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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성착취물 피해자 망각한 문화일보 '야동 볼 권리'언론노조 성평등위 "'n번방 방지법'이 주목해야 할 피해자는 사업자 아닌 불법 성착취물 희생자"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5.26 11:05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문화일보의 20일자 칼럼 <‘야동’ 볼 권리>에 대해 언론인들이 반박하고 나섰다. 일명 ‘n번방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등 3개 관련법 개정안을 두고 사업자와 이용자가 느낄 불편함에 집중한 칼럼에 대해 “불법 촬영물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보도해달라”고 했다. 

언론사 150개 지본부가 모인 전국언론노동조합 내 성평등위원회는 25일 “‘N번방 방지법’ 보도, 피해자를 기억하라”는 성명에서 이신우 문화일보 논설고문의 20일 자 칼럼을 꼽아 비판했다.

이신우 논설고문은 해당 칼럼에서 ‘n번방 방지법’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성매매가 디지털화’ 됐고 “덕분에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 ‘야동’”이라고 했다. 또한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음란물을 유통하는 인터넷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는데 이를 “정부 내의 성인군자들은 이마저 허용하지 않았다”고 서술했다.

그는 “햇볕을 차단하면 곰팡이가 피게 마련 아닌가”라며 “하수구가 막히면 오물이 넘치듯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큰 폐해는 ‘n번방’류의 출현”이라고 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야동이 인기를 끌었고, 이를 방통위가 차단하자 'n번방'이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이 고문은 ‘n번방 방지법’으로 인해 사업자는 매년 방통위에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는 의무를 지게 되며 “친구들끼리 야동을 주고받거나 비공개 블로그에서 혼자 감상하는 등의 행위가 모조리 밖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이어 “성범죄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사생활 사찰을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민간 버전의 ‘디지털 공수처’”라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개인의 사적 자유와 기업의 재산권 침해 우려까지 제기했다.

5월 20일 자 문화일보에 실린 <'야동' 볼 권리>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제목부터 문제”라며 “합법적으로 만들어지는 영상과 본인의 동의 없이 촬영되거나 유포되는 불법 성착취물을 등치시킨 뒤, ‘햇볕을 차단하면 곰팡이가 피게 마련’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성평등위원회는 이신우 논설고문에게 “불법 성착취물이 과거 소라넷과 ‘웹하드 카르텔’ 등을 통해 퍼져나가는 것을 방치하고, 피해를 입은 여성이 생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가 과연 ‘햇볕이 비치는 사회’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사생활 침해를 운운하기 이전에 ‘디지털 성범죄’는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폭력임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이밖에 ‘N번방 방지법’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일부 경제지들의 보도는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불법과 유해행위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자의 사생활 침해 우려를 비롯해 기술·관리적 조치의 보완책이 마련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정책의 실효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업자의 ‘피해’가 강조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성평등위원회는 ‘N번방 방지법’이 주목해야 할 피해자는 사업자가 아닌 불법성착취물의 희생자들이라고 했다.

성평등위원회는 “현장의 모든 언론인에게 ‘피해자를 기억하라’고 촉구한다”고 언론인들에게 다시금 당부했다. 이들은 “앞서 N번방 관련 보도에 대해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보도’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고 N번방 방지법과 관련된 보도 기준도 다르지 않다”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 피해자 보호의 지원 과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보도만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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