위 등을 확인할 수 없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인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지난 2016년 한겨레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당시 KT가 경찰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알게됐다. 이에 김 회장은 정보통신망법에 근거, KT에 경찰이 어떤 사유로 자신의 신상정보를 수집해 갔는지 확인할 수 있는 통신자료요청서를 공개해 달라고 하였으나 거부당했다. 이후 김 회장은 KT를 상대로 통신자료요청서 열람제공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4월 27일 통신자료요청 사유 등은 정보통신망법상의 열람제공 대상정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김 회장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자유 침해, 언론인에 대한 명백한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한겨레 기자,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으로 일하던 2016년 3월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무단으로 제공된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언론노조 확인결과 17개 언론사 100명에 달하는 기자들의 통신자료가 무단으로 수사기관에 제공됐다"며 "우리가 범죄에 연루된 것도 아닌데 무단 수집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단지 '수사상의 이유'라는 명분 뿐"이라고 토로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이 같은 통신자료 무단제공은 기자 취재와 관련돼 있었다. 한 지역언론사 기자의 경우 지역경찰서 과잉수사 사례를 취재하던 중 해당 경찰서에서 통신자료가 조회됐다. 2015년 민주노총 민주총궐기 시위현장에 있던 사진기자들의 통신자료 조회가 다수 이뤄졌다. 특정 기자의 경우 7번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다.

김 회장은 "기자는 취재원 보호를 생명처럼 여긴다. 이렇게 무작위로 조회하면 기자들은 취재를 할 수 없다"면서 "그런데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통신사가 이용자에게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 이유를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질타했다. 

2016년 3월 30일 '수사기관에 의한 언론노조 조합원 통신자료 수집 사례 1차 결과발표' 기자회견 (사진=전국언론노조)

해당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인 김선휴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제공요청을 보장한 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헌법재판소가 묵묵부답이라고 비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등을 위해 통신자료제공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수사기관은 법원의 허가(영장)를 받아야만 이용자의 통신세부기록을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데, 이와 달리 일반적인 통신자료는 수사기관 요청서만 있으면 무단 수집이 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국가기관의 공권력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영장도 아닌 제공요청서 한 장에 100% 제공하는 민간기업의 행위에 의한 개인권리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2018년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규정한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수집, 이른바 '기지국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 등 이용자에게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통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헌재는 관련 법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에게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을 통지함으로써, 피의자 등은 위치정보 추적자료의 제공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제공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었는지 또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규정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기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통신비밀보호법이 개정됐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이 같은 사례를 언급하면서 "위치정보, 통화내역 등에 대해서는 수집 이유를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주도록 돼 있는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 제공될 때는 알려줄 수도, 알려줄 필요도 없다는 게 문제적"이라며 "헌재는 이런 혼란스럽고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를 개선해달라"고 촉구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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