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낼 줄은 알았지만 막상 현실로 겪어보니 진짜 꿈만 같은 동계올림픽 유치였습니다. 강원도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던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득표수 63:25:7. 이 숫자만 봐도 인구수 4만여 명에 불과한 대한민국의 작은 도시 평창이 150만 명이 사는 유럽의 대표 도시, 독일 뮌헨을 보기 좋게 한 방 먹인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의 완벽한 승리였고, 국민 모두의 열망이 이뤄낸 쾌거였습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통해 얻은 성과는 한둘이 아닙니다. 당장 올림픽 유치를 통한 경제적인 효과, 동계스포츠 발전 등 직접적인 이익도 있지만 이번을 계기로 한국의 스포츠 외교가 다시 한 번 세계무대로 거듭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 무엇보다 가장 컸습니다. 비록 두 번의 유치 실패가 있기는 했지만 끊임없는 도전과 치밀한 전략, 전방위적인 노력이 지방 소도시의 올림픽 개최라는 성과로 이어지면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강원도 평창이 선정됐다는 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한국은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등을 모두 유치한 나라가 됐습니다. 그 밖에도 한국은 동하계 아시안게임, 동하계 유니버시아드, F1 등 굵직한 스포츠 대회를 모두 치러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를 내기까지는 잠시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2003년과 2007년 두 차례나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했던 것을 비롯해 2022년 월드컵 유치 역시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확실한 유치 성공을 위한 전략 부재, 그리고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정몽준 FIFA 명예 부회장 등 한 사람에게만 의존한 외교력은 한국 스포츠 외교 약화, 그리고 위기론까지 나오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토머스 바흐라는 IOC 내 강력한 입지를 갖고 있는 인물을 보유한 독일 뮌헨, 전통적으로 IOC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프랑스 안시 두 경쟁자는 객관적으로 분명히 인적 자원, 스포츠 외교력 면에서 한국 평창을 앞서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 문제로 IOC 위원직을 박탈당했던 이건희 위원 때문에 문대성 IOC 선수위원이 홀로 고군분투해야 했던 평창은 초반 불리함을 갖고 유치전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력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도 개인 관계, 인맥 등으로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IOC 위원 투표 특성상 평창 조직위원회는 유치전 가세 후 중반까지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양호 유치위원장을 필두로 평창은 조직적이고, 섬세하면서, 완벽한 전략으로 IOC 위원들의 표심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모든 것을 총동원하다시피 하면서 전략적이고 치밀한 계획 속에서 유치 활동을 전개, 조직력으로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사면 복권돼 IOC 위원 활동이 가능해진 이건희 위원은 위원직을 충분히 살려 개별 접촉을 통해 평창을 집중 홍보했고, 조 위원장 역시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며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또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젊은 기업인, 정치인, 각종 인사들의 적극적인 활동도 빛을 발했고, 정부 역시 강력하고 적극적인 지원 활동, 유치 활동으로 각 나라 관료, IOC 위원과 연결할 수 있는 인맥까지 다가가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 내부적인 잡음, 문제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 실행에 옮겼습니다.

무엇보다 동계스포츠 선수 출신들의 활약이 대단히 눈부셨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세계선수권이 끝난 뒤 거의 올림픽 유치 활동에 올인하며 IOC 위원, 외신 기자 등 많은 이들에게 큰 박수와 호평을 받았습니다. 또한 한국 썰매 종목의 선구자 강광배, 쇼트트랙 전설 전이경을 비롯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빙속 3인방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도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선수로서 느끼는 평창의 장점을 생생하게 호소하고 적극적인 홍보 활동으로 평창 유치에 힘을 보탰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전방위적인 노력, 다각적인 분석을 통한 맞춤형 전략은 체계적인 틀을 갖추고 유치 성공을 이뤄낼 때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1인 외교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숨은 곳'까지 찾아 적극적인 외교력을 보여주며 '평창이 꼭 돼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곳곳에 전파했습니다.

홍보하는 데 가장 필요한 기본적인 유치 전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동계올림픽의 전 세계적인 확산, 미래를 지향하는 모토가 담긴 '새로운 지평' 캐치프레이즈 등은 IOC의 기본적인 정신과도 잘 맞아 떨어진 완벽한 슬로건으로 많은 이들에게 크게 어필했습니다. 이전에 남북 분단 상황에만 지나치게 몰입했던 것과는 다르게 보다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가치를 내세워 많은 사람들을 공감하게 했습니다. 관련 인사들의 활동, 그리고 기본적인 모토까지, 모든 것이 적극적이고 활발하면서 완벽하게 이어지는 평창의 유치 활동 모습에 투표권을 가진 IOC 위원들은 크게 감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IOC 위원들은 이에 보답해 적극적으로 평창에 투표를 하며 압승으로 올림픽 유치권을 가져갈 수 있게끔 했습니다. 최근 올림픽 유치 경쟁 투표가 1차에서 끝난 적이 거의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정말 평창의 유치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느끼게 합니다.

어쨌든 평창은 '2전 3기'로 올림픽 유치를 이뤄냈습니다. 여기에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거리가 먼 곳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한 유치위원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일한 사람들의 노력이 컸습니다. 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 노력으로 이뤄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는 그래서 더욱 값졌고 위대했습니다.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성과 뿐 아니라 스포츠 외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무대였다는 점에서 분명히 더욱 대단하고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에 얻은 희망을 계기로 앞으로 한국 스포츠 외교가 더 높게 떠오르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정부나 체육계가 또 한 번 완전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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