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국내 최장수 탐사보도프로그램 MBC <PD수첩>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1990년 5월 8일 첫 방송을 시작한 <PD수첩>에는 102명의 PD와 125명의 메인 작가가 거쳐 갔다. 초기 10년 동안에는 시민들의 인권 문제에 주목했다. 1990년 5월 8일 ‘피코 아줌마 열받았다’ 편을 시작으로 원정 도박, 가정폭력과 여성인권, 위안부 피해, 사립학교 비리 등 사회 곳곳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다뤘다.

2000년 들어서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시야를 넓혔다. 미국 소파 개정(2002), 한국의 권부 4부작(2003), 황우석 논문조작(2005),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2010), 검사와 스폰서(2010) 등 굵직한 내용을 쏟아냈다.

(사진제공=MBC)

‘성역없는 취재’에 위기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언론탄압이 시작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보도로 PD들이 체포됐고, 정권에 불리하고 예민한 아이템들은 무산되기 일쑤였다. PD들은 제작과 무관한 곳으로 강제 발령됐고 6명의 작가들은 전원 해고됐다. 해고 하루 만에 방송작가 1,000여 명이 서명운동 및 집필거부에 동참했다. 2017년 8월 총파업과 함께 PD수첩 제작진은 제작거부에 들어갔고 약 5개월 동안 <PD수첩>은 편성표에서 사라졌다.

최승호 전 MBC사장은 대표적인 언론탄압 피해자 중 한 사람이었다. 2011년 소망교회 관련 내용을 취재하다 <PD수첩>에서 강제하차 당했고 2012년 170일 노조 파업에 참여하다가 해고됐다. 언론탄압은 2017년까지 이어졌고 최 PD는 같은 해 사장 중책을 맡아 MBC로 복귀했다.

8년의 암흑 터널을 지나 <PD수첩>은 2018년 새롭게 출발했다. 해고됐던 메인 작가들이 돌아왔고 시스템이 복원됐다. 김기덕 감독 등의 성폭력을 고발하며 ‘미투’운동을 조명했고, 고 장자연 사건, 조계종과 교회 3부작, 별장 성접대와 검찰개혁 시리즈 등 2부작 시리즈를 쏟아냈다. 사법농단, 언론개혁, 국기원, 사립유치원 등에 대한 보도를 통해 저변을 넓혀가며 2018과 2019년 연속으로 한국PD대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민주언론상’ ‘올해의 좋은 보도상’등을 수상했다.

<PD수첩>은 ‘소송불패 신화를 이어왔다’고 자부한다. 2018년부터 2020년 5월까지 <PD수첩>에 들어온 내용 증명, 가처분신청 및 민·형사 소송은 총 59건이다. 그사이 방송된 <PD수첩>은 총 105회로 2회에 1건꼴로 민원·소송이 제기된 셈이다. 제기된 민원·소송 중 진행 중인 15건을 빼면, 법원은 모두 <PD수첩>의 손을 들었다.

PD수첩 제작진 (사진제공=MBC)

<PD수첩> 제작진은 시민들의 제보와 피해자들의 증언 덕분에 프로그램이 3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필리핀 셋업 범죄, 보이스피싱, 빛과진리교회 문제 등을 취재했던 김동희 PD는 한 인터뷰에서 “(피해자에게) 무엇 하나 부탁하는 것도 굉장히 죄송했다. 방송제안도 참 어렵게 드렸다”고 밝힌 바 있다. 고 장자연, CJ E&M오디션 순위조작, 검찰 기자단 등을 취재한 김정민 PD는 “특히 피해자들 기저에 깔린 공포심, 언론에 대한 불신을 이겨내는 게 가장 중요하고 힘들다”고 말했다.

작가들의 역할이 컸다. 현재 <PD수첩>에는 5명의 메인 작가가 있다. 4대강 관련 보도를 했던 정재홍 작가, 황우석 논문조작을 보도했던 윤희영 작가, 장자연 2부작을 보도했던 장은정 작가, 쓰레기대란 2부작을 보도했던 조희정 작가 등이 있다. 정재홍 작가는 “조금 더 들어가면 뭔가 나올 것 같을 때 압력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이런 압력을 이겨내는 게 중요한데 PD수첩엔 ‘우회하지 않는다, 끝까지 겁먹지 않는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다”고 밝혔다.

<PD수첩>은 “30년,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지만, 시민들의 작은 제보들 덕분에 굵직한 방송들이 나올 수 있었다”며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전진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PD수첩>은 2일과 9일에 걸쳐 <PD수첩 30주년 특집, 21대 국회에 바란다> 2부작을 방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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