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지난 20일자 <경찰 이파리 순경, 무궁화 경정에 대들었다> 기사의 일부 표현을 바로잡았다. 이 기사는 경찰 구성원들로부터 "상하 조직 간을 이간질 시키고 조직 전체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조선일보는 비판의 본질적인 부분을 제외한 일부 표현에 한정해 기사를 바로잡고 사과했다.

조선일보는 29일 지면과 온라인판 <바로잡습니다> 기사에서 "경찰직장협의회 준비위원회가 '순경 계급장 모양은 이파리가 아닌 꽃봉오리'라며 '전국 12만 경찰에게 모욕을 주었고 사기를 꺾었다'는 뜻을 전달해왔다"며 "'이파리 순경'을 '꽃봉오리 순경'으로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5월 29일 '바로잡습니다'

조선일보는 "이파리는 '나무나 풀의 살아 있는 낱 잎'을 뜻하는 순우리말이지만, 일선 경찰관 상당수는 비하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 불쾌함을 느낀다고 한다. 또 순경·경장·경사 계급장은 1991년 이파리에서 무궁화 꽃봉오리 모양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표현에 불쾌감을 받은 경찰관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사의 온라인판 제목은 현재 <경찰 막내 순경, 무궁화 경정에 공개 반박>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이 기사는 경찰 구성원들로부터 단순히 '이파리'라는 표현만 문제로 지적된 게 아니다. 경찰 구성원들은 이 기사가 경찰 상하 조직간을 이간질시키는 보도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0일 <경찰 이파리 순경, 무궁화 경정에 대들었다>기사에서 "서울시내 한 경찰서에서 '이파리 2개'(순경) 막내 경찰관이 경력 20년 터울의 '무궁화3개'(경정) 간부 경찰관과 온라인 설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12 신고를 처리한 뒤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처리 결과 등을 설명하고, 추가로 궁금한 사항 등을 묻는 '112 신고 콜백'이 '설전'의 발단이었다고 썼다. 한 순경이 야간 근무를 서던 중 경찰 내부 전산망에 '지역 경찰 두번 죽이는 112 신고 콜백'이라는 글을 올려 콜백 서비스 강화 지시를 비판했고, 이에 대해 해당 지역 경찰을 통솔하는 생활안전과장이 반박글을 올렸다는 내용이다.

이 순경은 '콜백을 지나치게 강화해 경찰관이 피의사실공표죄와 명예훼손죄 등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고 주장했고, 생활안전과장은 '지침대로 진행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며, 소송 등의 문제가 생기면 경찰서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한 경찰관의 발언을 인용해 "정부가 경찰관을 서비스업 종사자처럼 생각해 '치안고객만족도' 숫자로 경찰서끼리 경쟁하게 된 탓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5월 20일 <경찰 이파리 순경, 무궁화 경정에 대들었다>

이에 대해 지난 27일 경남경찰청 및 23개 경찰서 직장협의회, 경찰직장협의회 전국준비위원장·임원진 등은 경남경찰청 기자실에서 해당 기사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의 정정보도와 사과를 촉구했다.

국제신문, 노컷뉴스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이 기사는 경찰 상하 조직간을 이간질시키고 조직 전체를 비하하는 것으로, 전국 12만 경찰에게 모욕을 줬다"며 "기사 제목만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경찰 조직을 비하하고 희화화한 기사는 용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이파리' 표현에 대한 비판도 이뤄졌다. 이들은 "기자는 경찰의 순경, 경장, 경사 계급장의 모양이 무궁화 꽃봉오리라는 사실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음에도 오직 모욕적 기사를 부각시키기 위해 주요 포털 뉴스에 위와 같은 제목으로 기사를 게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경찰은 사실이 왜곡된 기사, 경찰을 비아냥거리는 기사에 대해 대응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더 이상 경찰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기사에 대해 용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바로잡습니다> 기사에는 조선일보의 정정과 사과가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파리라고 화내는 게 아니라 비하하는 의도가 있으니까 화를 내는 거다. 꽃봉오리로 정정한다니 한심하다"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아직도 일선 경찰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본질을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답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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