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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위기 놓인, 한겨레 젠더미디어 ‘슬랩’계약직 제작PD "책임자 없이 방치된 건 3월부터...책임자도 운영 방향 계획도 없어"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5.21 15:14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한겨레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젠더 미디어 ‘슬랩’이 좌초위기에 놓였다. 팀 해체 위기와 더불어 경영진과 계약직 제작진의 소통 부재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구성원들은 뉴미디어 관련 사업에 있어 경영진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10월 2030세대를 겨냥해 페미니즘을 앞세운 미디어 ‘슬랩’을 시작했다. 공식 출범 전에 유튜브채널 구독자 수가 4000명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관심이 쏠렸다. 제작진은 전원 여성 저널리스트로 기자 3명, PD 2명으로 구성됐다. 지난주에 올라온 영상까지 총 49개의 콘텐츠가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21일 ‘슬랩’ 담당 PD는 사내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그동안 팀 내부에서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 설명하고 슬랩이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해당 PD는 지난해 6월 초 디지털미디어국 미디어랩부 젠더팀에 1년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해 슬랩의 런칭 준비단계부터 지금까지 매체 운영에 참여해왔다.

한겨레 젠더 미디어 '슬랩'

해당 PD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슬랩은 올해 초부터 내외부 사건에 휩싸였다. 팀 내부에서 발생한 직장내 괴롭힘 건으로 책임자인 팀장이 사의를 밝혔고, 이와 별개로 슬랩을 기획한 부장이 퇴사했으며 회사 차원에서는 경영진 교체와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이는 개별 사안이지만 시기가 겹치며 조직 내부에는 ‘슬랩 존폐’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팀장은 안식휴가, 부장은 퇴사, 국장은 편집국으로 이동하며 팀장-부장-국장이 모두 부재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 노보는 “현재 슬랩은(...) 4월 말 이후 사실상 지휘할 사람이 없는 방치 상태에 놓여있다”고 했다. 하지만 슬랩 PD는 “책임자 없이 방치된 건 그보다 한 달도 더 전인 3월부터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한겨레는 4월 초 인사에서 젠더팀 업무는 영상미디어국 방송뉴스부로 이관하는 결정과 함께 팀장과 기자를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고 PD 두 명은 영상미디어국으로 소속을 옮겨 슬랩을 제작했다.

슬랩 담당 PD는 “한겨레 사장이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인력 문제가 슬랩 중단의 결정적인 변수인 것처럼 말했지만, 지난 4월 인사 때 젠더팀을 없애고 새 팀장 발령도 없이 ‘방송뉴스부 이관’이라는 모호한 결정으로 곧 계약만료를 앞둔 계약직 PD 2명에게 슬랩 운영을 떠넘긴 건 경영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겨레가 슬랩을 만들고 운영한 건 조직 차원의 결정이었고, 주요 책임자들의 부재가 슬랩 운영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책임자가 없으니 슬랩도 없앤다’는 판단 전에 그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선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경영진 향해 슬랩 운영 방향에 대한 분명한 계획을 물었다. 미디어의 핵심 목표가 팀 내부에 공유되지 않았고 두 명의 인력으로 6개월 이내에 미디어를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수익모델까지 마련하기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준 없는 인사 통보 방식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4월 초 인사 이후 20여 일이 지난 4월 29일, 한겨레는 인재개발부를 통해 두 명의 계약직 PD에게 “회사가 더 이상 슬랩을 유지하지 않으며 근로계약도 종료한다”는 통보를 했다. 하지만 2주 뒤 소속 부서로부터 다시 “6개월 계약 연장” 소식을 들었다.

해당 PD는 “모든 과정에서 회사가 최소한의 설명 책임은 준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자신들은 지난 2월부터 슬랩을 둘러싼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했고 결정을 통보받는 위치에 있었다며 본 계약만료일까지 2주가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계약 연장과 관련해 인재개발부로부터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슬랩의 미래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도 생각해달라”며 경영진의 책임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한겨레 인사담당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PD들의 계약 연장 건에 대해서는 담당 국장에게 앞서 얘기해뒀고 계약 서류작성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현대 한겨레 사장은 지난 15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슬랩 존폐 위기에 대해 “슬랩은 버티컬 매체 사업으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해서 올해 안에 경영수지 균형을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중간에 경영진도 바뀌고, 팀장도 떠나고, 담당자는 퇴사했다”며 “애초 사업 계획 자체가 무너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슬랩을 어떻게 운영할 건지 영상미디어국과 젠더소통데스크, 한겨레 노조 등에서 의견을 적극내고 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미래비전실에서 회사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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