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달 10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토크쇼J> '언론개혁' 편에 당시 최강욱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현 열린민주당 대표)이 출연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KBS 공정방송위원회, 시청자위원회의 비판이 나왔다. 최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언론보도를 비판했는데, 최 당선인이 관련 사건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출연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공지된 KBS 시청자위원회 회의록 및 운영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열린 KBS 시청자위원회에서는 최 대표의 <저널리즘 토크쇼J> 출연에 대한 비판이 이뤄졌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인 정민영 시청자 위원(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저널리즘 토크쇼J> 89회에서는 언론개혁 문제에 대해 다뤘다"면서 "최강욱 당선인이 오랜 기간 언론 문제와 관련한 활동을 이어왔다는 사실에는 별다른 의문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러나 최 당선인은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 중 한 건에 대해 검찰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고,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서도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J> 5월 10일자 방송화면 갈무리

최강욱 대표는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두 차례 역임하며 언론의 문제를 비판해 온 인물이다. 하지만 '조국 사태'와 관련해 최 대표가 본인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조 전 장관 아들의 인턴 경력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주었다는 의혹을 받아 기소된 상황인만큼, 관련 사건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정 위원의 지적이다.

정 위원은 "어떻게 보더라도 최 당선인은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이날 다룬 여러 문제에 대한 당사자인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도 제작진이 최 당선인을 이 프로그램에 굳이 출연시킬 이유가 있었을지 대단히 의문스럽다"고 했다. 그는 "최 당선인의 주장 내용은 최 당선인이 처해 있는 상황과 연결되어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고, 다른 패널들이 사건의 당사자가 직접 출연한 상황에서 발언의 내용이나 수위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 또한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실제로 최 당선인은 조 전 장관 관련 보도들을 '분풀이 저널리즘'이라고 이름붙이며, 당시 이루어진 보도를 '큰 틀에서 보자면, 결국 언론은 사양 산업이고 국민들에게 버림받고 잊혀질 수밖에 없어서 마지막 발버둥을 친 것'이라고 평가했다"며 "이 같은 비평이 균형잡힌 것이었는지도 의문이지만,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서 여러 사안의 핵심적 당사자에게 굳이 오해를 살만한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적절한 일이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임장원 KBS 시사제작국장은 "최 당선인을 섭외하게 된 것은 이번 총선에서 언론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유일한 정당의 당선인이었다는 점, 또 그동안 언론 관련 사회적 발언을 많이 해왔고 최근에는 언론개혁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활동을 해왔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며 "최 당선인이 조국 관련 재판, 검언유착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고민 끝에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국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당선인이 연루된 부분에 대해 발언을 했고, 이것이 공정성에 관한 이슈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최 당선인의 조국 사태 당시 언론보도에 대한 비판이 자칫 부적절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점, 언론개혁이라는 프로그램 전체 메시지 자체의 설득력을 메신저로 인해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방송 후 여러 지적을 통해 깊이 공감하고, 좀 더 신중해야 되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종임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은 "<저널리즘 토크쇼J>는 항상 출연자 이슈와 관련해 많은 지적이 언급되는 것 같다"며 "정 위원이 제안한 부분을 심사숙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KBS)

KBS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도 노측의 비판이 이뤄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공지한 '5월 정례 공정방송위원회 결과 보고'에 따르면, 28일 열린 회의에서 노측은 최 대표가 현재 조국 허위인턴 증명서 발급 혐의로 기소됐고 관련 재판도 진행 중이라며 이런 인물이 KBS에 출연해 이야기하는 것은 제작가이드라인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측은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최 대표를 '언론개혁 최강 스피커'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KBS 사측은 시청자위원회에서 밝힌 내용에 더해 최 대표의 발언 내용이 본인 사건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닌 만큼 제작가이드라인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사측의 입장에 대해 노측은 당시 최 대표 발언 내용들은 언론학 교수 등 다른 인사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며 패널 선정이 사려깊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시청자위원으로부터 지적이 나온 점을 들어 프로그램 신뢰도 훼손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KBS 시청자위원회에서는 'KBS 저널리즘 쇄신 방안'이 보고되는 과정에서 KBS 인사의 정치권 직행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기도 했다.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2월까지 KBS 부사장이었다.

정민영 위원은 "저널리즘 쇄신 방안은 결국 KBS 보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쇄신안에 KBS 인사의 정치권 직행을 막기 위한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 정 위원은 "KBS 인사들이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문제는 KBS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를 상당히 손상시킬 수밖에 없다. KBS 기자들조차 매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며 "보도혁신 못지 않게 KBS 윤리강령이나 방송강령 등을 개정해 KBS가 정치권과의 어떤 연결, 오해같은 것들을 사전에 과감하게 차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병걸 KBS 부사장은 "저희 내부도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를 공론화해서 발표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정치권 직행 문제와 관련한 윤리강령 강화 등의 후속대책을 논의해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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