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지역신문의 위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신문이 호황이었을 때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 신문사 매출이 급감했고, 지역신문은 지면 감면·휴직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역에 공론장이 없다”면서 “지역언론은 지역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봉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수 지역신문은 코로나19로 인해 매출 급감에 처했다고 호소한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경남도민일보·경상일보·국제신문·매일신문 등 주요 지연신문사가 감면을 결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지역신문은 위기였다. 수도권 신문과 지역신문 사이 양극화는 심화된 지 오래다. 지역신문의 숨통이 되어준 지역신문육성지원법은 2021년 일몰될 예정이다.

▲ 2008년 열린 전국 지역언론신문 모음전, 기사 본문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미디어스)

이에 대해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지역신문 위기 해결책으로 ‘봉사자 모델’을 제안했다. 지역신문이 지역민 밀착형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25일 한겨레 칼럼 <신뢰에 목마른 사람들>에서 “(지역신문은) 목에서 힘을 빼야 한다”면서 “지역신문은 지역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봉사자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떳떳하게 먹고살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강준만 교수는 “지역엔 공론장이 없다”면서 “연고와 이해관계 중심으로 파편화된 공간은 무수히 많지만 연고 없이, 사심 없이 지역에 대해 떠들 수 있는 마당은 없다. 놀랍고도 흥미로운 건 그런 마당 역할을 해보겠다고 시도하는 지역 언론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걸핏하면 인력과 돈 탓을 하지만, 마당쇠 노릇을 하라는데 왜 그런 엉뚱한 이유를 대는 걸까”라면서 “모든 걸 자신들이 직접 해야 한다고 믿는, 디지털 혁명 이전의 낡은 사고방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강준만 교수는 지역신문에 신뢰를 요구했다. 강 교수는 “지역에 관심과 애정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취재의 주요 공간으로 여기지 않고, 관 중심의 출입처에서만 정보를 얻겠다니 그게 말이 되나”라면서 “그래서 ‘공무원 언론’이란 말을 듣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문제는 판을 깔아주는 주체에 대한 신뢰”라면서 “사람들은 신뢰가 없는 곳엔 모여들지 않는 법이다. 지금 지역 언론에 그런 신뢰가 있는가”라고 밝혔다.

5월 25일 강준만 교수 한겨레 칼럼 <신뢰에 목마른 사람들>

강준만 교수는 “신뢰라고 해서 많은 걸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열망과 실천의지에 대한 믿음을 갖게끔 하는 수준이면 족하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지역엔 신뢰에 목마른 사람이 많다”면서 “연고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지역의 삶에 대해 마음껏 수다를 떨면서 서로 믿을 수 있는 유대를 맺고 싶어 하는 이가 많다. 지역을 사랑하고 싶어도 그 사랑을 음미하고 실천할 수 있는 마당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강준만 교수는 미국 생활정보 사이트 크레이그리스트를 우수 사례로 꼽았다. 강준만 교수는 “크레이그리스트가 지역신문사 수입의 40%, 수익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노른자위 수입원이었던 생활광고를 가져가는 바람에 지역신문들은 파산으로 내몰리고 말았다”면서 “크레이그리스트의 성공 비결은 ‘판 깔아주기’였다. 지역민들이 사이트에 방문해 마음껏 놀 수 있게끔 간섭하지 않고, 그냥 믿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런 ‘판 깔아주기’는 언론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부터 바꾸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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