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친일파 백선엽 미화 다큐 논란과 관련해, 진중권 문화평론가는 "KBS의 이런 친일행각은 물론 김인규 KBS 사장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평론가는 5일 한겨레에 기고한 <KBS와 역사적 기억>에서 "실은 그(김인규 사장)의 인생철학 자체가 대한민국이 계승한다는 이념, 즉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의 배신으로 보인다. 그분은 언론계에서 5공화국과 전두환을 찬양하는 리포트로 명성이 자자하시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은 빈말이라도 반성과 사과를 했지만, 이분이 사과나 반성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 김인규 KBS 사장이 지난 1987년 민정당 출입기자 시절 '민정당 창당 기념식' 관련 리포트를 하고 있는 모습 캡처.ⓒKBS 기자협회 블로그 '싸우는 기자들'
김인규 KBS 사장이 KBS 기자 시절 전두환과 군부 독재를 적극적으로 찬양ㆍ미화하는 리포트를 했다는 사실은 2009년 12월 KBS 기자협회에 의해 폭로된 바 있다. '독재정권에 부역해 성장한 전형적인 정치엘리트 기자'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김인규 사장은 여당 출입 기자로서 여당 입장에서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었다. 당시 KBS는 김인규 사장의 독재 찬양 동영상이 외부로 유출된 책임을 물어 김진우 KBS기자협회장을 징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백선엽 다큐에 대해 "헌법전문에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역사적 기억이 명기돼 있는데도, 공동체의 '역사적 기억'을 뜯어고치려는 극우파의 망발이 버젓이 공영방송을 탔다는 것은 실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백선엽 장군이 활동했던 간도특설대에 대해 "만주 지역의 독립군을 토벌하던 일제의 특수부대로, 일제의 괴뢰정권 만주국의 참의원을 지낸 친일파 이범익이 '조선인은 조선인이 토벌해야 한다'는 심오한 철학(?) 아래 설립한 부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굳이 친일이냐 반일이냐를 따지기 전에, 이 인간 말종들은 그들이 저지른 만행의 질적 수준만으로도 나치처럼 전범재판에 회부되어 인류의 심판을 받았어야 한다"며 "문제는 백선엽이 자신들이 저지른 이 만행에 대해 그 알량한 반성이나 사과조차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선엽 장군이 회고록에서 "주의주장이야 어찌됐건 간에 민중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평화로운 생활을 하도록 해주는 것이 칼을 쥐고 있는 자(=군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것에 대해 "간도특설대가 졸지에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둔갑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쯤 되면 지금 KBS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이해가 갈 것"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극우파의 역사 수정주의 망동에 맞서 헌법의 기억을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