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은 남아공 항구도시이자 제3의 도시로 알려진 곳입니다. 한국과는 비행기로 무려 20시간 가까이 가야 갈 수 있는 곳으로 거리차가 많이 나는 곳이지만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남아공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인기가 많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런 더반이 한국 스포츠에 잇달아 좋은 소식을 선사하며 '한국 스포츠의 성지'로 떠올랐습니다.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중요한 순간마다 좋은 소식을 가져다준 더반은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투표에서 강원도 평창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1위에 오른 장소로 또 한 번 역사에 남기며 '진정한 약속의 땅'으로 기억나게 됐습니다. 1981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이뤄낸 곳인 독일 바덴바덴 이상으로 익숙해진 도시로 떠오르며, 이제는 정부나 체육계가 자매 결연을 맺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인연을 가진 도시가 된 셈입니다.

▲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평창 2018이 든 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번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곳은 남아공 더반이었다. (사진: IOC Press Release)
더반이 한국 스포츠에 좋은 소식을 가져다 준 것은 37년 전인 1974년 7월, 홍수환과 아널드 테일러의 세계복싱협회(WBA) 밴텀급 타이틀 경기 때였습니다. 당시 홍수환은 4차례나 다운시킨 끝에 판정으로 이겨 세계챔피언에 올라 한국 복싱의 힘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우승 뒤 홍수환은 TV로 중계된 국제전화 통화를 통해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외쳤고 이를 받은 어머니는 "장하다. 대한국민 만세다"라고 답하며 한국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36년이 지나 2010년 6월, 더반은 한국 축구에 큰 선물을 선사했습니다. 원정 첫 월드컵 16강을 위해 달려온 축구대표팀이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2-2 무승부를 거두며 1승 1무 1패, B조 2위로 16강에 오른 곳이 바로 더반입니다. 이정수의 '헤발슛' 동점골, 박주영의 천금같은 프리킥골은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혼을 빼놓았고 결국 기적 같은 16강 신화를 이뤄내며 '약속의 땅'으로 기억나게 했습니다.

이어 2011년 7월, 더반은 한국 스포츠에 가장 큰 선물을 줬습니다. 12년의 꿈을 간직한 강원도 평창의 올림픽 꿈을 이루게 한 것입니다.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라는 유럽 대표국가 후보들과의 경쟁에서 강원도 평창은 적극적인 유치전쟁을 펼치며 마침내 원했던 올림픽 유치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 번의 꿈을 이루는 데 더반은 단 한 번도 한국을 배반하지 않았고, 한국에 '진정한 기회의 땅'으로 깊이 각인됐습니다.

홍수환과 2010년 축구대표팀,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통점은 바로 잠시 실패를 맛봤다 다시 일어선 경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 가운데 2010년 축구대표팀, 평창 동계올림픽은 직전의 실패를 밑거름 삼아 더반에서 새로운 희망을 싹틔우고 꿈을 이뤘습니다. 월드컵 예선 2차전 아르헨티나전에서 1-4로 패한 뒤 불안한 상황에서 3차전을 맞이해 기어이 16강을 이뤄낸 과정, 2번의 올림픽 유치 실패 속에서도 재도전해 기어이 올림픽 유치를 성공한 과정 모두 '오뚝이'처럼 일어서 성공을 이뤄낸 것들이었습니다. 비록 다른 시기, 다른 곳에서 '오뚝이'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4전 5기'로 챔피언을 따내며 '진정한 오뚝이'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홍수환까지 포함하면 더반은 한국 스포츠에 '오뚝이', '부활'의 장소나 다름없는 곳으로 기억될 만 합니다.

단 3번이지만 한국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만 나와 진정한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더반. 한국인들은 더반에서 이룬 다양한 스포츠 쾌거를 즐기고 기억할 것이며,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평창 동계올림픽의 슬로건 '새로운 지평'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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