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최악의 한 주를 보낸 기아와 롯데가 이른 시간에 리턴매치를 가졌다. 이번에도 광주에서 만난 두 팀은 임기영과 박세웅의 맞대결로 다시 화제를 모았다. 재미있게도 상대 전적은 그대로 적용이 되었고, 임기영은 롯데 킬러가 되었고, 박세웅은 호랑이 앞에서 꼼짝 못 하는 처지가 되었다.

롯데에 유독 강하고 원정보다 홈에서 강력한 피칭을 하는 임기영은 다시 광주에서 호투를 선보였다. 임기영에게는 광주에서 롯데와 경기를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다른 경기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지니 말이다.

이번 경기는 1회 기아의 첫 타자로 김호령의 한방으로 시작되었다. 박세웅이 첫 공을 던지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듯, 3년 만에 1군 무대에 복귀한 김호령은 홈런으로 화답했다. 군 복무까지 마친 후 올 시즌 선발이 예상되었지만,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한 김호령의 이 한방은 강렬하게 다가왔다.

중견수 수비수로 기아에게 안정감을 심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큰 선수였다. 그런 그가 올 시즌 첫 경기에서 첫 타자로 나서 첫 구를 홈런으로 만들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물론 다른 타석에서 여전히 타격감이 정상은 아니라는 아쉬움을 주기는 했지만, 3년 만에 1군 복귀한 김호령으로 인해 안심이 된다.

KIA 선발투수 임기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호령의 홈런으로 1-0으로 앞선 기아는 이후 득점을 추가하지 못했다. 롯데 역시 임기영의 호투에 막히며 제대로 공격을 이끌지 못했다. 침묵하던 롯데를 깨운 것도 홈런이었다. 롯데가 주목하는 김준태가 임기영을 상대로 시원한 동점 홈런을 치면서 분위기 반전을 도모했다.

6회 이대호가 자신의 3,000루타를 역전 솔로홈런으로 장식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이대호 개인에게는 물론 팀으로서도 중요한 순간 나온 홈런이었다. 박세웅은 김호령에게 공 하나로 홈런을 내준 후 실점 없이 잘 막았고, 롯데 타자들은 홈런 두 방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기아가 올 시즌 롯데를 만나면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역전 당하자마자 기아 타선이 다시 폭발했다. 선두타자 최형우가 안타로 나가자, 올 시즌 가장 안정적이며 꾸준한 활약을 해주고 있는 나지완이 2루타를 치며 무사 2, 3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것은 최근 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유민상이었다. 이미 앞서 2안타를 몰아친 유민상은 똑딱이라는 아쉬움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3점 역전 홈런을 쳐 경기를 다시 뒤집으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었다.

유민상은 역전 3점 홈런만이 아니라, 2사 만루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치며 홀로 5타점을 쓸어 담으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기아에서 3년 차를 맞고 있는 유민상은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모습을 보면 유민상의 해가 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타구 바라보는 KIA 유민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윌리엄스 감독이 주목하고 꾸준하게 타석에 설 기회를 주고 있다. 그리고 유민상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 완벽한 타격감으로 타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매일 이번 경기 같은 모습을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통산 15개의 홈런이 전부라는 점에서 유민상에게 매번 극적인 홈런을 기대할 수도 없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타격감이 좋아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유민상이 지금처럼 집중력을 유지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최고의 한 해는 분명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지완이 기아의 새로운 기록을 써가며 꾸준하게 실력을 보여주듯, 꾸준함을 유지한다면 저니맨이었던 유민상의 전성시대는 이제 시작될 수도 있다.

임기영은 6이닝 동안 92개의 투구로 7피안타, 1 사사구, 2 홈런, 5 삼진, 2 실점으로 시즌 2승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롯데를 상대로 모두 승리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임기영이 안정적인 피칭을 하고, 팀 타선이 폭발하며 경기는 기아가 잡았다.

2016년 입단한 전상현은 올 시즌 기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 중 하나다. 지난 시즌 60이닝을 넘기며 처음으로 존재감을 보여준 전상현의 올 시즌은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 보인다. 기아의 붙박이 마무리로 나서고 있는 문경찬보다 더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13이닝 동안 방어율 0을 기록하고 있는 전상현이 지난 시즌 3.12 방어율에 15 홀드를 기록한 것 이상의 기록을 남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단순히 운으로 이런 기록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그의 피칭을 보면 분명 매력적이고 안정적이니 말이다.

KIA 타이거즈 홍상삼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경기에서 주목해야 할 마지막 선수는 홍상삼이었다. 고교시절 최고 투수로 두산에서도 크게 주목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공황장애, 심리적 부담이 결국 제대로 된 투구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난 시즌 이를 이겨내고 마운드에 다시 서기 시작했던 홍상삼. 10년을 두산에서 보낸 그는 우여곡절 끝에 기아 유니폼을 입었다. 방출된 그를 품은 기아는 홍상삼을 선발 후보로도 생각하고 있다. 그런 그가 올 시즌 처음 마운드에 올랐다.

부담 가지지 않아도 좋을 정도의 점수차에서 9회 마운드에 오른 홍상삼은 과거의 불안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첫 타자인 안치홍을 삼진으로 가볍게 잡아내더니, 한동희와 김준태를 모두 2루 땅볼로 잡아내며 가볍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던 홍상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가는 홍상삼의 투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승리를 엿보게 했으니 말이다.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고, 경기를 즐길 수 있다면 홍상삼은 고교시절 누렸던 그 대단한 성과를 프로 11년 차 보여줄 수도 있어 보인다.

공황장애로 인해 야구를 그만둘 수도 있었던 홍상삼이 마운드에 올라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운 경기였다. 자주 등판하며 무너지는 경기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강하게 경기에 임하면 홍상삼의 전성기는 곰이 아닌 호랑이 유니폼에서 시작될 것이다.

지난주 믿었던 선발이 무너지며 힘든 경기를 했던 기아는 롯데를 다시 홈으로 불러 승리를 거뒀다. 롯데를 상대로 다시 스윕을 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지난 경기 아쉬운 투구를 했던, 양현종이 그 가능성에 화답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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