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사태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K리그입니다. 하지만 경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고, 순위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매 라운드마다 득실차, 다득점까지 가려서 순위를 가릴 만큼 각 팀은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경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한 경기에서만 5골 이상이 터지는 경우가 점점 잦아지는 등 많은 골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열린 17라운드에서는 무려 32골을 터져 경기당 평균 4골이 터지는 진기록이 나왔습니다. 포항 스틸러스는 대전 시티즌을 상대로 홈에서 7-0 대승을 거뒀으며, 3-2 펠레스코어 경기가 무려 3경기나 나왔습니다. 특히 3경기 모두 뒤집고 뒤집히는 대접전 끝에 막판에 가서 승부가 갈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신나게 했습니다. 그밖에 지동원이 빠지게 된 전남 역시 3골을 넣으며 수원 삼성을 이겼고, 성남 일화와 인천 유나이티드 역시 2골씩 주고받으며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지난 라운드에서는 대전 시티즌과 전남 드래곤즈가 4골씩 주고받으며 4-4 무승부를 거둬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골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 최근 2경기에서 무려 7골을 터트리며 '지동원 공백'이 느껴지지 않고 있는 전남 드래곤즈 (사진: 전남 드래곤즈)
이미 14라운드, 16라운드에서 모두 29골이 터져 1999년에 세웠던 한 라운드 최다 골 기록이 잇달아 터졌던 K리그였습니다만, 이렇게 날이 갈수록 더 많은 골이 터지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이같이 많은 골이 나온 데에는 유독 승부 조작에 연루된 선수가 많은 포지션인 골키퍼, 수비수의 전체적인 약화 때문인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런 만큼 각 팀 정통 공격수, 공격형 선수들이 기회를 살리고 더욱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다득점 현상'이 잦아지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한때 골이 터지지 않았다고 해서 '재미없다'는 논란이 나오기 무섭게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 그러면서 결정력 있는 경기력으로 많은 골을 터트리며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팬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시합에 나서고 있는 것도 많은 골이 터지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많은 골이 터지면서 올 시즌 K리그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닥공 축구'가 모든 팀으로 퍼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이 주창한 '닥공 축구'는 공격적인 축구, 많은 골을 넣는 축구로 경기도 이기고 팬들에 흥미를 불어넣겠다는 뜻을 갖고 있는 축구를 말하는데요. 팀도 살고 리그 전체를 살릴 수 있는 전북 현대의 '닥공 축구' 모토가 전반적으로 상,하위권 팀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면서 많은 골이 터지는 주요 원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제 막 절반을 넘어선 현대 오일뱅크 K리그 2011. '큰 사건'으로 인해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하지만 남아있는 선수들,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사활을 건 모습들은 K리그의 신뢰 회복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전체로 퍼진 '닥공 축구'로 부활할 수 있는 K리그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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