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무명이었던 선수가 인고의 세월을 거쳐 스타로 거듭난 사례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겼습니다. 한국 축구에서는 2002년 월드컵 때 늦깎이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이을용, 최진철이 대표적이었고, 최근 꾸준하게 대표팀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근호 역시 '2군 신화'를 이룬 선수로 주목받았습니다. 물론 그 비율이 적다고 하지만 순전히 실력만으로 스스로 가치를 높인 무명 출신 스타 선수들의 도약은 많은 후배 선수들에 귀감이 되고, 팬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 K리그 승부조작 사태로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면서 각 팀 전력 가동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주축 선수들이 승부 조작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몇몇 팀은 정상적인 전력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 기회를 살려 새롭게 거듭나기를 꿈꾸는 무명 선수들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해당 선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려 할 것이며, 각 팀 그리고 리그 전체에도 조금이나마 새로운 활력을 얻는 계기를 얻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습니다.

▲ 상주 상무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해 주간 MVP에 선정됐던 대구 FC 김민구 (사진=대구 FC)
K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 현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바로 골키퍼 김민식입니다. 2008년 입단해 이렇다 할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김민식이었지만 최근 주전 골키퍼 Y모 선수의 승부 조작 연루 사실로 한 순간에 뚫려버린 골키퍼 포지션을 당당히 꿰차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1군 골키퍼가 되고 싶은 선수, 김민식이다"라고 소개할 만큼 언젠가 당당히 주전 자리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랐던 꿈을 이뤄낸 것입니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기존의 우려와 다르게 김민식은 상대의 슈팅을 감각적으로 막아내는 능력이 좋고, 패널티킥, 세트 피스 등에서 강력한 방어 능력을 자랑하는 강점을 살려 어느 정도 실전에서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특히 지난 16라운드 FC 서울전에서 김민식은 인상적인 선방 능력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앞으로도 꾸준하게 주목받을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이 '닥공 축구 본능' 뿐 아니라 김민식의 선방 능력으로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김민식의 '무명 신화 스토리'는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주말에 열린 리그 16라운드에서는 이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셨습니다. 대구 FC의 김민구는 상주 상무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고 프로축구연맹에서 선정하는 주간 베스트 11에도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이 경기에서는 대구 FC 2년차 공격수 김현성이 멋진 오버헤드킥으로 골을 뽑아내 팬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또 전남의 이병윤은 리그 데뷔 2번째 경기였던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골을 뽑아내 팀을 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게 했고, 대전의 한덕희도 데뷔골을 넣으며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았습니다.

그밖에도 최근 데뷔전을 치러 첫 선을 보인 선수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크게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 대거 나서자 몇몇 팬들은 '저 선수가 누구지?' 하는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데뷔 무대를 이제야 막 치른 선수들은 자신이 가졌던 프로 데뷔의 꿈을 이루며 궁금증과 의문을 단번에 날리고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선수가 모자라 어쩔 수 없이 짜낸 고육책 속에서 출전한 선수들이 있다 할지라도 이 기회를 통해서 무명 선수들은 갈고 닦은 기량, 그동안 가졌던 꿈을 모두 쏟아내며 K리그에서 빛나는 스타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선수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K리그에도 새로운 희망이 피어오를 것입니다.

이번 승부 조작 사태를 통해 모든 선수들의 명예가 많이 실추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남은 선수들은 더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고, 진정한 땀과 노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가운데서 밑바닥에 있다 기회를 얻어 서서히 떠오르는 무명 선수들의 활약상은 한국 축구, K리그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무명들의 반란으로 새바람을 몰고 오며 희망을 찾는 모습이 더 많아지는 K리그를 기대해 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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