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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도사 주병진, 14년 세월이 무색한 방부제 개그[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1.07.07 09:12

예능대제 주병진이 돌아왔다. 주병진은 미리 알려진 대로 연예인치고 사건사고의 이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치는 무릎팍도사를 찾았다. 주병진이 출연한다고 할 때부터 짐작할 수 있었듯이 두 주로 편성되었다. 그래서 주병진의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다음 주가 돼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주병진이라는 이름보다는 유재석, 강호동이라는 이름이 익숙한 세대들도 왜 그를 예능대제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14년의 공백을 무색케 할 정도로 주병진의 입담은 여전했고, 강호동을 비롯해서 무릎팍도사들은 토크쇼 진행자보다는 게스트가 된 양 주병진의 전설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14년 전이라면 건방진도사 유세윤도 고작 고등학생에 불과한 나이여서 가까이서 주병진을 본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스스로는 우황청심환을 먹고 나왔다고 할 정도로 긴장한 모습을 비추기도 했지만 주병진의 개그 감각은 전혀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병진 자신은 갈기 빠지고 이빨 빠졌다고 했지만 그의 몸은 그럴지 몰라도 그의 개그감은 확실한 방부처리로 14년을 보낸 것 같았다.

   
     
특히나 대본에 아예 분량이 없다는 올밴을 순전히 애드리브로 말문을 열어준 것에서 그가 토크쇼 1인 MC의 개척자로 자신의 이름을 단 쇼를 세 개씩이나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말해주고 있었다. 마치 배려의 유재석, 뽑아내기의 강호동이 하나로 합체된 듯한 신들린 애드리브였다. 감 떨어진 예능인은 부처님도 외면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주병진은 올밴을 통해서 짧지만 강력한 웃음 한방을 터뜨리게 할 전설의 실력을 증명해냈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은 이럴 때 가장 적절하게 사용되는 성어이다. 14년간의 정신적 충격과 스스로 질환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고통을 받았어도 막상 카메라 앞에 선 주병진의 개그본능은 세월을 건너뛰어 전성기 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부활하는 듯 보였다. 당시 김미화, 김한국의 쓰리랑 부부로 인해 동시간 대 예능 프로는 유명무실하게 고사하던 시절 주병진을 통해서 번듯한 예능이 된 것이 우연이 아니듯이 강산은 변해도 14년 만의 주병진은 변하지 않았다.

   
     
그가 쓰리랑부부를 이겨낼 정도의 성공을 거뒀다면 그에 따른 비화가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같은 이야기도 하는 이에 따라서 맛이 천지 차이로 갈리기 마련인데, 주병진은 확실히 말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에 능했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가서는 반드시 반전웃음을 준다는 것이 커다란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일밤의 히트 코너였던 <배워봅시다>의 일화 중 하나인 차력을 소개하는 내용은 마치 개그맨이 아니라 점잖은 아나운서같은 태도였지만 은근히 과장도 섞여서 보는 이를 빠져들게 했다.

그렇지만 주병진이 밝힌 최대의 X파일은 몰래카메라의 전설 이경규에게 대굴욕을 안긴 캐스팅 비화였다. 지금까지 모두들 당연히 몰래카메라를 만든 것은 이경규라고 생각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주병진이 외국 방송을 보면서 골격을 짜낸 것이었다. 거기에 강호동이 주병진에게 이경규가 적격이었냐고 물었으나 주병진은 “그렇게 생각했냐구요?” 되물은 뒤 잠시 공백을 두고는 “그때 옆에 있었어요”라고 약간은 시큰둥한 말투로 툭 뱉었다. 물론 그것이 전부일 리는 없다. 새로운 코너를 만드는 중요한 시점에 이경규가 함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말처멈 ‘그냥’일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경규 팬을 자처하면서 이 말에 발끈한다면 개그맨을 좋아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

   
     
아무튼 14년을 기다린 설렘과 또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말끔히 해소시킨 주병진의 귀환은 예능 판도의 새로운 변화를 감지케 하고 있다. 작년 KBS 예능대상 이후 분명 주춤하고 있는 이경규와 주병진의 조합도 그 가능한 변화 중 하나일 것이다. 그동안 예능의 최고 선배로 외로웠던 이경규에게 기댈 언덕이 생긴 것이 침체기의 이경규를 위해서도 분명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주병진의 귀환은 어떤 형태로건 이경규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이 아직 그의 귀환을 맞이할 준비가 덜 된 것일까? 아무리 주병진이라 할지라도 당해낼 수 없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무릎팍도사가 끝난 후 아무런 자막예고도 없이 라디오스타는 스킵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곧바로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종 뉴스와 포탈의 관심은 주병진이 아닌 평창에 전력을 쏟았다. 그래도 진짜 중요한 다음 주가 있으니 위안은 삼을 수 있겠지만 모진 마음먹고 14년의 침묵을 깬 주병진에게는 조금 아쉬운 일이 되고 말았다. 다음 주에는 유감없이 그의 진가를 모두 발휘해내길 기대하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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