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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청 의혹, KBS 정치부가 시인한 것과 부정한 것[주장]제 3자라는 취재원을 KBS가 못 밝힐 이유 없다
김완 기자 | 승인 2011.07.11 15:14

   
  ▲ 서울 여의도 KBS본관 ⓒ 미디어스  
불법 도청 의혹은 이제 결론만 남겨두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야당 대표실이 불법 도청당한 사건은 그 당사자로 KBS가 지목되며 기(起)를 이뤘고, 국회에 출입하는 KBS 장 아무개 기자가 ‘민주당 회의 장소에 휴대폰을 두고 갔으며 휴대폰의 녹음 기능으로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승(承)이 되었고 이를 KBS가 부인하며 전(轉)을 맞았다. 경찰은 장모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있다.

경찰의 수사 방향은 근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BS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 대립된 주장 가운데 하나는 분명 진실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서로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와중에도 의외로 일치하는 대목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11일 오전 발표된 KBS 정치부의 입장은 현 상황에 대한 KBS의 개입 정도와 행위 방식에 대해 여러 행간을 남겼다.

KBS는 여전히 도청은 안 했다는 것을 기본적 입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 조금씩 입장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11일 KBS 정치부는 “정치부의 어느 누구도 특정 기자에게 이른바 도청을 지시하거나 지시 받은 바 없음도 분명히 한다”면서 “KBS 정치부는 이러한(취재) 노력들을 종합해서 회의(민주당 최고위원회) 내용을 파악했으며 그 과정에 회의에 관련된 제 3자의 도움이 있었다는 점을 부득불 확인한다”고 밝혔다. 

불법 도청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에서 가장 핵심적인 두 개의 몸통만 정리해 본다.

불법 도청은 있었다?

불법 도청 논란에 대한 최근  나온 KBS의 입장은 11일 오전에 발표한 '최근 논란에 대한 KBS의 정치부 입장'이다. 불법 도청의 당사자로 지목된 장 아무개 기자가 소속된 KBS 정치부는 “정치부의 어느 누구도 특정 기자에게 이른바 도청을 지시하거나 지시 받은 바 없음도 분명히 한다”고 했다. 이 문장은 다소 묘하다. KBS의 기존 입장대로라면 ‘정치부의 어느 누구도 도청을 지시하지 않았고, 하지 않았다’고 하면 될 것인데 ‘도청을 지시하거나 지시 받은 바 없다’고 했다. 다만, KBS 정치부가 분명히 한 것은 '도청에 대한 지시가 없었다'는 점이다.

KBS 정치부는 이어 “회의에 관련된 제 3자의 도움이 있었다는 점을 부득불 확인한다”고 했다. “제 3자의 신원과 역할에 대해 더 이상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이 문장에서도 제 3자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의 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다.

KBS 정치부의 주장은 중요한 행간을 남긴다. ‘도청에 관한 지시는 없었고, 제 3자의 도움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도청에 대한 무게를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제 3자의 도움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상, ‘도청은 있었지만 제 3자가 했다’는 얘기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또한 성명이 나온 시점 역시 의미심장하다. 11일 오전 'KBS 윗선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자 정치부는 '윗선의 지시는 없었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도청 자체에 대해선 강력히 부정하지 않은 채, 도청에 대한 조직적입 개입을 기술적으로 차단한 셈이다.

KBS 정치부가 개입됐다?

KBS 정치부 성명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번 사건에 KBS 정치부가 관여됐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대목이다. KBS 정치부는 회의 내용을 알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자의 당연한 의무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며 “KBS 정치부가 노력들을 통해 회의 내용을 파악했으며 그 과정에 회의에 관련된 제 3자의 도움이 있었다는 점을 부득불 확인한다”고 밝혔다. 즉, 한선교 의원에게 건너간 문건에 대해 어떠한 방식이 됐건 KBS 정치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KBS 정치부는 통상적 취재를 넘어서는 방식의 취재가 있었다는 점을 의도하지 않게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KBS 정치부는 “내용 파악이 기자로서의 당연한 의무”라고 했는데 그 의무에는 보도가 전제돼야 한다. KBS 정치부의 주장대로라면 '기자로서의 의무'로 파악한 내용이 한선교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취재'가 이해관계를 위해 활용됐다는 또 다른 의혹을 남기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제 3자에 대해 KBS 정치부는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보도에 국한된 취재원이었다면 취재원 보호는 당연히 받아들여져야만한다. 하지만 KBS 정치부의 주장대로라면 취재원으로 보기 어렵다. KBS 정치부가 못 밝힐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제 3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KBS 정치부가 주장하는 취재원은 아니다.

불법 도청 의혹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는 13일 의혹의 또 다른 당사자인 한선교 의원이 귀국하면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란 점이다. KBS는 언론기관이다. 경찰의 수사가 부당하다면, 제 스스로 납득할 만하게 의혹의 전모를 밝히고 사회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김완 기자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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