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가수다>에 이어 <무한도전> 음원이 음원시장을 휩쓸고 있다. 이에 따라 가요계에서 울상 짓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 예능프로그램이 음원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절대로 좋은 구도가 아니다. 지금은 예능패권시대다. 예능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예능의 홍보효과를 등에 업은 곡은 히트를 향한 고속도로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경우 예능의 수혜를 입지 못한 곡들이 밀려날 것이기 때문에 문제다. 히트곡을 몇몇 예능프로그램이 낙점하는 구도는 불건전하다. 예능에서 각광받을 만한 가수들이 극히 한정돼 있는 것도 역시 문제다.

그래서 예능프로그램의 음원 공개는 조심해야 하는 것이고, 이런 이유에서 <나는 가수다>의 음원 공개를 반대했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경우가 조금 다르다.

<무한도전> 가요제의 음원 공개는 상시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자주 하는 것도 아니다. 2년에 한 번하는 이벤트에 불과하다. 이 정도라면 가요시장을 교란한다기보다, 자극을 준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런 형식을 통해 만들어진 노래는 정식 발표곡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있을 수 있다. 이번에도 순정마초라든가, 압구정 날라리, 말하는대로 등처럼 정식 가요계 무대에선 쉽게 듣기 힘든 노래들이 나왔다. 이런 노래들로 가끔씩 자극을 주는 것은 큰 문제가 안 된다.

또 하나, <무한도전> 음원과 <나는 가수다> 음원 사이엔 더 큰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매우 결정적인데, 바로 창작인가 우려먹기인가에서 두 프로그램의 음원이 갈린다.

<나는 가수다>는 과거 히트곡을 편곡만 달리해 우려먹는 리메이크 모음이다. 2001년에 유행했던 히트곡 모음집들과 근본적으로 비슷하다. 당시 히트곡 모음집인 컴필레이션 음반 '이미연의 연가'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가요계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되어왔다. 90년대 한국 가요계 르네상스는 컴필레이션 음반의 홍수와 함께 끝났다.

<나는 가수다>의 리메이크 모음이 신곡들을 모두 밀어내는 구도는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것도 <나는 가수다>의 음원공개를 반대했던 이유였다. 물론 무조건 공개하지 말란 것이 아니라, 차트를 교란하지 않는 선에서 팬서비스로 무상공개하는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겠다.

<무한도전> 가요제는 <나는 가수다>와 같은 '편곡 능력+가창 기능' 경연이 아니었다. 의미와 노래를 새로 만드는 창작 경연이었다. 이것은 커다란 차이다. 앞에서 지적한 얼마나 자주 음원을 공개하는가의 문제가 양적인 차이라면, 창작의 문제는 결정적인 질적 차이라고 하겠다.

이런 차이 때문에 <나는 가수다>와는 달리 <무한도전> 가요제 노래들의 음원시장 공개는 긍정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가요제에서 냉면이나 렛츠댄스를 뛰어넘는 곡이 안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런 노래들을 편곡과 가창자만 달리해 재탕하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만든 쪽이 훨씬 더 나았다. 창조는 그자체로 의미 있는 것이니까.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