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SBS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보류’ 결정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방통위가 지상파방송사 대주주의 지주회사 전환을 막을 수 있겠냐는 물음부터 SBS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다.

태영건설이 6월 30일을 목표로 TY홀딩스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이다. 건설사업은 태영건설, 사업부문인 환경·레저·방송사업은 TY홀딩스로 분할한다는 계획이다. TY홀딩스가 설립되면 SBS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최다액출자자)가 태영건설에서 TY홀딩스로 바뀐다. 이는 방통위의 사전승인 대상이다. 미디어홀딩스의 자회사인 SBS가 정부 허가사업인 지상파방송이라는 점과 과거 2007년 방통위와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이 맺은 이행각서 때문이다.

SBS 목동 사옥 (사진=연합뉴스)

19일 방통위는 SBS 최대주주 변경 승인건을 의결하기 위해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 신경렬 SBS미디어홀딩스 사장, 박정훈 SBS사장, 유종연 TY홀딩스 대표(내정자)를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방통위원들은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윤석민 회장에게 우려되는 지점들을 물었다.

SBS노보에 따르면, TY홀딩스로 인한 소유경영분리원칙 파괴 우려에 대해 윤석민 회장은 ‘그간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지켜왔으며 앞으로도 지켜나가겠다’고 답했다. 또한 TY홀딩스로 인한 SBS 자회사의 법적 충돌 문제와 공정거래법 의무 준수 방안에 대해 ‘TY홀딩스 설립 이후에 논의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특히 태영건설의 자산총액 10조 돌파 가능성에 따른 SBS 매각설에 대해 ‘매각 논의는 없었다’며 ‘10조가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사무처는 ▲SBS자회사 및 SBS미디어홀딩스의 경영계획 수립 시 그 계획이 SBS의 재무 건정성 부실을 초래하지 않도록 할 것 ▲SBS 노사합의를 통해 조건을 일부 수정해 부가할 것 ▲태영건설 최대주주 의견청취 과정에서 제기되거나 약속한 사항의 이행계획 수립을 조건으로 부가할 것 등의 검토 의견을 냈다.

방통위는 해당 안건의 의결을 보류하고 태영건설 측에 추가 이행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방통위는 이를 바탕으로 추후 사전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태영건설의 이행계획서는

방통위는 지난 6일부터 사흘간 김창룡 위원을 필두로 9인의 심사위원회를 꾸려 이 사안을 논의했다. 심사위는 ‘조건부 승인’ 의견을 냈다. SBS노보에 따르면 심사위원들은 지상파방송 SBS의 재무구조 악화와 소유경영 분리파기에 따른 방송 공공성 훼손 문제를 지적했다. 태영건설 측의 자료와 답변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심사위원 절반 가까이 승인 보류 내지는 승인 불허 의견을 냈다. 다른 위원들은 강력한 조건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승인 의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방통위는 심사위가 제시한 ‘조건부 승인’ 의견에 따라 사전승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TY홀딩스 사업운영방안이 초래한 법 위반 해소 방안이 부족해 수정된 계획서를 받아 사전승인 조건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방통위 심사과정에서 나온 질문과 지적된 부분들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지속해서 제기해온 문제들이다. TY홀딩스가 설립됐을 때 SBS 소유경영분리 원칙이 지켜질지와 SBS 자회사의 법적 충돌 문제, 자산 규모 10조원 달성 시 SBS 처분 문제 등이다. 이에 대한 대안이 방통위가 추가로 요구한 이행 계획서에 담겨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태영건설이 뚜렷한 대안을 담은 계획서를 내놓기 어렵다. 법적으로 저촉되는 부분들에 대해 마땅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4월 3일자 태영건설 증권신고서에서도 ”태영건설의 자회사 편입 시점 및 그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적혀있다.

방통위가 최다액출자자 변경 심사를 5월 주주총회 전에 마무리해 시장 혼란을 줄이겠다고 말한 상황에서 더 이상 늦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태영건설은 6월 12일을 분할계획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일로 잡고 오는 30일을 분할기일로 잡고 있다. 방통위 내부에서는 빠르면 다음 주 내로 추가 계획을 듣고 조건부 승인으로 통과시키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21일 낸 302호 노보에 실린 자료

① SBS 소유경영 분리 원칙은

윤석민 회장 취임 이후 SBS노사는 소유경영분리원칙을 두고 냉전상태다. 노조는 윤 회장이 인사, 지배구조 조정 등으로 소유경영분리 원칙을 파괴한다고 지적하는 반면 윤 회장은 방통위 의견청취 자리에서 ‘소유경영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고 앞으로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SBS의 소유경영분리원칙은 지상파방송사의 공공성·공정성과 직결된 문제다.

일각에서 태영그룹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SBS미디어홀딩스 해체’가 거론되고 있다. SBS미디어홀딩스를 해체할 경우 SBS 자회사 처분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지만 소유·경영 분리의 제도적 틀을 깨버린다는 데 문제가 있다. 미디어홀딩스는 2004년 소유·경영을 분리한다는 합의 아래 탄생했다. 태영건설 아래 SBS미디어홀딩스를 둬 SBS에 대한 직접 지배 체제를 간접 지배 체제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홀딩스를 해체한다면 과거와 같이 TY홀딩스가 SBS를 직접 지배하는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② SBS 자회사의 법적 충돌

TY홀딩스가 설립되면 SBS는 지주회사의 손회사가 되고 SBS의 12개 자회사는 증손회사가 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회사는 2년 안에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지배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광고 판매를 담당하는 SBS 자회사 M&C는 방송광고법상 40%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제한돼 있어 100% 지배가 어렵다. 지상파 3사가 공동 투자한 KCP나 WAVVE 역시 SBS가 100% 지배 불가능하다. 얼마 전 드라마본부를 출범시켜 만든 스튜디오S는 100% 지배규정에 묶여 기업공개와 외자 유치가 불가능하다.

해결책으로 TY홀딩스가 SBS의 핵심 자회사들을 대주주인 미디어홀딩스로 이관할 수 있지만 SBS의 제작, 판매, 유통 분야를 맡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던 구조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노조에서 나온다.

③ 10조원 안 넘게 하겠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자산 규모는 9.2조를 넘었다. 기업 자산규모가 10조 원 이상이면 방송법에 따라 지상파방송사 지분의 10% 이상을 소유하지 못한다. 재벌 등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통한 여론 독점 등을 막기 위해서다. TY홀딩스가 10조 원을 넘게 되면 SBS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에 윤석민 회장은 방통위에서 ‘10조원을 안 넘게 하겠다’고 답할 뿐 다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SBS 매각설과 관련된 우려가 계속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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