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정희] 현재의 형사와 과거 형사가 만나 수사를 했었다. 현재의 형사가 내 머릿속의 과거로 돌아가 수사도 했었다. 젊은 형사가 자기 아버지의 동료인지 적일지 모른 형사들과 함께 수사도 했었다. 남이 안 보이는 소리가 들리고, 사진기처럼 현장을 그대로 기억하는 형사도 등장했다. 한술 더 떠서 팔, 다리, 눈 등등 사지 육신이 사이보그인 병기들도 등장했다. 또 새로운 게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제 OCN <번외수사>에 수사 현장의 번외인 '아마추어'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 아마추어들의 면면이 심상찮다. 국내 최고 탐사프로그램 피디가 되는 게 소원이었지만 현실은 각종 고소, 고발에 시청률까지 바닥, 프로그램 폐지 위기에 몰린 열혈 피디 강무영(이선빈 분)이 그 첫 번째 인물이다. 결국 없어질 프로그램을 놓고 팀장과 시청률 4.5%를 딜하여 직접 범인을 잡고자 나선다. 강 피디가 주목한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벌어진 살해 사건. 거리를 가던 남성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흉기를 현장에 둔 채 범인이 사라진 '구촌 대학생 살해 사건'을 추적한다.

탐사보도 피디와 손잡은 전직 검안의와 프로파일러

강무영 피디가 도움을 청한 건 다단계 판매 사무실 물품창고 한쪽을 빌려 탐정 사무소로 쓰고 있는 '탁원(지승현 분)'이다. 한때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자신의 실력이라면 떼돈을 벌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월세 낼 돈조차 마땅치 않은 처지다. 그래서 귀찮지만 늘 방송 출연을 핑계로 자문을 구하러 오는 강무영을 마다할 수 없다. 강무영이 제공한 자료에서 범인이 절단한 채 놔둔 '피해자의 두 손'을 통해 범인과 피해자가 '손'을 통해 일련의 관계가 있음을 추정하는 탁원의 프로파일링은 여전하다.

탁원의 도움을 받은 강무영은 최근 거리에서 입이 찢겨진 채 역시나 무차별 난자당해 죽은 한 학교 선생님 살해 사건을 주목한다. 두 사건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두 사람이 찾아간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보다 더 예를 갖추며 죽은 사람의 메이크업을 하는 중인 이른바 '황천길 프로 배웅러’ 장례지도사 이반석(정상훈 분)이다.

지금은 장례지도사이지만 한때는 하루에 수십구 씩 시체를 검안하던 국과수 수석 부검의였다. 탁원과 강무영의 부탁을 받은 이반석은 동료에게 도움을 핑계로 시체 보관소를 찾아, 최근 벌어진 윤리 선생 살인 사건이 죽기 전에 조커처럼 찢긴 입, 거기에 같은 왼손으로 잔인하게 가해진 상흔 등을 미루어 동일범의 소행일 수 있다는 것을 추정해낸다.

그런데, 이 국과수에 출동한 또 한 사람이 있다. 여성 실종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직접 피해자인 척 잠입 취재했던 강무영 피디의 취재를 앞서 브리핑을 하여 무위로 만들어 버린, 범인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형사 강호(차태현 분)가 그 주인공이다. 사사건건 강무영과 부딪히는 강호는 사건현장에 뛰어든 강무영과 함께 불법 성형시술 현장에서 부딪치더니, 이제 다시 13년 전 사건과 최근 벌어진 교사 구형진 살해 사건을 두고 다시 맞물리는 처지에 놓인다.

익숙하지만 진부하기도 한 차태현의 수사극

형사라지만 자신이 잡고자 하는 범인이 있으면 증거를 조작해서라도 검거를 해야만 하는 강호. 더구나 김광규가 특별출연한 조폭들의 현장에 혈혈단신 등장한 강호를 돕는 건 한때 전설의 조폭이었으나 이제는 종종 천식호흡기를 꺼내 드는 테디 정(윤경호 분)과 그의 바텐더들인 '맨손(박태산 분)'과 '연장(장진희 분)'이다.

형사이면서도 검거를 위해서는 불법적 수단과 도움을 마다하지 않는 강호와 그의 조력자 전설의 조폭팀. 그리고 시청률은 물론, 탐사보도에 대한 사명감까지 구비한 강무영 피디와 그의 조력자 전직 프로파일러에 전직 국과수 검안의. 이들의 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오합지졸 범죄자들을 모아놓았으나 뜻밖의 우주 수호자가 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면모가 보인다.

OCN 주말 드라마 <번외수사>

아직은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는 진강호와 강무영. 수사에 있어서만은 한 치의 양보가 없는 이들이 13년 전 사건과 구형진 살해 사건의 범인을 향해 함께 뛰어든다면 그 어떤 '강력 수사팀' 저리 가라 할 황금의 조합이 펼쳐질 듯하다.

과거 사건과 오늘의 사건이 만나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드러나는 사건 자체는 새롭지 않았지만, 강무영 피디가 추적하는 과거 사건이 진강호가 추적하는 오늘의 사건과 병렬적으로 진행되며 시청자로 하여금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전개 방식은 새로웠다. 허허실실 코믹한 전개였지만, 사건 진행의 내실은 착실하게 수사극으로서의 방향성을 놓치지 않으며 새로운 장르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차태현은 <엽기적인 그녀> 이래로 전혀 새롭지 않지만, 여전한 그의 친숙함을 무기로 새롭게 조합된 씬스틸러 팀과의 콜라보는 익숙한 듯 신선한 기대를 갖게 한다. 차태현의 진부함을, 새로운 옷을 입은 프로파일러로 등장한 지승현, 전설의 조폭 윤경호, 전직 검안의 정상훈 등 걸출한 조연진이 충분히 보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디 이 익숙한 듯 새로운 조합의 수사팀이 좋은 성과를 거두어 차태현의 바람처럼 시즌제 드라마로 안착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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